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가을로 넘어온 한가위에도 여름의 위력적인 폭염은 여전했고, 에어컨은 연일 휴식도 모른 채 끊임없이 돌아갔다.
베란다 창 너머 하늘빛은 완연한 가을이건만 더위는 지칠 줄 모르고 그 세상 아래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 더위에 주눅 들었고, 오죽했으면 고양이도 덥다고 에어컨 앞에서 애정 공세를 폈다.
그러다가도 창밖 청명한 하늘빛에 이끌리듯 가족들과 뭉치를 차에 태워 가까운 노작 호수공원으로 갔는데 혈기왕성한 뭉치만 신났다.
하늘빛은 이렇게 고울 수 있을까?
뭉게뭉게 피어나는 구름의 선들이 선명하다 못해 마치 눈앞에 바짝 다가온 것처럼 입체감이 풍부했다.
더위와 한가위가 겹친 날이라 너른 공원은 텅 비어 강아지들이 뛰어놀기 안성맞춤이었다.
사진에 뜨거운 더위가 표현되지 않아 마치 서늘한 가을 아래 메타세쿼이아가 서정적으로 보였지만 더위 아래 모든 게 주눅 들기 마련이라 얼마 지나지 않아 뭉치집으로 철수했다.
돌아가는 길에 이 자리에서 습관처럼 사진 찍던 게 얼마 만이었을까?
여름의 녹음과 가을의 푸르름, 그리고 익어가는 모습이 한 사진에 담겨 실제로도 무척 이쁜 광경에 마음만은 가을에 젖었다.
뭉치도 더위를 먹었는지 집에 들어와 얼마 설치지 못하고 납짝 엎드려 배를 타일 위에 깔았다.
대리석이라 확실히 차갑긴 했는데 그게 녀석에겐 절실했나보다.
천방지축에 정 많은 뭉치의 액체가 된 모습을 마지막으로 뭉치와 작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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