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516

집으로 가는 먼 길의 첫 걸음_20170924

집으로 가는, 아니 가야만 하는 날.일요일 볕은 어찌 이리 야속하게도 따가운지.렌트카를 반납하고 스타벅스에 들러 남은 시간을 달래는 기분이란 뭔가 호쾌하게 끝내지 않은 서운함이었다.커피 한 잔을 마시며 그 울적한 기분을 애써 억누르는 사이 떠날 시간이 되었다. KTX와 SRT를 이용하려면 광주에 올 때처럼 광주송정역을 이용해야 한다.유별나게 강한 햇살을 피해 일찌감치 역을 들어서자 매끈한 모습과 달리 아담하지만 이리저리 발걸음이 분주한 역사가 나오고, 잠시 앉아 있다 플랫폼에 들어섰다. 오는 길은 설렘의 흥분에 마비되어 거리감각조차 흐렸었는데, 가는 길의 발목은 모래주머니를 꿰찼냥 무겁기만 하다.늘 아쉽고, 그래서 늘 다시 기약하게 되는 시간이 여행이 아니겠나. 고속열차는 내 마음을 비웃기라도 하듯 광주..

간직했던 절경, 동복호_20170923

날아간 사진은 아쉽지만 보존된 더 많은 사진을 생각해서 마음을 다잡자. 2014년 5월 초에 티워니 업어 와서 여전히 요긴하게 사용했던 만큼 실력이 늘 문제지 사진은 크게 트집 잡을만큼 불만은 없었으니까 여전히 잘 사용하고 있던 고로 앞으로도 당분간 카메라 기변은 없다. 그리고 이게 한 두 푼이여?! 날아간 사진은 이제 잊기로 하고 아이폰으로 담은 사진이라도 기록해야지. 부시시하게 일어나 렌트카에서 미리 예약한 차량 인도 받은 후 출발할려니 배가 고프다. 기약 없이 송정역 인근을 돌아 다니던 중 영락 없이 한적한 시골 동네 같은데 도로에 주차된 차량과 사람이 북적거리는 식당 하나 발견, 묘하게 사람이 많으면 월매나 맛나길래? 호기심 발동하여 굳이 차를 몇 번 돌리고 주차할 공간이 없어 골목에 겨우 차를 ..

광주_20170923

회사 복지 프로그램을 통해 광주 숙박을 보던 중 예나 지금이나 유명한 숙박 브랜드는 볼모지 같다.그나마 라마다호텔이 평도 괜춘하고 위치도 상무지구 요지에 있어 이틀 예약했지.눈에 보이는 건물 측면에 객실을 배정 받았는데 한 면이 완전 통유리에 버티컬로 가려져 바깥에서 안을 본다면 아슬아슬하게 보일 수도 있겠더군.대낮이나 야경 보기엔 안성맞춤이지만 기분은 까리뽕 하기도 하고 거시기 하기도 했다.그래도 상무지구 요지에 자리 잡고 있어 먹을 거리, 구경거리 걱정 안해도 되것소. 전날 정신 없이 잠을 청하고 이튿날 내 기준으로 조금 일찍 일어나 렌트카 회사로 출발하며 기념으로 한 장 찍어뒀는데 그나마 광주에서 적당히 넓직하며 깔끔한 객실 아닌가 싶다.각설하고!!!이제 먼 길을 떠나려는데 여기서 겁나 지체해서 쓰..

광주행 열차_20170922

금요일 퇴근과 동시에 축지법을 써 서울역으로 날아갔다. 이번 여행의 목적지는 전남 광주, 화순, 담양 일대.서울역에서 광주 송정역으로 출발하는 열차가 있어 일찌감치 예약, 빠듯한 시간에 앞만 보며 뛰다시피 잰걸음으로 도착하자 몇 분 여유가 있다. 얼마만의 호남 나들이인가?올 초여름 이후 약 3개월 만인데 겁나 오래 지난 것 같다.KTX에 자리를 잡자 밑도 끝도 없이 몰려 오던 졸음에 떠밀려 정신 없이 한잠 때리고 일어나 보니 정읍역을 지나 멀리 소소한 야경이 보이고, 앉아 있는 정면엔 이번 여행의 목적지인 화순 동복호가 있었다.등잔 밑이 어두운 벱이여~설레는 기분을 다잡느라 막상 가는 길이 멀게만 느껴진다.

일상_20170920

퇴근해서 집으로 도착하기를 9시가 넘는 시각.러시아워 시간대 남산터널은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얼른 집에 가서 쉬고 싶은데 도로를 가득 매운 차량의 행렬은 그냥 마음을 비워야만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그래서 난 꿈나라로 빠져 든다네~ 가을 바람이 불어 여름 때를 씻어 내는 청량감을 느끼고자 후딱 저녁 쳐묵하시고 거리로 뛰쳐 나가서 부는 바람에 펄럭이는 나뭇가지의 낙엽들을 액숀 영화 보듯 즐겨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아직은 단풍이 붉게 물들지 않는 초가을이지만, 적단풍은 여름 내내 가을을 손꼽아 기다렸는지 잎사귀마다 붉은 빛이 감돌아 마치 가을의 정점에 다다른 것 같은 착각도 든다.

청풍호처럼 흘러간다_20170917

여행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야 될 하루의 아침엔 무거운 발길을 끌어 붙잡는 가을 하늘이 세상을 온통 뒤덮고 있었다. 하루 시간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거지만 '어떻게 보냈는가'를 동력의 원료로 하여 '얼마나 만족 하였는가'라는 최종 결과에 따라 극단적인 기분이 표출되는 게 아니겠나.언제나처럼 거대한 호수에 또 하나의 하늘이 펼쳐져 있고, 물결은 거울처럼 다소곳 하기만 한 청풍호를 뒤로 한 채 하늘에 구름이 미끄러지듯 고속도로를 살팡살팡 달려 보금자리로 왔다.

화사하고 역동적인 변화, 상동_20170916

흔적과 더불어 기억 또한 잊혀질 수 있다는 생각에 상동을 찾고 뒤이어 밤이 되면 제천을 잠시 찾기로 했다. 상동에 오면 시간도 고갯마루를 넘기 힘들어 잠시 머무르는지 과거의 흔적을 한 걸음 늦게 지우고, 지워지기 전 남아 있는 그 흔적들에 대한 호기심과 흩어지려는 기억을 다시 추스리기 위함이었다. 시기적으로 완연한 가을이 내려 앉기 전이라 여전히 여름 색채가 강했지만 미묘하고 사소한 변화는 여름조차 막을 수 없는 순응이었는지 미세한 가을 파동은 조금만 주시하더라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사라진 광산마을, 상동_20150912 동화처럼 단아했던 모운동을 뒤로 한 채 더 깊은 산중으로 뻗어난 한길의 끝엔 또 다른 한 때의 부귀를 누리던 탄광마을이며 오늘의 최종 목적지였던 상동이 있었다. 한때 세계 텅..

솔고개를 지나다_20170916

이제는 익숙해질 법도 한데, 그래서 무심코 넘겨 버릴 수 있는 여행의 길목에 늘 같은 자리를 지키는 자연은 식상해 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하물며 동네 인도 주변에 아무렇게나 태동하는 자연의 터전조차 계절까지 넓게 잡지 않고 하루를 비교해 보더라도 신선한 일상의 한 단면 같아 소소한 변화에도 급한대로 폰카를 이용해 담아 둔다.2년 전 방문했던 상동은 길목 켠켠이 쌓여 있던 시간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차에서 내려 첫발을 내딛는 순간 내 기억의 의심이 기우인 양 정겨움이 생생하게 되살아 나며 마치 옆 동네를 방문하는 듯 친근한 착각에도 빠졌다. 가는 길에 마주치는 자연에선 아직 가을을 느낄 수 없고, 여전히 또아리를 틀고 자리를 잡은 여름이 좀처럼 떠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상동으로 가는 길목에 항상..

가을 여행의 첫날_20170915

여행의 첫 날?이지만 숙소로 잡은 청풍리조트에 도착한 시각은 이미 11시를 살짝 넘어 첫 날의 의미는 무색했다.앞 전 회사 복지프로그램으로 예약한 사례가 종종 있어 의례히 레이크호텔로 알고 도착했지만 호텔 뒷편 언덕에 자리 잡은 힐하우스 콘도미니엄이란다.사실 난 청풍호에 붙어 있는 레이크호텔이 좋은데.(겨울 청풍호의 매력_20150214, 봄과 함께 청풍호로 간다_20150320, 사라진 탄광마을, 모운동_20150912, 가을이 오는 청풍호_20150913) 현관을 열고 들어서면 거실이 떡! 버티고 있고 널찍한 방이 하나 딸려 있는, 매끈하게 리모델링한 힐하우스는 사실 레이크호텔과는 달리 콘도미니엄이라 가족 또는 2인 이상의 동행자가 있을 때 어울리는 컨셉이라 2박 지내는 동안 좀 썰렁하긴 했다.여전히..

일상_20170909

주말 늦잠을 자고 부시시하게 일어나 뭔가에 홀린 사람처럼 베란다로 나갔다가 환하게 자라는 소나무를 보고 마음이 뿌듯해 진다.봄에 오마니께서 분갈이 하시고 잠시 성장이 주춤하는 거 같더니 금새 적응하곤 여름의 기운을 받아 쑥쑥 자라나는데 곧 사그라들 것 같던 작은 소나무도 새순을 틔우며 아직 끝나지 않은 관심에 응대를 했다. 원래 뻗어나던 잎사귀들은 두서 없이 길게 뻗어나고 올해 들어 다시 순을 틔운 잎은 올곧고 정갈하게 자라는 모습이 모든 생명들은 관심에 응당 감사를 표한다는 말에 실감한다.근데 종종 찍었다고 생각했던 사진이 올 봄 이후 없는 이유가 미스테리다.(일상_20170329) 이날 하루 솔빛공원 옆 공터에서 축제가 열려 시끌벅적하던 여세를 몰아 해가 기운 후 동탄중앙로와 동탄2동 주민센터 사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