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7일이 지나 3일만 남았다.
역시나 일 주일 중 금, 토가 좋은 것처럼 앞두고 있을 때의 설렘이 가장 기분을 들썩인다.
집에 있으면 괜스리 우울해질 것만 같아 알을 깨고 나오는 어린 새처럼 자전거를 타고 늘 타던 코스를 넘어 평택행을 결심했다.
오산역까지는 자전거로 이동하고, 그 후 1호선 전철을 타고 평택역에 내려 지도로만 봐 왔던 안성천 자전거 길을 직접 라이딩하고, 미리 예약한 평택 도심의 숙소에서 하루 쉬고 다음 날 집으로 가는 계획은 처음의 두려움과 기대감이 교차되는 결정이었다.
초행길이라 평택역에서 부터 헤매는 바람에 시간이 생각보다 꽤나 지체되어 역사를 빠져 나왔고, 그리 멀지 않은 안성천까지도 상당히 지체되어 해가 서쪽으로 상당히 기울었을 시간 즈음 안성천에 도착했다.
자연스레 조급해질 수 밖에 없어 자전거길에 발이 닿자 마자 앞만 보고 냅다 달렸다.
물론 카메라로 찍은 사진은 전부 증발해 버렸고...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들인데 전망은 작살 났었다.
가을과 바다 인접한 강의 하구라~
끝이 없을 것만 같은 자전거길이 야생 습지의 무성한 풀밭을 가르는 이 장면, 참으로 멋지다.
사진이 멋진 게 아니라 이런 길을 날 좋은 가을에 자전거로 밟을 수 있다는 건 멋지지 않나?
강의 하구 인근이라 강폭이 상당히 넓고, 수심도 꽤나 깊어 보인다.
수영에 재능이 꽝인 내가 봐도 후달리는 구만.
실제 이 날의 가장 힘든 건 사정없이 날라 다니는 하루살이들.
가는 길에 벌떼처럼 날아다니는 하루살이로 인해 눈이 자주 습격 당했고, 다행히 미리 챙겨간 인공 눈물이 있어 위기 상황은 거의 없었다.
야생의 너른 풀밭이 어마무시하게 넓다.
내가 가기 1개월하고 며칠 전, 평택대교 붕괴로 인해 출입이 가능한 곳이 여기까지 였다.
원래 계획은 평택대교를 지나 이 자전거길의 끝에서 자전거를 돌릴 예정 이었지만, 평택대교 부근에서 출입이 통제 되었고, 분주한 현장을 옆에서 바라 보곤 자리를 뜰 수 밖에 없었다.
어차피 조금만 더 지나면 해도 질 형국이라 잠시 앉아 숨도 고를 겸 담아간 커피를 비우며 처음 온 이 자리의 주위를 한껏 둘러 봤다.
평택대교 너머 서녘의 구름이 석양을 집어 삼켰다.
오후 6시 무렵이라 금새 깜깜해지겠지?
돌아오는 길은 간간히 보이던 인적이 거의 눈에 띄질 않았다.
날벌레는 많고, 길은 잘 보이지 않고 해서 날이 완전 어두워지기 전 그나마 희미한 길의 형체를 따라 열심히 앞만 바라며 달렸고, 고수부지에 발을 들여 놓았던 군문교에 도착했을 땐 땅거미도 완전히 사라진 뒤 였다.
난생 처음 자전거를 타고 먼 곳까지 낯선 길을 와서 비록 먼 거리를 자전거로 이동하지는 않았지만, 감회가 신선했다.
처음과 달리 우선 저질러 놓고 수습하는 과정은 처음과 달리 두려움이 눈 녹듯 사라지고, 서서히 확신에 찬 자신감을 지나 선택의 용기를 확인시켜 주는 계기 였다.
그래서 늘 새로운 길, 헤메는 길 위에서도 괜찮을 거라는 위로 덕분에 두려움은 금새 사라지고, 어느새 헤매던 길과 그 일대 지리에 대한 방향 감각이 유별나게 빨리 익히게 된다.
황금 연휴가 이런 용기를 응원해준 날이기도 했다.
난 참 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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