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한적한 길과 옥계서원_20210513

사려울 2023. 1. 23. 22:15

한적한 정취에 더 나아가 연이은 봄빛 그득한 나무터널을 맞이하며 이다지도 걷고 싶은 충동을 자제하기란 쉽지 않다.
막연히 마주치는 나무의 이야기들, 길 위에 시간을 들으며 터널 속으로 걷다 보면 계절의 향취가 더해진 발걸음은 어느새 사뿐히 리듬을 타며 걷게 된다.
지난 만추에 지나던 구례 섬진강변길처럼 마냥 차분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길이다.

불과 보름 전 쯤 황매산의 분홍 나래를 보고 무슨 미련에 다시 찾아올 수밖에 없었을까?

여전히 마주치는 차량과 인가가 거의 없는 길 따라 엑셀러레이터를 밟은 발에 힘을 빼서 물 흐르듯 천천히 달린다.

불과 보름 전 사진을 찍었던 곳은 예상대로 신록은 짙어지고 터널은 더욱 견고해졌다.

시간이 뒤섞여 있지만 나름 공통분모를 찾으라면 봄의 화두가 일치한다.

싱그러운 초록이 마치 환한 등을 켜 놓은 마냥 화사하다.

합천호 인근에는 유교 문화의 산실인 서원이 많기도 하다.
철학 사상이 어느덧 예교 사회로 변질되며 무수한 사상적 도륙을 통해 정권을 온고이 다진 사대부들은 후세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 아직도 지나친 예에 집착한다.

호숫가 초라한 과거의 사상을 추억하며 한잠 든 서원의 마당엔 무심한 잡초가 빈틈없이 나풀거린다. 

서원에서 호수는 앞마당 바로 너머에 있다.

돌계단이 생각보다 가팔라 아래에서 보면 위태롭다.

잘 보존된 서원임에도 초라한 잡초가 유독 강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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