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마음이 쉬고 가다_20161009

사려울 2017. 3. 16. 00:10

지친 마음을 털기 위해 찾는 곳 중 가장 만만하고 오랫 동안 꾸준히 찾아 왔던 여주의 어느 마을.

이 날은 사실 팔을 다치신 지인의 일손을 덜어 드리기 위해 왔으나, 내가 해 봐야 얼마나 도와 드리겠는가! 아니 안 망치면 다행이다.

전날 만의사를 다녀 와서도 전혀 지친 기색이 없었는데 때마침 고향집을 가신다는 친근한 지인의 유혹에 넘어가 밤이 느즈막해 질 무렵 개통 후 처음 이용하는 경강선 전철을 잡아 타고 여주까지 겁 없이 넘어갔다.

밤 늦게 도착해서 크게 틀어 놓은 음악에 취해 하루를 쉬고 이튿날.



굉음에 비해 속도가 더딘 트럭을 몰고 전형적인 가을 햇살이 충만한 전형적인 시골의 조용한 아스팔트를 오가며 정미소를 몇 번 다녀온 뒤 팔을 다치시어 추수를 못하시고 방치해 놓은 넓은 고구마 밭과 각종 채소를 수확했다.

바람도 거의 없는 따스한 가을 햇살을 받으며 점심을 해치우곤 무거운 고무 장화의 터벅대는 소리를 들으며 마을을 가로 질러 가는 인가 곳곳에 아무렇게나 키워 놓은 화초들은 기실 그 인가의 가축처럼 늘 함께 일상을 보내는 가족과도 같은 존재가 되어 버렸다.



이 마을은 언제나 봐도 풍수지리적으로 명당임에 틀림 없다.

그러나 난 풍수지리에 무식쟁이여~

그냥 갔을 때 기분 왔따면 최고 아닌가?

하다 못해 자그마하지만 정갈한 마을 회관 앞에 이질적으로 만들어 놓은 버스정류장도 정겨워 보인다.

걸려 있는 플레쉬는 배려.



논두렁 밭두렁 가에 널려 있는 나팔꽃 중에서 워째 가장 움츠려 있는 꽃을 찍었다냐!



처음 이 마당의 땅을 밟았을때가 2004년이었던가?

그 때의 수 십 년 묵은 생가는 이제 역사로, 기억과 추억으로 물려주고 서까래를 활용한 말끔히 다듬어진 집이 들어 섰다.

망각에 지워지기 전, 언제든지 내가 기대어 힐링했던 시간들이 있었기에 모습이 바뀌고 시간에 밀릴지언정 지나온 삶은 변하지 않는 것.

그래서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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