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황금 한가위 닷새 날_20171004

사려울 2019. 1. 5. 19:10

한가위 제사를 지내고 가족들과 남는 짬을 이용하여 무얼할까 고민하던 중 일단 무봉산자락 넘어 용인으로 가닥을 잡고 출발, 바다는 아니지만 확 트인 전망을 첫 번째 테마로 잡았다.

용인 이동저수지는 동탄 인접 담수 호수 중 신갈저수지, 고삼저수지와 함께 거대한 호수로 유명하다.




한가위 당일이라 성묘객들과 뒤엉켜 동탄 방면으로 들어오는 차들이 엄청나게 늘어나 정체 구간이 기나긴 꼬리처럼 늘어져 끝이 보이지 않았지만 반대 방향으로 진행하는 터라 수월하게 갈 수 있었다.

여름 내음이 남아 있어 호수 특유의 비린내와 살짝 더운 감도 있었지만 이동저수지를 처음 접해본 가족들은 내륙에 이런 큰 호수가 있었음에 감탄사를 내뱉느라 조금 불편한 날씨를 느낄 겨를 없었다.

허나 신갈저수지처럼 공원화가 되지 않아 야생의 자연을 느낄 수는 있지만, 오래 머무를 수 없어 명절이고 허니 이름만 듣던 가까운 사찰로 이동하기로 했다.

그 사찰이 와우정사로 불상이 누워 있단다.



역시나 용인 시가지 방면으로 들어오는 차들은 정체 구간이 끝 없이 긴 꼬리를 물고 있었는데 반대 방향으로 진행되는 우리 차선은 한층 여유가 있었다.

그 말은 즉슨 돌아 올 때 각오해야 된다는 뜻이렸다?

와우정사에 도착했을 때 넓은 주차장은 입추의 여지가 없을 만큼 차량과 사람들로 빼곡했다.

뭔 사람들이 그리 많다냐!

주차장에서 차를 세워 놓고 사찰까지의 짧은 구간 동안 도로를 이용하는데 거의 인파의 흐름에 휩쓸려 갔었다.

사찰 입구는 이렇게 널찍한 연못과 석가 두상이 지키고 있다.

두상 앞에 사람 크기 보면 대충 감 잡히지?



난 무신론자, 오마니나 다른 몇 가족들은 불교라 나는 사진에 전념, 종교가 맞는 가족들은 열심히 절하기로 하고 카메라를 둘러 맨채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가끔 마주치면서 점점 산허리를 올라가는 형국이었다.

벽화는 비교적 뚜렷하게 보존되어 있는데 관리가 잘 된 건지 아님 근래에 완성된 작품인지는 알 수 없다.-물론 관심도 없..-



계단식으로 땅을 닦아 놓고 탑을 올려 놓았다.



중간쯤 왔으려나?

곳곳에 이런 석불들이 있는데 성인도 있고, 동자도 있다.



계단식으로 축조해 놓은 석탑이 일렬로 늘어서 있다.

그리 적은 수가 아닌데?



멀리 산 언저리에 돌무더기 탑도 제법 많다.



드뎌 와우정사의 누워 있는 불상 발견.

많은 인파로 사진 찍기 쉽지 않아 순간 포착하듯 셔터를 눌렀지만 조도가 약한 덕에 손떨!-수전증 절대 아님-

바로 누워 있을 줄 알았지만 서로 쳐다 보자고 측와위 자세다.



길을 따라 계속 오르다 보면 산 언저리에 이런 무더기 탑도 있다.

또한 절이 무척 넓어 여러 가지 건축물과 조형물도 있더구먼.



길의 끝이려니 여겼는데 아직 끝이 아니었다.

작은 광장에 이런 불상도 있다.



이왕 온 김에 끝까지 길을 따라 오르는데 어느 순간 인파의 흔적이 전혀 없는 한적한 길로 접어 들어 가파르다.

도중에 이런 동자승도 있는데 묘하게 불상들의 생김새가 이질적이다.

국산 같지는 않고 마치 인접한 외국인 같다.

이날도 많은 동남아시아 관광객들이-그냥 외모로 넘겨 짚음, 왠지 외모가 선하게 보이기도 하고- 있었는데 내가 사는 고장에 이렇게 유명한 관광지를 뒤늦게서야 알게 되었다.

이참에 위키트리에 와우정사도 찾아 본 계기도 되었다.



셀 수 없이 많은 석불 피규어(?)

흔히 불교에서 자주 등장하는 108이라는 수보다 많은 거 같지만 귀찮아 세어 보는 건 패쓰!




와우정사가 얹혀 살고 있는 은이산 중턱, 사찰 내부와는 달리 거의 가공되지 않은 비포장된 광장이 있는 절 길의 끝엔 큰 석불상이 합장? 기도?를 한 자세로 서 있다.

마침 더운 날씨와는 달리 전형적인 가을 하늘이라 이렇게 사진으로 보자니 가을스럽다?

사진을 담을 당시 오고 가는 사람이 거의 없고 우리 가족들만 있었다.



너른 사찰을 모두 둘러 보고 내려와 주차장으로 가던 중 입구의 큰 연못에 이런 올빼미? 부엉이? 가족도 보인다.

연못 너머 버섯 모양 지붕은 펜션인데 그날 둘러봤을 땐 잠시 운영을 하지 않았던 듯 싶다.

한가위가 아니면 많은 가족들이 한꺼번에 모이기 쉽지 않은데 명절이라 함은 단순히 휴식을 주거나 여행의 기회를 주는 의미를 넘어 뿔뿔이 흩어져 지내는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얼굴 마주하며 그간의 못다한 정을 나누라는 조상의 혜안 같다.

예전이야 당연히 대가족이 한 지붕에 모여 대대손손 그 자리에 말뚝 박는 게 현실이었다만 문명은 결국 대가족을 쪼개고 흩어지게 만들어 점점 멀어지고 종내엔 남남이 되게 했다.

설령 명절의 목적이 변질되고 퇴색될 지언정 이런 의미 있는 시간이라도 함께 한다면 간절함과 정겨움은 배가 되지 않을까?

종교를 넘어 가족의 정도 싸늘해지는 시점이라 가끔 이런 고마운 시간들에 감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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