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에 대한 사색

음악대장, 음악깡패, 국카스텐_20161009

사려울 2017. 3. 18. 15:59

여주를 다녀 왔음에도, 평소 거의 움직임이 없었음에도 집으로 돌아옴과 동시에 몸은 가뿐하고 마음은 가벼웠던 건 만족의 잔해가 모든 피로를 떨쳐 버렸음이렸다.

그와 함께 울 오마니께서 손 꼽아 기다리시던 국카스텐 공연이 저녁 무렵 잡혀 있었다.

복면가왕에서 캣츠걸을 보시곤 '노래 참말로 잘하네'라고 하시면서 만사를 제쳐 두고 채널 고정하셨고 그 엄청 노래 잘 하던 캣츠걸을 압도하던 장난감 병정 삘의 음악 대장에게 완전 꽂히셨다.

더군다나 음악 대장 팬이라 자청하시게 된 계기는 빅뱅의 판타스틱 베이비를 들으시고 도저히 사람이 낼 수 없는 목소리라고 극찬을 아끼시지 않으시면서 그의 허투루하게 뱉는 조크까지 마음에 들어 하셨다.

그러던 음악 대장 싸랑이 전혀 식을 기미가 없이 도리어 아이폰에 넣어 드린 음악 대장과 국카스텐 노래를 평소에 틀어 놓고 손 뻗으면 닿을 거리에 항상 두셨는데 그런 국카스텐이 동탄에 공연을 한다고!



기분 좋은 가을 석양을 바라 보며 조금 늦게 집을 나섰는데 걸어가는 도중 신호에 걸리면 조바심에 발을 동동 구르시는 울 오마니는 얼릉 국카스텐을 보고 싶은 마음에 보행 금지 신호를 원망의 눈초리로 바라 보셨다.

이 날은 성급한 가을 추위가 예보된 상황이라 조금 두둑하게 챙겨 입었건만 그렇게 두둑한 옷차림으로 같은 방향을 향해 걸어가던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다.

알고 보니 그 사람들이 전부 공연장이던 복합문화센터로 향하고 있는 게 아닌가!

막상 도착하고 보니 야외공연장은 그야 말로 아수라장이다.

당초 300석 규모의 야외공연장은 만 여 명이 모여 공연장 뒷편의 반석산자락과 연결된 잔디 공원까지 발디딜 틈이 없었고 울 오마니께선 눌러 참아 왔던 조바심을 풀어 헤치고 인파의 틈으로 과감히 비집고 들어가 적당한 자리를 사수하셨다.







스테이지 정면 50여 미터 거리라 제대로 볼 수 없었지만 다행히 가져간 망원렌즈로 두 팔을 치켜 들고 하이 앵글 자세로 잡아 당겨 찍어야만 했다.

동영상은 영상도, 음성도 거의 안습 수준이라 그 자리에 있었다는 위안만 삼아야지.





춥기도 하고 팔도 아프고 해서 공연이 끝나자 마자 냉큼 자리를 털고 일어나 집으로 향하던 중 앵콜 곡으로 내가 좋아하던 '맬맬기다려'를 살짝 낮춘 키로 열창 한다.

하현우가 걸출한 가수인 이유는 라이브에서 원키로 불러도 전혀 흔들림이 없다는 사실이다.

한창 헤비메탈을 즐겨 듣던 90년대 세계적인 락커들 조차 라이브를 들어 보면 오리지널 버전과 차이가 많이 난다.

라이브에서 입힐 수 있는 특색을 벗어나 보컬 수준으로 보면 고음에서의 불안과 저음에서의 매끄럽지 않은 소리에 실망도 많았었는데 그런 부분에선 확실히 하현우나 김길중은 흔들림이 없을 만큼 믿음이 가고 늘 한결 같다.




모든 공연을 끝내고 작별 인사 중.

생전 락을 처음 제대로 들으시고 현장감을 느끼신 울 엄니는 집으로 가시는 내내 말씀이 없으셨다.

나는 알고 있지.

그 형용할 수 없는 뿌듯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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