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일상_20240605

사려울 2024. 7. 11. 19:24

여름으로 가는 계단에서 필연은 바로 산을 가득 메운 밤꽃으로 때론 매케한 향이 숨막힐 듯 대기를 가득 채웠다.
이 꽃과 향이 지나면 어느새 여름은 이 땅에 깊은 뿌리를 내리고, 좋든 싫든 우린 활력이 넘치는 여름에 맞닥뜨렸다.
그렇게 후덥지근하고 짜증나는 여름이라도 우린 넉넉한 낮을 즐기며, 때론 계곡이나 바다로 도피하게 되는데 그건 도피가 아닌 고난을 이기고자 하는 인간의 각성 본능이었다.
밤이 찾아오는 저녁에 단출한 차림으로 산책을 하며 더위를 만나는 동안 여름은 힘든 둔턱이 아니라 과정의 일부임을 몸소 느끼며 극복했다.

어스름 밤이 찾아올 무렵, 가벼운 차림으로 걷는 동안 꽤 많이 걸었다.

야외공연장에 남은 장미는 마지막 혼신을 붉게 태우고 있었다.

심장을 가진 생명이 아닌 숙원이 모인 생명인 석상은 늘 같은 자리를 지키며 종종 찾는 사람들에게 있어 염원의 실체를 증명했다.

이제 막 불이 밝혀지기 시작하며 낮에 빼앗긴 밤의 시간이 되었다.

장마가 오기 전에 필연은 바로 밤꽃으로 산을 가득 채웠고, 매캐한 향으로 대기도 가득 채웠다.

어느새 기나긴 낮이 꺼지고 밤이 찾아와 잠자던 등불이 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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