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선 굵은 주말과 휴일 사이, 부산 기장 장례식장 조문_20240323

사려울 2024. 5. 30. 02:25

여주에서 일행과 작별한 뒤 곧장 기장 장례식장까지 달려 자정 무렵에 도착, 병원 주차장인 줄 알고 차를 세운 주차장은 사실 병원과 무관한 유료주차장이었고, 처음엔 그것도 모른 채 차에서 내리자마자 화사하게 핀 목련을 보며 상쾌한 밤바람에 잠시 심호흡하며 뻐근한 몸을 풀었다.

장례식장으로 가자 거기에 따로 주차장이 있단 걸 알곤 잠깐 주차했던 주차비를 결제하고 제대로 주차를 한 뒤 장례식장으로 들어가자 출입구가 조금 복잡해서 헤매기도 했다.

때마침 장례식장 1층 일부가 작업과 관련된 분들을 위한 주차장이었는데 바삐 작업 중이신 분들께 여쭤 겨우 찾긴 했었다.

중부지방엔 아직 목련 만개 소식이 없었는데 여긴 벌써 이렇게 화사하게 만개한 걸 보면 역시 남부지방의 기온이 포근했었나 보다.

이상고온처럼 덥던 낮과 달리 밤이 되자 바람은 제법 상쾌했는데 먼 거리를 달려 도착했던 만큼 그 공기가 얼마나 청량하게 와닿던지, 게다가 차문을 열자마자 바로 앞에 목련이 있었으니까 기분이 업 되어 장거리 운전에 대한 피로가 일시에 사라졌다.

장례식장 출입구에서 헤매는 사이 희한하게 첫인사를 나눈 건 어린 냥이였는데 무언가를 찾느라 다가와서 몸을 비비다가도 이내 두리번거렸다.

근데 행색이 왜이리 불쌍하누!

츄르를 챙기고 밥도 챙겨줬지만 내게 와서 몸을 비빌지언정 츄르도 한 입도, 밥 한 줌도 거들떠보질 않았다.

무언가 찾는 듯 계속 두리번거리는 걸 보면 녀석에게 있어 밥이나 츄르 이상의 소중한 무엇이 있었나 보다.

우측 눈밑은 눈물을 흘린 자국인가?

조문을 끝낸 뒤 식사를 하며 상주내외와 가벼운 대화를 나눈 뒤 상주와 함께 나오자 녀석은 여전히 자리를 떠나지 않고 두리번거리며 무언가를 찾는 눈치였다.

SNS 친구분 예상엔 자리를 떠나지 않고 무언가를 찾는다는 건 유기 가능성이 높다는 말씀, 왠지 공감되어 어린 녀석이 더욱 불쌍하게 여겨졌다.

한참 녀석과 부비부비하다 두고 떠나야 하는 마음이 무거웠지만 내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건강하길 바랄 뿐.

상주인 회사 사우와 함께 밖을 나와 선 채로 꽤 오래 대화를 나눈 뒤 헤어져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출발했다.

한참을 달려서야 가는 방향이 잘못되었단 걸 알았는데 어영부영 광안리까지 와버렸다.

이왕 잘못 든 길 밤바다의 화려한 야경에 잠시 눈요기나 하자 싶어 차에서 내려 선자리에서 느긋하게 감상한 뒤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상행할 수 있었다.

주말과 휴일, 이틀 동안 원주 여정에 이어 예상치 못한 장례식장 조문, 그리고 휴일에 모임의 저녁 식사까지.

바쁜 주말 휴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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