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일상_20240930

사려울 2024. 10. 9. 22:47

점심 시간대를 이용한 산책에서 체육공원을 넘어 비교적 상층 수종에 해당되는 나무들이 빼곡한 숲을 지나게 되었는데 정책의 일관성이 떨어져 이제는 시들할지 몰라도 초기 시민숲으로 조성할 당시엔 야심 차게 준비한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

숲 한가운데 데크길을 조성하여 숲의 파괴를 막음과 동시에 그런 숲을 자산으로 가꾸려 한 흔적을 보면 서울 도심에서 숲을 만나기 어려웠던 과거와 비교해 태생적으로 물려받은 환경적 자산은 단기간에 이룰 수 없는 만큼 이용하는 입장에서 행운이기도 했다.

낙엽송을 비롯하여 비교적 다양한 상층 수종들과 그 아래 다른 수종들로 구성된 무성한 숲을 관통하는 데크길에 들어서면 특유의 경쾌한 발자국 소리가 울리면서 그와 함께 걸음 또한 가벼웠다.

숲을 지나 도로와 합류하는 지점에서 어린 냥이가 황급히 도망을 갔고, 이 지점을 지나면서 녀석이 왜 그 자리에 있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얼핏 봐도 심하게 마른 턱시도 어미냥이 죽어 있었다.

어린 생명들이 생존을 깨치기 전에 어미와의 작별은 얼마나 가혹한 현실을 맞이하게 될지, 든든한 응원자이자 보호막이었던 어미와의 작별로 어린 녀석들은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칠흑 같은 암흑을 헤쳐나가는 것과 같다.

불쌍한 어미냥과 홀로 남은 어린냥을 응원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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