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에 대한 사색

완전 자유를 얻다, 에어팟_20170627

사려울 2017. 8. 11. 02:08


5월 상순에서 중순으로 넘어가는 시기, 지인에게 받은 전화 한 통.

내게 선물을 보냈는데 6주 조금 더 걸린단다.

6주?

그럼 백방으로 에어팟일 거다.

자신은 2월부터 계속 사용 중인데 이거 신세계 라며 불완전한 무선을 만끽 중인 내가 너무 처량해 보이고 불편해 보여 그럴 바엔 유선으로 회귀해서 온 몸에 칭칭 감고 다니든가 아님 내가 눈독 들이던 에어팟으로 교체 하라며 놀리는 전화 받는 것도 지겨울 정도 였을 즈음, 이 말을 믿어? 말어? 의구심을 품게하는 장난스런 전화를 받고 만우절이 아님을 확인 후 주위 조언대로 기다림을 잊은 채 평소처럼 지내기로 했다. 



원래 내가 사용 중이던 무선 이어폰은 온교의 대구경 드라이버가 적용된 E700BT로 처음엔 신기했으나 덜렁대는 선과 리모컨은 결국 유선과 같다는 투정을 부리곤 했었고 주문 후 6주를 기다려야 하는 에어팟의 인기가 당췌 식을 줄 모르자 동경과 더불어 오기까지 생겨 내 '존심'에 에어팟은 패쓰하기로 마음 먹던 찰나 마음에 불을 지른 것이다.

온교를 사용하게 된 건 20만원 가까운 정가를 4월 초에 파격적인 가격으로 유혹하길래 냉큼 집어 왔건만 덜렁대는 대형 리모컨이 불편해서, 인이어 무늬임에도 차음성이 떨어져서 점점 사용 빈도가 떨어지자 차라리 편의성을 포기하더라도 '귀는 즐겁자'는 협상을 통해 원래 사용 중이던 유선의 아토믹 슈퍼다츠로 돌아온 터라 에어팟을 점점 잊을 수 있었는데 종종 전화를 해서 이내 마음에 불을 질러 놓는 그 싸가지 바가지 같은 만행을 넋 놓고 들을 수 밖에 없었다.

온교는 리모컨도 크고 목 뒷편에 배터리 같은 덩어리(?)도 비교적 커서 도보 중 등 쪽으로 스멀스멀 밑으로 쳐지다 나중엔 승모근 중간 척추까지 내려와 한 번씩 위로 올려줘야 되는 옆차기 같은 상황이 왕왕 있었지만 그래도 배터리 사용시간은 7시간이 넘는지라 단점이 주는 장점도 있었다.

나는 그렇게 에어팟을 억지로 잊으며 지냈고 도착 예정일인 6월 28일보다 무려 하루가 빠르게 도착해서 감개 무량, 고진감래의 인고를 거쳐 멋진 포즈로 귀에 척! 걸쳤다지~



완죤 새제품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이 풋풋함은 까리뽕한 기분을 주체할 수 없어 나도 모르게 셔터질을 하게 된다.

누구나 공감하는 감정일게다.

쬐깐한 이어폰 치곤 생각보다 박스가 큰데?

애플 제품은 원래 단말기에 비해 박스는 굉장히 슬림, 심플한데 이건 심플은 맞지만 기존 애플의 통념에 비추어 본다면 슬림하지는 않다.



처음으로 물린 아이팥터치 위에 척 걸치면 대략 사이즈 예측이 된다.

사실 에어팟에 익숙해지기 위해 가끔 사용하지도 않던 이어팟을 끄집어 내어 귀에 꽂고 듣는 경우가 점점 늘었는데 소리엔 이견이 별로 없지만 가장 치명적인 단점 이었던 제 위치를 못잡고 흐트러지면 소리가 넘무도 달라져 듣는 내내 불편함은 어쩔 수 없었고 그래서 사용을 하지 않게 되었던 이어팟을 불편하게 만든 범인은 바로 선줄 이었다.

이어팟과 같으면서도 단지 선줄이 없다는 작은 차이 하나로 에어팟은 위치도, 이탈도 거의 없었고 덕분에 이어팟의 장점이던 다이내믹한 사운드를 이제 빈번히 손을 뻗는 불편 없이도 즐길 수 있었다.



케이스는 흠집이 허벌나게 잘 나는 소재의 치실통 삘이 나는데 손 끝에서 작렬하는 이 쾌감을 어찌 다 형용 하리오!

게다가 배터리 걱정은 하덜덜 마쇼.

집 안에서 중간 즈음에 플레이어를 놔두면 문 밖을 나가지 않는 이상 엥간하면 소리가 끊김이 없고, 여간해서는 혼선이나 불안정도 없다.

그리고 놀랍고 신기한 건 내가 가진 모든 블루투스 스피커, 이어폰들이 동영상 스트리밍 시 음성과 영상의 싱크로율이 꽝!인데 이건 거의, 아니 차이를 못 느낄 정도로 일치한다.

그래서 유튜브나 동영상 시청 때 에어팟을 끼고 지랄 옆차기 해도 된다는 것.

나도 마찬가지 였지만 여전히 에어팟의 단점이라 여기는 뇌수가 흐르는 모양, 약한 흠집, 인이어와는 다른 오픈형 이어폰의 차음성 결여는 사용한 시점부터 장점으로 만회가 되었는데 여전히 단점을 꼬집는 주위 사람들의 특징은 에어팟을 가지고 있지 않고 초기 애플 포비아적인 정보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허나 누가 뭐라고 한들 나만 좋으면 그만 아닌가?

그래서 지나가면서 툭 던지는 네거티브한 표현들에 대한 나의 대답, 함 써 보고 지껄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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