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간 사진은 아쉽지만 보존된 더 많은 사진을 생각해서 마음을 다잡자.
2014년 5월 초에 티워니 업어 와서 여전히 요긴하게 사용했던 만큼 실력이 늘 문제지 사진은 크게 트집 잡을만큼 불만은 없었으니까 여전히 잘 사용하고 있던 고로 앞으로도 당분간 카메라 기변은 없다.
그리고 이게 한 두 푼이여?!
날아간 사진은 이제 잊기로 하고 아이폰으로 담은 사진이라도 기록해야지.
부시시하게 일어나 렌트카에서 미리 예약한 차량 인도 받은 후 출발할려니 배가 고프다.
기약 없이 송정역 인근을 돌아 다니던 중 영락 없이 한적한 시골 동네 같은데 도로에 주차된 차량과 사람이 북적거리는 식당 하나 발견, 묘하게 사람이 많으면 월매나 맛나길래? 호기심 발동하여 굳이 차를 몇 번 돌리고 주차할 공간이 없어 골목에 겨우 차를 구겨 넣은 뒤 그 문제의 식당으로 찾아 갔다.
역시나!
그리 크지 않은 중화요리 식당에 발 디딜 곳이 없다니 시방 뭔 일이다냐!
양도 푸짐하고 맛도, 재료도 푸짐하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인터넷 블로거들의 맛집은 그리 신뢰하지 않는다.
차라리 마을 원주민들 정보가 훨~씬 신뢰가 가고, 흔히들 그 고장 사람들도 '저 집이 왜 유명한지 몰것소잉, 다른 집이 겁나 유명해분데' 이구동성 이렇게 맞받아 친다.
고로 이집은 이 동네 제대로 된 맛집 맞소.
배 채웠으니까 싸게싸게 갈 길 가야 되는데 골목길에 주차해 둔 자리 옆에 이렇게 탐스런 복숭아가 유혹하지만 갈 길이 먼 고로 패쓰~
화순 가는 길에 반대 방향 순환로를 타는 바람에 시간이 지체되어 버렸지만, 화순으로 접어 들어 거대한 골짜기의 언저리 길에 다다라 밟고 있던 가속 페달에 힘을 좀 뺐다.
좁은 길이지만 듬성듬성 이국적인 카페가 있고, 그 카페에 들어서면 거대한 골짜기가 한눈에 들어 오는 풍경이 압도될 만큼 멋진 장관이 펼쳐 졌는데 가을이 익을 무렵 온다면 안구에 경련이 일어날 수 있겠다.
길가 조경들도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먼 길 온 여행객들을 환영하는 것만 같았다.
화순 이서커뮤니티 센터에 차를 세워 두고 미리 인터넷으로 예약한 동복호 관람 이용권에 포함된 셔틀을 기다렸다.
여름색이 만연한 가을이라 오는 길은 비교적 한산했음에도 여긴 상황이 다르게 동복호를 보러 온 여행객들이 북적댔다.
넉넉하게 도착해서 인지 주변을 둘러 보곤 여유 있게 셔틀버스에 탑승, 가는 도중 포토 존에서 사진으로 담을 수 있는 시간도 잠깐 주어 졌지만, 그래도 동복호 적벽에 다다른 경관이 쵝오다.
이 한적한 시골 마을이 북적대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여기서 카메라 한 대를 둘러 메고 얇은 베스트 입으신 분은 관광객들에게 무료로 사진을 찍어 인화해 주는 분인데 나도 거기서 찍은 사진을 집에서 편하게 받았다지?
많은 사람들이 있었음에도 사진을 담는데 별 어려움은 없었고, 한 자리를 차지하여 카메라 셔터를 누를라 치면 주위 분들이 잠시 기다려 주거나 돌아서 지나가는 매너를 지켜준 덕분이기도 했다.
물론 나도 카메라 셔터 놀이에 빠진 분들 보면 방해되지 않게 잠시 물러나 있었지만.
여유 있게 머물러 있는 동안 시간이 흘러 떠날 때가 되었는데 황금 같은 휴일이 빨리 지나는 것 같아 속상함이 울컥 치밀기도 했지만 이내 셔틀 버스 안에서 나머지 동복호를 즐기는 사이 잊어 버렸다.
버스 안은 대부분 50대 이상 중년 분들이었는데 가이드 해설에 따라 적절하게 탄성도 뿜어대며 나도 나름 그 분위기에 동화된 날이기도 했다.
버스 안에서만 감상할 수 있는 경관 인데 마치 거북이 같은 형상에 엉금엉금 기어가는 착각도 들었다.
이서 커뮤니티 센터에 도착 후 동네를 둘러보고 거대한 미류나무에 말벌과 토종벌의 전쟁도 봤지만 동영상도 사진과 함께 날아가 버려 더더욱 아쉽구만.
이 사진을 보면 그저 평범한 시골의 평화로운 마을 같다.
이서 커뮤니티 센터 앞 마당에 있는 당산나무.
지나는 동네 분들껜 뙤약볕을 막아 주는 그늘막이, 먼 길을 마다 않고 달려온 여행객들에겐 적당한 눈 요깃거리를 제공해 준다.
시간이 무한정 주어지는 게 아니라 한 자리에 오래 머무를 수 없어 이내 물염정으로 발길을 돌렸고, 텅빈 관광지에 뒤따라 들어온 한 일행은 효도 관광차 한가족이 들렀던 걸 제외하면 이번 여행은 소기의 목적인 여유로움을 한껏 만끽할 수 있었다.
물염정에 이어 소쇄원도 한산했고, 뒤이어 메타세쿼이아 길을 거쳐 광주 망월동을 밟는 동안 내내 평일에 여행 온 마냥 여유도 꼬리처럼 따라 다녔다.
망월동을 지나는 버스는 518을 따서 붙인 518번.
이 버스를 따라 광주로 돌아오자 낮이 짧아진 가을 정취처럼 이내 어둑해졌다.
그 많던 사진이 있었다면 기억이 생생히 재현 되었겠지만 세세한 감정은 다 날아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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