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은 늘 유형지에 끌려가는 기분이다.
그렇다고 집이 싫은 건 아닌데 아쉬움의 심보가 터져서 그런걸까?
평택에서 자고 부시시 일어나 햇살 강한 오전에 쉬엄쉬엄 전철을 타고 갈 때와 똑같은 방법으로 돌아가며 보충된 체력을 이용하여 오산을 한 바퀴 돌다 가기로 했다.
이렇게 햇살이 좋은 하루다.
황금 연휴는 꺼져가는데 햇살과 바람 내음은 전형적인 가을이다.
이래서 배가 아픈가?
사랑밭재활원을 지나면서 부터 동탄의 오산천변 산책로가 시작한다.
희안하게 오산에서 만난 사람을 동탄 한 바퀴 돌고 집으로 가는 길에 또 만났다.
길의 끝에서 시작해 끝까지, 그래봐야 5km도 안 되지만 이제는 만만하고 익숙해져 버린 길이라 무시하면 안 된다.
반원 형태의 동탄 가장 중심부 길은 여전히 한산하다.
도시 중심부가 우측 반석산이다.
길을 가다 이렇게 벌써 부터 붉게 물든 단풍이 있다.
녹색과 벌건색이 한데 어우러져 강한 햇볕을 받고 있으니까 색감이 참 곱다.
역시나 벚나무는 성급하다.
봄에도 금새 꽃을 피우고 돌아서면 꽃잎을 떨어뜨리는데 잎새들도 마찬가지.
여기가 어디지?
아파트 울타리 돌담이 들국화 군락지다.
다시 가던 길을 재촉하다 문득 이 길이 생각나서 방향을 돌렸다.
가로수가 만들어 내는 터널길로 가을 채색이 되면 참말로 이뻐 그냥 혼자서라도 걷고 싶어지는 길이다.
물론 아직은 아니고, 이렇게 보니까 왠지 터널 같지 않게 빈약해 보인다.
집으로 돌아와 연휴가 끝나기 전, 명절 준비로 고생하신 오마니와 누님 뫼시고 스시 뽀개러 갔다.
우리네 오마니 세대의 질곡과도 같은, 온 몸 여기저기 쑤시고 시큰거려도 넋두리 못하신 분들인데 어느 누구도 보상은 커녕 당연시 치부해 버린 모습을 지겹도록 봐서 이 날은 살림살이 팽개치고 혼자서 엄두도 못 내신 스시!
미리 예약을 해야 되는데 걍 찾아갔더니 5분 정도 기다려 자리가 난단다.
좁은 식당 앞의 작은 벤치에 앉아 조금 이빨 터는 사이 금새 자리가 났고, 걍 폭풍 흡입한 저녁 식사.
드뎌 황금 연휴 중 대망의 마지막 날이 남았다.
아!스!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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