강원도 22

첩첩한 이끼 계곡과 만항재_20161015

늑장과 지나친 여유의 원흉은 바로 '나'요 일행들이 전혀 가 보지도, 생각지도 못했던 곳을 안내 했던 루키도 바로 '나'였다. 당시에 갑자기 생각 난 이끼 계곡은 사실 평소 잊고 지내던 장소 였고 사진을 찍고 싶다기 보단 마치 베일에 가려진 신비의 세계로 기억했던 것 같다.단양에서 출발하여 시골의 한적한 지방도를 거쳐 쉼 없이 달려 왔던 긴장과 땀을 솔고개에서 훌훌 털어 내고 다시 다짐하듯 상동 방향으로 출발, 설익은 가을이 펼쳐져 있을 거란 예상과 달리 산봉우리 고지대에서 부터 가을이 불타기 시작했다. 상동을 앞두고 빼어난 바위산에 시선을 빼앗기지 않을 수 없었던게 바로 산봉우리에서 번져 내려오기 시작하는 가을 풍광과 어우러져 턱관절에 적절한 무리가 왔다.냉큼 차를 세우고 도로가에서 연신 셔터를 눌러 ..

다시 넘는 솔고개_20161015

잊혀지는 세월의 슬픔에 어쩌면 더 아름다웠는지도 모른다.그렇기에 언젠가 한 번 더 찾아 오고 싶었던 상동의 길목을 지키는, 인고의 세월이 새겨진 소나무와 힘겨움을 반증하는 듯한 고갯길은 가을색이 아직은 옅은 비교적 이른 가을이었다.전날 퇴근 후 늦은 밤에 단양에 도착했고, 너무도 오랫만에 떠나게 된 여행의 반가움을 서로 나누며 허벌나게 술을 빨아 쳐묵하신 덕분에 늦게 출발한 아쉬움은 부메랑처럼 동선의 제약으로 되돌아 왔다.어쩔 수 없이 도중에 영월 막국수 집에서 후딱 점심을 뽀개고 커피 한 잔씩 손에 든 채 약속이나 한 것처럼 상동 방향으로 출발, 그래도 일 년여 간격으로 두 번째 행차시라고 제법 길은 낯 익었다.(사라진 탄광마을, 상동_20150912)목적지는 상동이 아닌 태백의 옛 길을 경유한 울진 ..

머나먼 삼척 원덕_20151225

가족 여행이라고 찾아간 삼척은 사실 대가족이 이동하기에 거리상으로 무리일 수 밖에 없었다. 실제 자유로운 시간은 성탄절 당일 뿐이라 여행에 익숙치 않은 가족, 특히나 아이들이나 오마니께선 녹록치 않은 고행길과도 같을 수 있겠다.성탄전야에 서둘러 퇴근한 뒤 일행들을 재촉하여 출발할 무렵엔 이미 9시가 넘어 암흑이 잔뜩 끼인 오지를 둘러 볼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앞만 보고 부지런히 고고씽 했지만 도착은 자정을 훌쩍 넘어 새벽 1시가 막 지나서 였다.그나마 흥림산 휴양림의 넓직한 숙소를 이 몸이 애시당초 예약한 덕에 말끔히 피로를 풀고 이튿날 오전에 가벼운 마음으로 삼척 원덕으로 출발~영양 흥림산 휴양림은 첩첩산을 넘어 비교적 오지에 있는 자그마한 휴양림이라 힐링하기엔 제격이었다.이미 올해 세번째 방문이라 내..

눈꽃들만의 세상, 함백산_20151128

기대했던 일들에 반하여 아쉬움도 크다면 떨칠 수 있는 노력은 해봐야 되지 않겠는가. 사북 하늘길이 막혀 버려 검룡소를 가게 되었는데 예상외로 멋진 눈꽃 세상을 보게 되어 내 마음 속의 프랑켄슈타인이 간땡이가 커져 버렸다.그 표정을 알아 차린 일행의 제안으로 망설임 없이 함백산 자락에 얹혀 살아가고 있는 오투리조트로 날아갔다. 큰 산들 사이를 비집고 자리를 튼 태백시내가 어렴풋이 보이는데 대기가 조금 뿌옇긴 해도 검룡소에서 내린 눈발은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처럼 하늘은 아이의 눈망울처럼 맑기만 하고 앞으로도 눈비는 커녕 먹구름조차 개미 똥꼬만큼도 보일 기색이 없었다.망원으로 찍어서 가깝게 보이지 실제 라섹수술하지 않았다면 태백시내는 보이지 않았겠지.멀리 오렌지색 건물들이 청정지역 태백의 대기를 뚫고 해맑게 ..

한강의 세상 만나기, 검룡소_20151128

작년 11월 말에 정선 하늘길 트래킹(사북의 잃어버린 탄광마을_20141129)을 다녀온 후 몰아 닥친 한파는 마치 내 여행길을 자연의 배려로 착각했고, 올해도 비슷한 시기인 11월 마지막 주말을 이용해 여행 계획을 잡으며 의례히 축복을 자만했건만 이번엔 그런 자만을 비웃듯 여행을 터나기 하루 전에 한파가 복병이 될 줄이야.그렇더라도 내 꿋꿋한 의지를 꺾을 수는 없는 벱이라 동서울터미널에서 출발하는 고속버스를 타고 설레는 마음을 그대로 실은채 신고한터미널로 3시간 반 동안 날아갔다.동서울에서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리즈로 꿈 꾼걸 보면 한 주 동안의 피로 회복엔 더할나위 없는 명약 처방이었다.이번 숙소는 고한과 사북의 길목에 자리잡은 메이힐즈 리조트.원래 하이캐슬을 선호한데다 원래 여행의 코스가 하..

통고산에서 삼척까지_20151105

여전히 산골에 남아 서성이는 만추의 풍경이 그리운 가을과의 이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아쉬운 발로일까? 바다와 산을 아우를 수 있는 통고산으로 가는 길은 늦은 밤, 꽤나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행군과도 같았다.영주를 거쳐 봉화를 지나는 36번 국도는 가뜩이나 인가가 드문데 밤이 되면 나 혼자 암흑을 방황하는 착각마저 들 정도였다.자정이 넘어 잠시 쉬어간답시고 춘양을 들렀더니 온전히 잠든 마을이었는데 외롭게 불을 밝히는 등대처럼 편의점 하나만이 움직이는 불빛의 흔적을 발산 중이라 극단의 반가움이 울컥 치솟았다.춘양하면 일교차가 원캉 커서 해가 진 한밤과 새벽에 거짓말처럼 추운데 아니나 다를까 편의점 여주인은 겨울 무장을 하고 쓸쓸히 매장을 지키고 있었다.따스한 두유 두 병을 사서 하나는 완샷! 하나는 품 안..

홍천에서의 평온한 하루_20151020

평소와 같은 잠깐의 여유라도 다른 계절엔 지루한 시간일 때가 많지만 가을만큼은 지루할 틈이 없다. 홍천에 들렀던 이틀의 짧지 않은 시간 조차도 난 넘치는 심적 여유로움에 유영할 만큼 타인에 비해 압도적인 많은 추억을 쓸어 담았다. 홍천에 지인이 살고 있다지만(홍천 고사리 채취), 그리고 비발디파크에 가족 여행을 종종한다지만 서먹할 수 밖에 없는건 자유 여행을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그렇다고 내 소갈머리에 치밀한 경로와 목적지를 미리 정하기는 싫고.지나던 길에 홍천유원지 이정표를 바라고 무조건 왔더니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매끈하게 가공된 공원이 아니었다.말 그대로 강 가에 넓직한 공간이 있고 잠시 궁뎅이 붙일 수 있는 곳도 여기를 제외하곤 전무후무한 상태나 마찬가지.막연히 왔던 만큼 실망은 없었지만 ..

추억과 시간이 만나는 곳

충주 봉황휴양림에도 아직은 가을 내음만 나고 정취는 느끼기 쉽지 않았으나 조용한 나만의 휴식을 보내기엔 안성맞춤이었다. 밤 늦은 시간에 도착하여 주변을 돌아볼 틈 없이 바로 피로를 달래곤 일어나 보니 햇살이 전형적인 가을 답게 모든 걸 태울 듯 따갑다. 이번 숙소는 가장 안쪽에 들어서 있는 통나무집인 다래넝쿨집이라 아주 깊은 산중에서의 하루를 보낸 착각이 들만큼 조용하고 아늑했다.약간의 우풍을 느낄 정도로 가을 아침답게 약간 서늘했지만 해가 뜨고 금새 불볕더위를 방불케 했다. 현관을 나와 봉황휴양림을 나서는 첫 발걸음에 이렇게 넓직한 뜰을 한 장 담아 두곤 출발. 주위에 다른 여행지를 뒤로하고 바로 남한강과 섬강, 청미천이 만나는 두물머리로 달려와 트인 전경을 바라 봤더니 녹조가 어마무시하다.예전에 혼자..

사라진 광산마을, 상동_20150912

동화처럼 단아했던 모운동을 뒤로 한 채 더 깊은 산중으로 뻗어난 한길의 끝엔 또 다른 한 때의 부귀를 누리던 탄광마을이며 오늘의 최종 목적지였던 상동이 있었다. 한때 세계 텅스텐의 10%가 상동에서 채굴되었고 산골을 따라 4만명 이상의 인구가 밀집해 있었다는 건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정보인 만큼 과거의 시간들이 난 그리웠었나 보다. 모운동이 어느 순간 과거의 시간을 완전히 씻어 버렸다면 상동은 그 시간을 그대로 붙잡아 둔 채 흔적들마저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고 어쩌면 모운동에서의 아쉬웠던 기대감을 상동은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것처럼 언덕길에 축축히 젖은 흙조차도 제대로 재현했다. 모운동에서 상동으로 가는 길은 역쉬나 높은 산들이 사방에 둘러쳐져 있어 얼마나 더 깊이 들어갈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에 살짝..

사라진 탄광마을, 모운동_20150912

그 많은 사람들이 지금은 어디로 갔을까? 과거 영화를 누리던 탄광마을이 지금은 자취를 감추고 그 잔해만 남아 언젠가 다시 그 영광을 꿈꾸고 있는 모운동이 새로운 거듭나기로 이쁘게 단장했다.사실 영월은 라디오스타란 영화로 알기 이전, 어릴적 사회 시간에 인구가 감소한 대표적인 도시로만 알고 있었다.80년대까지만 해도 사회과부도에 영월시라는 타이틀로 기억하는데 당시 편찬 기준이 70년대였던 걸 보면 산업화 시대 상당히 번창한 도시였던 건 분명하고 가끔 제천에서 정선으로 넘어갈때 38번 국도가 부분 개통 되었던 당시는 연당에서 옆길로 빠져서 가는 길목 정도?그런 영월을 드뎌 9월에 가게 되었다. 역시나 회사 복지프로그램에 의거, 적은 부담에 멋진 전망을 배경에 둔 청풍리조트로 숙소를 마련했다.아직은 가을내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