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빠듯한 시간에 정처 없이, 반쪽 짜리 여행으로 전락해 버린 이번 여정은 짧은 시간에 비해 동선만 길어 뚜렷한 흔적도 없었다.
그래서 영주와 봉화에 갈 여정 없이 무작정 고속도로를 타고 저녁이 지나 도착하여 암흑만 반길 뿐이었다.
밤에 잠이 드는가 싶더니 가을 먼지 털듯 후다닥 잠이 달아난 시각은 새벽 2시가 채 안되어 누운채 잠을 청해도 온갖 잡념이 한발짝 다가서는 잠을 떨쳐 버리자 아예 잠자리를 털고 일찍 하루를 시작했다.
영주에 흔치 않은 24시 해장국 집에서 든든한 아침 끼니를 해결하고 봉화로 향하는 길은 완연한 밤이라 간헐적으로 상향등을 켜 암흑을 뚫고 달렸지만 목적지에 거의 다다를 무렵 동녘 하늘에서 부터 서서히 암흑이 걷히고 있었다.
텅빈 도로를 질주하다 동녘 여명이 다가오자 차를 세워 두고 카메라 렌즈를 개방했다.
이따금 미세한 새벽 노을이 두터운 구름을 붉그스레 물들이려 했지만 이게 전부 였고 더이상 화려한 노을 잔치는 없이 동 트기 시작했다.
날이 밝아 지상에서 떠돌던 안개는 볕이 들새라 황급히 하늘로 승천하며 묘한 장관을 만들었지만 잠을 설친 여파로 잠시 무기력증에 빠져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주차해 놓은 차에 카메라를 다시 찾기 귀찮아 아이폰으로 담아 뒀다.
산중 작은 뜰에 깊어가는 가을을 무색케 하는 꽃들이 만발하여 마치 늦봄 같은 정취도 물씬했다.
게다가 땅위 만물에 이슬이 젖어 들어 시골의 싱그러운 아침을 재현 시켰고, 잠시 머무를 당초 의도와 달리 이른 오후까지 머물러 주변을 서성였다.
유독 남부지방에 많은 태풍이 지나간 한 해로 기록될 만큼 초가을부터 태풍이 잦았는데 길에 범람하는 빗물 마당까지 휩쓸어 지대가 낮고 풀이 앙상한 땅은 작은 개울 흔적이 보일 만큼 살벌 했던 거 같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대부분 풀이 무성하여 물이 휩쓸지언정 별다른 피해 없이 풀들이 땅에 바짝 누워 서로 매듭처럼 꼬여 있고, 흙 유실은 거의 없었다.
들국화 군락지처럼 빼곡한 땅도 여전히 녹색 풀들이 무성 했고, 덕분에 산에서 범람하는 빗물의 수마에도 평소 잡초라 경멸하던 풀들 덕분에 온전하여 세상 어떤 생명도 불필요 하거나 허술한 것 하나 없었다.
지독하지 않은 이상 가뭄이나 홍수에도 수량이 거의 일정한 이 여울은 예상처럼 물이 거의 불어나지 않았고 맑은 물 속에 물고기 요정들은 세상 풍파를 잊은듯 자유 분방하게 수중을 활보하고 다녔다.
짧은 여정이라 집 안에 들어갔어도 외출복을 유지했지만 생명이 없는 반증처럼 을씨년스럽게 냉기만 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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