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골짜기의 세찬 강물처럼 부지불식간에 세상의 등을 떠밀어 벌써 19년의 한 달과 보름 정도를 집어 삼켜 버렸다.
다만 소리가 전혀 없다.
그 기운찬 시간의 물결을 보다 보면 산을 깎고 바위를 도려 내듯 얼굴에 자글한 주름을 패고, 머릿칼에 검은 색소를 시나브로 현혹시킨다.
약속처럼 언젠가 기다림에 익숙해 지리라 단언했건만 자취 없이 할퀴는 촉수의 야속함에 익숙해졌던 초연마저 상실되는 시간의 흐름.
할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아직은 많아 번번히 서운함을 잊게 된다.
석양 빛이 아파트 건물에 부딪혀 눈부시다.
이번 겨울은 혹한이 거의 없었지만 반석산에서 흐르는 여울은 여전히 얼어 있는 걸 보면 아직은 겨울이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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