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추억 속 간이역의 출발이자 종착지, 정선역_20200202

사려울 2021. 7. 8. 06:03

기차역의 낭만을 보고 싶거들랑 정선역으로 가야된다.
막연한 그리움, 기대와 설렘.
기차역은 예나 지금이나 특유의 감성은 변색되지 않는다.
곡선의 철길은 직선화 되면서 의도와 결과만 중시되지만, 기차역은 문명의 혁명에도 결국 건재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이다.
처음 정처 없이 기차 여행을 떠나 도착한 곳이 정선역이라 몇 년 동안 기억을 고스란히 숨겨둔 채 애써 외면했던 진실은 봄의 기지개처럼 견고한 땅을 비집고 나오듯 어쩌면 나는 정선역이 변화하지 않길 바랬지만 발아하는 호기심을 막을 순 없었다.
시간의 흔적이 완연하지만 묘하게도 수채화 같은 추억의 담담한 행복은 어떤 상흔도 없다는 걸 확인한 게 뜻 밖의 수확이랄까?

시간의 이야기가 그토록 많던 간이역은 대부분 사라지고, 기차의 정취도 이제는 많이 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선역을 찾은 건 처음 정선을 방문 했던 당시 이 역에서 정선 여행을 출발했고, 여행을 하기 위한 용기를 복돋아준 곳이기 때문이다.
첩첩산중 정선에 오기 위해 제천역 인근에 차를 세워 놓고, 덜컹이는 무궁화호를 이용하여 증산역까지, 다시 증산역에서 정선을 오가는 꼬마열차를 이용하여 정선역에 내리면 걸어서 정선읍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그렇게 두 번을 다녀온 뒤 그 이후로는 자차만 이용했지만 여전히 그 시절 정선역의 정취는 기억에 선하다.
이용객이 거의 없는 시골 역사치곤 정성 들여 꾸며 놓은 조경이 인상적이었는데 전체적으로 시간의 흔적이 낡은 느낌보다 정성스레 꾸며놓은 덕분에 정겹던 느낌이 강했고, 무심하게 플랫폼을 걷는 동안 꽤나 그 기분에 몰입했던 것 같다.

그래서 당시를 회상하며 플랫폼에 발을 디뎌 무심하게 둘러봤다.
역사는 크게 달라진 것 없이 당시 건물 그대로에 여전히 잘 관리되어 내부는 깨끗하고 조경은 여전히 정겨운 분위기를 잘 재현해 놓았다.

플랫폼은 눈에 띄게 달라진 것 없고 다만 일부 보도블럭으로 교체해 놓은 대신 역사 주변은 완연히 달라져 풍물 장터나 먹거리 포차 같은 게 조성되었다.
정선 자체가 원래 이런 소소하게 숨겨진 작은 것들을 잘 발굴하여 다른 고장과 차별화 시켜 기획하는 노하우가 있나보다.
예전부터 그랬으니까.
하늘벽 구름다리가 그랬고, 화암동굴이나 사북-고한이 그랬으니까.

내부는 눈에 띄게 달라졌는데 인테리어 변화나 현대식 개조는 그렇다쳐도 북카페는 특징적이다.
좌측 음료 메뉴를 보면 서양 문화가 가미된 현대식 메뉴의 대명사 커피와 더불어 전통차를 놔뒀고-신구의 조화로움이란-, 오래된 역사를 전혀 느낄 수 없이 깔끔하면서 짜임새도 있게 꾸며 놓았다.
캐릭 인형들은 무척 앙증 맞은 걸!

역사 역시 무심한 듯 하면서도 정취에 빠져 둘러보고 완전히 달라진 정선역광장으로 나오자 과거 덩그러니 넓던 모습이 아닌 짜임새 있게 공원처럼 꾸며 놓았다.
그 역사를 뒤로 하고 돌아오는 발걸음은 무척 무거워 몇 발자국 걷다 뒤를 돌아보게 되었다.
언제나 기차역에 들어서면 설레고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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