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봄 내음 물씬한 계명산 휴양림_20190414

사려울 2019. 8. 24. 02:05

4월 14일.

마지막 애달픈 미련의 벚꽃이 남아 절정의 봄이 떠나는 귀띔에 따라서 떠날 채비를 했다.

강원도, 경기도 지형을 복합적으로 품고 있는 충주, 그 중에서 급격한 산지가 시작되는 계명산에서 떠나려는 봄 마중에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절정의 시간들을 보냈다.

벚꽃이 일본 국화라고 할 지언정 숭고한 자연을 소유할 수 없는 억지는 동의할 수 없다.

또한 자연을 소유하는 건 건방진 우매일 뿐.

계명산 휴양림 통나무집에서 자리를 풀고 해가 진 뒤 길을 따라 산책을 다녔다.



호수와 마을이 어우러진 곳, 그 곳에 밤이 찾아 오자 야경 또한 함께 어우러진다.




충주 시내를 갔다 휴양림으로 찾아가는 길에 계명산 언덕을 오르면 어느 순간 호수와 산이 펼쳐진 전경이 보인다.






산책로를 따라 떠돌다 한 자리에 앉아 한참을 야경과 벚꽃에 심취한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벚꽃이 몸을 두서 없이 흔들어 대지만 화사한 자태엔 변함 없다.

계명산 아래 작은 마을이 뿜어대는 야경과 한 없이 빨려들 것만 같은 거대한 충주호를 한 눈에 관망할 수 있는 자리에 앉아 들려 오는 음악 소리는 옥수수차에 풀어 놓은 한 스푼의 꿀 같다.








이튿날, 전날 밤에 걸었던 산책로를 그대로 답습하며 짧은 시간 동안 아쉬움을 토로해 본다.

마냥 붙잡을 수 있는 시간이 아닌 만큼 그립던 자연에 덤덤한 작별 인사 정도는 해줘야 진흙 같던 아쉬움을 조금이라도 털어 낼 수 있다.




물론 시선은 화사함에 현혹되어 다른 주위를 둘러볼 겨를이 거의 없지만 잠시 한 눈을 팔면 완연한 봄의 채색은 쉽게 알아 차릴 수 있다.

그저 녹색이 아니라 담담하고 화사한 녹색과 함께 어울린 들판 또한 한 해 중 요맘 때만 볼 수 있는 기분 좋은 녹색 아닐까?




따스한 봄날 만큼이나 화사한 벚꽃에 눈이 멀어 버린 호박벌 한 마리가 가까이 있는 내겐 안중에도 없이 꽃 여기저기를 분주히 오가며 열 일 중이다.

이 날 벚나무 아래 잠시 서서 익숙한 잡음에 고개를 들고 한참을 쳐다 봤는데 얼마나 꿀벌들이 많았으면 세상 소음마저 꿀벌의 날갯짓 소리에 비하면 한낱 미물로 여겨졌다.





호수와 마을, 벚꽃과 꿀벌들이 모여 연출해내는 이 경관은 분명 절경이라 불러도 손색 없을 만큼 눈과 마음이 시원해지고 가슴 트이는 경험을 느낄 수 있었다.

산이 놓여 있어 동탄보다 늦게 벚꽃이 만개 했는지 절경 앞에 절정의 봄이 펼쳐져 있다.





벚나무에 엄청난 수의 꿀벌들의 분주한 날갯짓 소리가 세상 모든 소리를 집어 삼킬 만큼 공간을 가득 매웠고, 폰으로 조악한 레코딩을 했음에도 그 소리는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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