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끝나고 영화 '노무현 입니다'를 보러 가는 길에 질척하게 내리기 시작한 비가 봄과의 작별을 예고하는 내음이 물씬하다.
잠깐의 소강 상태에 빠진 비를 피하기 위해 요이~땅!하던 중 뭔가 익숙한 동상이 있어 고개를 슬쩍 돌려 보자 평화의 소녀상 계신다.
동탄에 있을 줄 생각도 못했는데 괜히 무심했던 마음에 숙연해져 잠시 서서 둘러 보고 상영관으로 향했다.
'노무현 입니다'는 일대기라기 보단 가장 극적이었던 순간을 잔잔하게 풀어나가는 다큐멘터리 형식인데 관심이 없던 사람들이 봤을 때 이해가 될 수 있는 부분을 재조명 했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근래 상영관에서 광해, 변호인 이후 처음으로 펑펑 울었다. 부끄~
끝날 무렵 눈물 자욱이 들통날 새라 연신 눈을 끔뻑이며 말린다고 애썼건만 어쩔 수 없지.
다시 소녀상을 찾아 뵙자 여중생 몇 명이 소녀상 무릎에 가방과 자신의 무시 뿌리 같은 장단지를 올려 놓았다.
소녀상 앞에 서서 인사를 꾸벅하며 눈을 부릅뜨고 서 있자 가 버린다.
역사 의식이 없는 이기심에 응원을 해줘야 하나?
영화를 보고 난 여운에 커피 한 사발 손에 들고 동탄을 한 바퀴 돌면서 다가오는 여름을 구경 하며 걷는 발걸음이 제법 가볍다.
이 기세가 이른 아침에 나왔다면 서울까지도 걸어갈 수 있을 법 한데 저녁 시간은 한 치의 동정도 없이 그냥 지나가 버렸다.
초여름의 청명한 노을은 가을에 보는 것과는 분명 다른 느낌이긴 하나 나름 매력도 있고 때마침 하늘을 광활하게 뒤덮은 뒤 서서히 지는 하루처럼 태양을 따라 서산마루 너머로 흐느적 넘어가는 장관을 바라 보느라 정말이지 오랜만에 고개를 쳐들었던 시간이 많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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