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5일이던 연휴가 올해는 4일로 불과 하루 차이임에도 상당히 짧고 억울한 기분이 드는 이유는 뭘까?
한가위 연휴로만 따진다면 하루지만 올해 국경일이 주말이나 일요일에 끼어 있던 탓에 전체 연휴에 대한 지나친 감정이입으로 전이된 건 아닐까?
삼일절이 일요일이요 현충일, 광복절, 개천절이 토요일이니 극에 달한 국경일의 감질맛 보소.
그래도 한탄으로 헛된 시간을 보낼 수 없는 노릇이니 다른 연휴처럼 일단 집을 뛰쳐 나와 사람들이 빠져 나가 텅빈 거리를 활보했다.
예전처럼 오산천변 산책로를 바라고 눈썹이 휘날리도록 자전거를 타고 날아갔다.
(2013년 조용한 한가위 연휴 첫 날, 2014년 한가위 연휴 둘째 날의 텅빈 산책로)
다만 달라진 점은 자전거를 업그레이드 했던 만큼 거리를 길게 잡을 수 있었는데 그간 매처럼 치밀한 관찰력으로 오산까지도 별 무리 없이 좋은 코스가 될 수 있다는 스스로의 검증을 끝냈기에 페달을 밟는 다리 힘은 나도 못말려.
사랑밭재활원을 지날 무렵 예전과는 다르게 간간히 지나는 사람들이 눈에 띄이는건 참 신기한 일이다.
사람을 만나는게 신기한 건 명절을 앞두고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느낄 수 있는 진풍경인데 올해엔 내가 좀 늦게 나섰는지 몰라도 지나치는 사람을 보는 건 하늘에 별따기만큼 희귀했었던 것과 비교하면 분명 낯선 풍경이긴 하다.
오산천을 따라 이제 반석산 옆 산책로에 접어들어 볼까?
사진엔 표현되지 않은 가끔 마주치는 사람들도 내가 신기한 가 보다.
평소처럼 앞만 바라 보며 가는게 아니라 서로 빼놓지 않고 눈이 마주치고 있었으니까.
반석산 산책로를 접어들 무렵 뭔가 나를 째려 보는 시선을 느껴 고개를 들어 보니 다람쥐 한 마리가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곤 쏜살같이 달아나 버린다.
아이뽕으로 확대를 한답시고 줌을 당겼더니 사정없이 망가지는 화질이 안습이구먼.
동탄 유일의 자연 폭포(?)는 반석산에서 내려오는 물줄기가 떨어지는 곳인데 올해엔 둘레길을 만든답시고 가만히 잘 보존되던 이 실개울을 요따구로 망가뜨려 놓았다.
이런건 가만 두고 위에 다리만 살짝 올려 놓아도 될 것을...
반석산 둘레길을 만들어 놓은게 매끈한 공원길 산책이 아니라 도심에서 보기 힘든 자연 숲에 잠시 힐링하라는 의미 아닌가?
물론 자연은 시간이 걸리긴 해도 서서히 복구되고 동화되어 가겠지만 요로코롬 괴롭히지는 말자규
아쉽더라도 갈 길은 가야 되는데 한동안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사진으로 남겨 두진 못했구나.
길 바닥에 자욱한 낙엽을 보노라니 가을이 실감나기도 하고 그 낙엽을 밟고 지나가는 사각거리는 소리가 듣기 조~타.
산책로 최북단 동탄나들목까지 쉴 틈 없이 날아갔다 다시 남쪽을 바라고 쉴새 없이 달려서 이렇게 오산천 고수부지 중 오산 시내를 벗어난 지점까지 날아 왔다.
그래도 여긴 동탄에 비해 눈에 띄게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이 간간히 보인다.
부는 강바람에 몸을 흔들어 대는 갈대의 손짓이 좋아 힘든 줄 모르고 달렸건만 어느새 오산천 고수부지 끝까지 힘든지 모르고 달릴 줄이야.
엔진이 아직은 쓸만 하다.
최남단에서 턴을 하듯 강을 건너 맑음터 공원 부근에 다다르면 이런 습지와 야생화 천국이 나온다.
사진을 찍는다고 잠시 멈춰서 셔터를 누른 직후에 바로 지나는 반가운 사람은 다시 셔터를 눌러 사진으로 담았지만 초상권 문제(?)로, 또한 적막한 분위기를 찍자고 나왔으니 그 고집을 그대로 밀고 나가는 의미로 이 사진만 올리자.
아버지 제사를 지내는 고로 오마니와 함께 전이며 제사음식을 만들고 나니 제법 밤이 깊었는데 피부에 닿는 가을 밤공기가 좋고 냄새가 향그로워 다시 자전거를 탄 채 오산천변 산책로를 나왔다.
이왕이면 커피 한사발 땡길 수 있는 단골 카페에서 여유롭게 커피향을 곁들였다면 좋았겠지만 명절 연휴 내내 굳게 닫힌 문이 좀 실망스럽긴 해도 이 마음 편한 여유가 어디냐!
하물며 아무도 없는 산책로를 밝히는 가로등의 불빛 조차 가을 내음이 섞여 따사롭고 정겹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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