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9월 30일까지 건강 검진 받으란 메일이 없었다면, 국가에서 의무적으로(강제적으로?) 정기 검진을 넣지 않았으면 이렇게 병원에 올 일이 있나 싶을 정도로 무심하게 살았다.
덕분에 건강을 돌아 볼 수 있는 계기는 되었다만 검진 전 왠지 멀쩡한 사람도 병 날 거 같어.
빈 속으로 한 나절을 버텨야 되는 건 증말, 넘무 힘드는데 반나절 전부터는 물 조차 마시지 말란다.
그럴 수록 길거리에 음식점 간판과 먹거리 광고, 하다 못해 카카오맵에서 가야 되는 목적지를 검색하면 인근 맛집이 뽀나스로 떠버려 염불엔 관심 없고 잿밥에 마음이 가는 격이다.
평소 무심코 접하던 여물이 오늘 따라 값진 욕구의 대상이 될 줄이야.
우리원 헬스케어에서 잠깐 대기 중.
근데 2년만에 와 본 곳이라 뭐가 뭔지 모르겠고 좌측 몇 번에 가라는데 여긴 줄 알고 30분을 있다가 간호사 분들이 헐레벌떡 찾으러 왔다. 부끄, 민망..
차라리 불친절하거나 표정이 딱딱한 병원이라면 모를까 여긴 왜 이리 친절한 겨?
집 거실에 들여 놓고 싶은 위시아이템.
위에 낚시줄?이 매달린 둥근 쇠뭉치를 모터로 돌리는데 그게 핸들처럼 돌면서 조각난 고래의 조직들이 헤엄 치듯 위아래로 꿈틀 댄다.
설명 참 난감하네.
고래 조직들은 나무로 만들었는지 움직일 때 거의 규칙적인 목각 소리가 나면서 헤엄치는 모습이 굿 아이디어다.
여기서 수면 내시경 검사까지 완료하고 집으로 가기 전, 명동에 들러 참아왔던 식욕을 해소하고 밖으로 나오자 닭똥 같은 빗방울이 떨어진다.
다행히 우산을 가져갔으니 망정이지 홀라당 젖을 뻔 할 정도로 단시간에 왕창 퍼 부었고 바로 옆 커피빈에 들러 명동 성당을 바라 보며 비소리에 젖어 향긋한 커피를 음미했다.
아이폰으로 대충 찍은 사진에 굵직한 빗방울이 찍혀 있을 정도 구먼.
수면 내시경의 여파인가?
돌아오는 길에도, 집에 와서도 두 세 시간 동안 잠에 취해 혼 났다.
비밀이지만 수면 내시경 후 눈을 떴을 때 모로 누웠던 내 얼굴 밑이 물로 흥건 했었다.
내 입에서 그렇게 많은 수분이 있을 줄이야!
모르고 있던 인체의 신비를 깨우친 날, 이제 여름이 지나가는 가을 장맛비처럼 시원한 국지성 소낙비가 번쩍 내리다 만 변덕스런 하루였다.
동탄은 비 흔적 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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