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황금 한가위 이렛 날_20171006

사려울 2019. 1. 7. 04:23

황금 연휴의 반이 지났다.

여전히 이 날을 포함하면 평소의 명절 연휴 정도지만 전체 일자에서 반이 지났다는 생각에 모든걸 대입하는 몹쓸 버릇이 생겨 반타작에 더 마음을 쓴다.

1년 넘게 손 놓고 있던 포켓몬고를 하면서 대부분 시간이 허비된 기분에 손에 들고 있던 아이패드-태블릿으로 하면 더 실감 나거든-를 내팽개치고 텀블러에 라지 사이즈 커피와 출력 좋은 스피커를 챙겨 밖으로 무조건 뛰쳐 나왔다.



도심에서 이런 우거진 나무숲길(?)을 만나는 건 쉽지 않은데 동탄의 나이가 어느덧 10살이 지나면서 묘목 수준이던 나무들도 제법 자라 이렇게 대견하게 컸다.

집이 가까워 틈틈히 자주 걷게 되는 길이 이렇게 멋지게 가꾸어진 것도 내 복이다.



평소와는 다르게 도로는 한산하다.

그나마 여느 명절 연휴에 비해 사람들은 종종 눈에 띄인다.

아무래도 허허벌판에 도시가 들어섰을 때 동탄 주민들 뿐이었다면 지금은 인근 세교며 동탄2가 들어서고, 오산도 거기에 따라 팽창하게 된 여파가 아닐까?



여느 휴일과 다른 특징이라면 가족 단위로 산책 중인 사람들이 많다는 것.

여기 가족은 3대가 함께 웃고 떠들면서 느긋하게 걷는 중이다.



동탄복합문화센터에 오자 꽃을 테마로 많은 다양한 볼거리를 만들어 놓았다.

요건 원두막을 흉내낸 솟을 대문 같은 거?





센터 건물 정면엔 이렇게 작품을 만들어 먼 곳을 지나면서도 한 눈에 이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동탄복합문화센터를 지나 뒤뜰의 야외 음악광장으로 와 보니 몇 년만에 바람개비 천국을 만나게 된다.

(20140510_아카시아향 짙던 날)

3년 전과 비교해 보면 사진에 대한 애증이 많이 식어 있음을 실감한다.

물론 여행이나 여가 시간을 활용할 때면 카메라를 챙기긴 하지만 이 당시 만큼 여러가지 실험이나 시도를 하지 않는다.

자연스런 변화로 받아들여야지.



시뻘건 바람개비를 비롯, 5가지 오색찬란한 바람개비들이 불어오는 바람을 붙잡고 애정 표현을 한다.

바람개비가 가장 화려하고 역동적인 주인공이 될 때가 바로 바람이 부는 날인 만큼 이 날은 아주 신이 난 아이 마냥 흥겹게 돌아간다.

야외공연장 뒤 너른 잔디광장은 힘차게 돌아가는 바람개비로 덩달아 눈부시게 재탄생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반석산으로 오르기 전, 복합문화센터를 한 번 돌아 보고 크게 쉼호흡 후 올라가자!고 해봐야 10분도 안 걸린다지~



동탄복합문화센터에서 반석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에 합류는 불과 1백여 미터만 걸으면 되니까 많이 걷기 귀찮으면서 반석산에 오르고 싶을 때 종종 이용하는 루트다.

여기서 정상까지 10분도 안걸리니까 가장 힘 들이지 않고 산봉우리에 오르는 얇상한 방법이랄까?




정상에 도착해서 바로 팔각정 위로 올라 땀도 식히고, 호흡도 가다듬으며 사방을 둘러 본다.

다른 날은 항상 사람을 마주치는 곳인데 명절이라 그런지 나 뿐이다.

이참에 챙겨 온 커피를 홀짝이며 스피커 볼륨을 올려 잠시 가을 바람에 몸을 맡겨 보자.



정상에서 한참을 앉아 홀로 노닥거리다 호수공원으로 방향을 잡고 내려오던 중 녹색교 위에서 텅빈 대로를 바라봤다.

동탄2-용서고속도로-동탄-수원을 연결하는 허브 같은 도로라 평소 꽤나 많은 차가 세차게 달리는데 역시 명절 연휴 답게 썰렁하다 못해 정말 차가 북적이던 도로가 맞나 싶을 정도다.



호수공원으로 내려가던 중 들국화의 미소도 보고, 



들국화 무더기 옆에 진을 쳐서 먹이를 사냥 중인 거미도 만난다.

꽃이 많이 깔린 자리 옆이라 역시나 꿀벌이 많이 포획 되었군.

새끼 거미들도 많이 보인다.

어릴 적 워낙 많이 봐 오던 곤충이자 내가 싫어하던 모기를 워낙 많이 잡아주셔서 난 전혀 혐오스럽지 않다.

이 녀석도 그걸 아는지 내가 가까이 다가가도 쳐다보거나 말거나 제 할 일에 열중이다.



호수는 온데간데 없고 갈대밭만 보인다.

가을이 깊어가면 이 갈대들이 멋진 장관을 연출 하겠지?




갈대들에 휩싸여 도심으로 둘러보면 내가 사는 도시가 멋지게 보인다.

서울까지 출퇴근하다 보니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가끔 동탄이 어딘지 모르는 분들이 많아 설명을 해주는데 화성이라면 안 좋은 과거를 우선 떠올리고 마치 사람이 살기 힘든 곳으로 여기는 양반들도 있다.

그리 만만한 거리도 아니고 서울에서만 사는 사람이라면 주위를 일일이 알 수 없으니 이해는 간다만 나랑 좀 친분이 있는 잡것들이 그러면 괜히 욱!하는 건 편견이잖아!

나도 처음에 그런 편견을 갖고 있었고 막상 살면서 그게 우매한 편견이었단 걸 깨닫게 되었지만 한 번도 와본 적 없는 잡것들이 그러면 당장 갖고 있는 무기-머리-로 받아 버리고 싶다.

흥분하지 말자~~~





호수공원에서 벗어나 다시 가던 길을 바라고 조금 걷다보면 마주치는 인공여울의 데크.

조카들 데리고 오면 가장 재밌게 놀던 곳이 센트럴파크와 반석산 사이 광장, 그리고 여기다.

뭐가 그리 재밌고 신나던지 동탄만 오면 산책 나가자고 하던 판에 '그래, 너희들 오늘 한 번 고생해 봐라'하는 심정으로 동탄을 한 바퀴 돌면 이 녀석들은 멀쩡한데 나만 지쳐서 집으로 기어 들어갔다.

그러면 다른 가족들은 '너희들 월매나 팼길래 삼촌이 저래'라고 덩달아 웃픈 추억이 많아도 너~무 많다.



인공여울에 언제나 봐도 쓸쓸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벤치들.



민들레는 추위가 오기 전 자기 종족을 퍼트리기 위해 꽃잎을 떨구고, 대신 솜을 만들어 놓았다.

어여 불거라, 바람아~



주위를 둘러 보며 산책로를 걷다 보면 이렇게 금새 이 길의 끝이 가까워진다.



길 옆 탐스럽게 열린 맨드라미 꽃봉오리.



산책로 끝에 다다르면 그 어느 곳보다 허전해 보이는 인공여울의 최상류가 나온다.

물이 흥건해야 될 자리에 녹색이 무성히 자라 도리어 더 친근해 보인다.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곳이라 삭막한 것보단 차라리 이 녀석들이라도 자리를 지키는 편이 낫잖아.



산책로 끝에서 잠깐 쉬는 사이 남아 있던 해는 완전히 서산으로 기울고, 잠자고 있던 가로등은 서둘러 일어나 불을 밝힌다.

늘 친숙하게만 여겨지던 이 길이 이날따라 동정이 생기는 건 평소 가만히 앉아 자리를 지키는 모습이 텅빈 도시로 인해 인척이 간절해 보이는 내 생각 때문일까?

며칠 지나면 이 도시를 떠났던 사람들이 돌아와 다시 북적거릴 시절로 돌아갈 테니 걱정 붙들어 매거라~



마지막은 연휴 동안 홀릭했던 포켓몬고의 익살꾼 팬텀 되시것다.

음흉한 웃음일지 장난끼 가득한 웃음인지 모르겠다만 동글동글한 게 발을 까딱 거리면서 활짝 웃으며 쳐다 보니까 겁나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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