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일상_20161008

사려울 2017. 3. 14. 23:12

몸에서 새록새록 기생하던 각종 습진들이 창궐할 무렵, 난 가려움에 항복하고 주말 이른 아침에 병원을 찾아야만 했다.

가을의 청량감을 가득 누리면서 나를 가렵게 한 녀석들을 물리칠 수 있다는 신념 가득 안고 집으로 돌아가는 거리는 여름이 물러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건 벌써 성급히 가을 옷으로 갈아 입었네!



따사롭게 내리쬐는 가을 햇살과 더불어 길가를 가득히 덮은 국화는 호랑나방들의 안식처가 되어 퍼질러 일광 중이시다.



걷는 김에 주말 아침의 조용한 거리를 막무가내로 산책해 본다.

전형적인 가을의 드높고 청명한 하늘에 맞춰 햇살은 겁나 따가운데 찌든 여름을 씻어 주는 보약 같은 날씨라 지친 육신에 생기를 불어줘 마치 이 상태라면 하루 죙일 걷더라도 전혀 지치지 않을 것만 같다.

그렇다고 걷겠나마는.



독실한 불교 신자이신 울 오마니의 제안도 가을에 넘치는 활력을 주체하지 못해 무조건 고!

그리하야 무봉산 자락의 터줏대감, 만의사로 행차하시어 열심히 공덕을 쌓으시는 오마니와 떨어져 배회하듯 돌아다니며 사진을 담아뒀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 오는 초봄의 차갑지만 춥지 않아 괜스리 기분 좋아지는 계절과 더불어 요맘때도 이유 없이 내가 좋아하는 그 계절이라 지친 기색을 전혀 느끼지 않고 이 공간을 활보하고 다녔다.

법당 너머 불상이 고개를 빼꼼히 내밀며 미소를 작렬하고 있구만.



칠순이 훨 지났음에도 여전히 정정하신 울 오마니는 여느 지고지순한 오마니 분들처럼 자식에게 헌신적이시다.

20대에 뒤늦은 사춘기로 엄청난 방황과 반항을 해댔지만 지금은 감사하게도 건강을 유지하고 계신다.

몸이 좀 떨리고 혈압이 좀 높긴 하시지만 여느 장수 어르신들처럼 적절한 여가 활동과 몸에 좋은 적당한 낮잠, 일찍 일어 나시는 습관들이 나에겐 뒤늦게 고마움을 깨닫게 해 준 건강의 징표들이다.

이 날도 굳이 종교를 거부하는 나를 위해 공덕을 올리러 가신 날이라지.






어디를 가나 가을 햇살을 나처럼 즐기는 족속들이 이렇게 많다.

사진을 찍으러 다가가도 넘치는 여유가 조바심과 공포를 떨치나 보다.



만의사에 갔을 때 인물 조~은 녀석이 자리에 얌전히 앉아 살균, 소독 중



그 날 만의사에는 여러 다양한 국화가 만발해 있다.



들국화가 자욱한 이 비탈진 곳은 지나는 태양을 향해 있어 특히나 일광이 바로 내리 꽂힌다.

셀 수 없이 많은 나방과 벌들이 휴식에 여념이 없어 방해를 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호박꽃 같은 넌 뭐니?



돌계단 틈에서 뻗어 나온 몇 송이 들국화도 삶에서 희락을 느끼는 품새다.





드높고 넓디 넓은 가을 하늘을 떠받히는 법당 처마는 오색 찬란한 가을색으로 갈아 입은 천사 같다.



나 이뽀?

놀고 있네, 쟤 왜 또 저러니? 발로 각종 지롤이구나.

니가 그러거나 말거나~

순둥이 삼형제의 잉여로움.






한 동안 가을 햇살 아래 따사로움을 즐기며 사찰을 헤집고 다니다 서서히 떠나려 할 무렵 빼곡히 들어찬 코스모스 너머 법당과 사시사철 푸른 소나무 너머 불상의 온화한 미소가 보인다.

짧기 때문에 단잠처럼 짧게 느껴져 아쉽고 그렇기 때문에 늘 붙잡고 싶은 가을의 정점에 서서 달콤한 주말의 여유를 만끽하며 사진으로 나마 미소 짓던 회상에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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