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뒤돌아봄 없이 곧장 고속도로를 경유해 남제천IC를 거쳐 청풍호에 다다랐다.
연일 미세 먼지의 습격이란 내용이 빠지지 않는 가운데 신념을 달랠 순 없기에 계획대로 강행을 했고, 칼을 뽑았으면 돼지 감자라도 잘라야 되는 벱이다 싶어 미리 예약한 숙소의 체크인도 잠시 미뤘다.
비록 제천에 터전을 잡고 있는 청풍호와 석양이 뿌옇게 바래도 가슴에 새겨진 기억을 뒤덮을 수 없듯 정교하게 새겨진 이 아름다운 기억에 기대어 먼지는 잠시 눈을 무겁게 하는 졸음 그 이상이 될 수 없다.
모노레일의 마감 시각이 좀 더 빨라 케이블카 운행 시각을 맞추기 위해 부랴부랴 서둘렀고, 다행히 넉넉하지 않지만 케이블카를 이용해 늘 지켜 보기만 했던 비봉산에 오를 수 있었다.
크리스탈 버전의 케이블카에 몸을 맡기고 바깥 풍경을 감상하다 보면 어느 순간 급격한 경사에 직면하게 되고 과연 저런 급경사를 케이블카가 오를 수 있을까 의문이 드는 시점부터 거의 수직으로 급상승하고, 그 시점부터 마치 독수리가 되어 허공의 기류를 타고 상승하는 기분이 들어 어느 순간 의문과 불안을 입에서 나오는 탄성에 실어 털어 버렸다.
비봉산 정상인 케이블카 정거장에 도착하자 큰 테라스가 설치 되어 있고, 마감 시각이 임박 했음을 끊임 없이 외치는 케이블카 직원들의 재촉을 잠시 동안 외면한 채 주위를 둘러 보자 청풍호를 물들이는 석양이 밝혀졌다.
급히 내려가는 케이블카에 몸을 맡기자 올 때와 마찬가지로 급격한 내리막을 만나 추락하는 기분을 느끼던 찰나 케이블 위에 앉아서 쉬는 제비를 보고 너털 웃음이 나왔다.
저 유유자적한 모습이 부럽기도 하고.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 오며 주위를 살피자 산 등성이 곳곳에서 여전히 만개한 벚꽃들이 솜뭉치를 뿌려 놓은 것처럼 화사한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더불어 올 봄 들어 갓 태어난 나무의 싹이 싱그러운 녹색을 발산 시키며 봄의 정취가 물씬하다.
한결 같은 색은 없고 심지어 사시사철 푸르다는 소나무 조차 새로운 녹색 파장을 연이어 뿜어 대는 판에 쉽게 눈이 지치는 화려한 색감보다 오래 봐도 질리지 않는 자연의 싱그러운 색으로 인해 주위를 꼼꼼히 둘러보던 사이 케이블카는 벌써 정거장에 도착했다.
올 초에 방문했던 여수에 비해 확실히 거리가 짧아 감질맛이 난다.
케이블카 정거장에서 빠져 나와 청풍 문화재 단지에 들어섰지만 이미 마감한 상태라 서운한 마음에 호수가 조망되는 장소로 걸어가 청풍면 만큼이나 고요한 진한 옥색빛 호수를 바라 보며 아쉬움을 달랬다.
청풍 문화재 단지의 문은 굳게 닫혀 있고 문을 지키는 포졸들은 피로에 쩔어 있다.
잠깐 동안 빡빡한 시간을 이용해 폭풍처럼 둘러 보는 발걸음과 정반대로 평일 청풍호반은 무척이나 조용했고, 조만간 찾아올 밤에 밀려 잠시 후 자리를 뜨고 저녁 식사를 위해 청풍면으로 접어 들었다.
마땅히 메뉴를 정한 처지가 아니라 한 바퀴 둘러 보던 중 활짝 문을 열어 놓은 식당을 발견하여 식사를 해결하기로 한다.
손님 없는 조용한 해장국 집에 자리를 잡고 앉아 호로록 먹는 국물은 그리 일품이 아니어도 정신 없이 지나간 시간에 잠시 잊어 버린 끼니를, 어느 정도 긴장이 풀림과 동시에 폭풍처럼 밀려온 허기를 달래기엔 충분했다.
맛집이 아니어도, 여행 중 제대로 된 식사가 마음 먹은 대로 쉽지 않는 걸 감안하면 이런 따스한 국물이 지친 어깨를 다독이고 꺾여진 의지를 응원할 때가 많다.
아직 하루가 끝난 건 아니지만 과하지 않은 든든한 속이 내 의지를 다잡아줌으로 머릿속 동선을 행동으로 떠밀어 준다.
조금만 지나 밤이 되면 레이크호텔 주변 산책로 산책이 남아 있어 얼른 줍줍하고 일어나 체크인이나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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