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 세상이 눈 뜨기 전 새벽같이 일어나 옆에서 새록새록 잠 드신 오마니 깨실까 까치발을 들고 카메라와 스피커를 챙겨 밖으로 나왔다.
경기도를 벗어난게 올만인 오마니께선 무척 피곤 하셨는지 그 밝으신 잠귀도 피로에 깜깜해 졌나보다.
다행히 일출 전의 여명이 낮게 깔려 타이밍은 굿이여!
오투리조트의 동편 주차장 끝에 서서 주름과 안개로 첩첩한 산들이 빼곡히 보이는 이 장관을 찍었두마 실제 육안으로 보던 색감과 차이가 나도 넘무 난다.
필름시뮬레이션을 번갈아 바꿔가며 찍었건만 그냥 새벽의 싸늘한 느낌으로 왜곡되는 이유가 뭘까?
그렇담 화밸을 조정해 보자 싶어 몇 가지 바꿔 촬영 했는데 보이는 느낌을 근접하게 표현하기 시작했다.
요건 선풍기 같은 매봉산 풍력 발전소의 바람개비들~
실제 째려 보면 무쟈게 큰데 아무래도 거리가 있다 보니까 쥐똥 만하게 나온다.
육안과 가장 흡사 했던 사진으로 화밸 문제였다.
새벽의 싸늘함에 얇은 잿빛을 뿌려 황량한 느낌이 베어 나는 힘빠진 상쾌함이랄까?
렌즈도 바꿔가며 몇 장을 찍는 사이 일출을 예고하듯 고르던 하늘의 질서 정연한 빛깔이 깨지기 시작한다.
드뎌 동편의 산마루를 꾸역꾸역 올라온 태양이 오늘의 서막을 알리는 첫 인사.
일출을 보러 잠시 머물렀던 어르신 한 분을 제외하고 혼자서 주구장창 자리를 지키며 넓직한 공간 덕에 평소보다 음악을 크게 틀어도 전혀 민폐가 아닌 상황이라 느긋하게 일출을 감상하는 사이 태양은 허공에 떠올라 세상을 밝혔다.
찰나의 순간 같건만 꽤 많은 시간이 흘렀더구만.
세찬 산바람이 아니었다면 그 장관을 동영상으로도 남겼을 텐데 잠깐 찍은 동영상엔 바람이 마이크를 장악해 버려 온통 소음 뿐이고 카메라를 잡았던 손은 바람이 뒤흔들어 수전증 작렬하신다.
그나마 사진으로 수십 장을 남겼음에 위안 삼아야지.
약간 뿌연 대기로 오지의 선명하고 또렷한 산마루를 볼 수 없었지만 구름 한 점 없던 맑디맑은 날이었음에 감사 하는 수 밖에...
마지막에 아이뽕으로 몇 장 남긴 사진을 보면 색감을 제외하고 훌륭하다.
이런 디테일과 개성적인 느낌 표현이 마음에 쏙 드는데!
워낙 늦잠을 즐기는 생활 습성상 일출 보기 쉽지 않은 내게 있어 태백에서의 일출은 여행의 보람을 미리 되갚음과 동시에 이제 시작할 여정의 첫 발걸음을 한층 가볍게 해 주는 응원과도 같았다.
첫 단추를 잘 끼웠으니까 이제 쓸쓸 떠나가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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