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주어진 시간이 졸음에 힘겨워할 무렵 한참을 달려 황매산에 도착했다.
이미 차량 행렬은 수문을 빠져나가는 물길처럼 줄지어 하산하는 길이지만 다행히 낮은 머물러 떠날 채비는 늑장이었다.
가는 길에 특히나 시간이 걸렸던 건 헤아릴 수 없는 곡선의 휘어진 도로와 그 도로 양편 가로수 터널의 멋진 자태 덕분에 빠른 속도를 낼 수 없었던 데다 가는 중간중간 차를 세워 굳이 하차 하지 않더라도 나무터널을 사진과 가슴에 담고 싶었던 욕심이 과했기 때문이다.
이제 갓 피어난 신록으로 이런 무성한 점을 찍어 터널을 만들 정도면 녹음이 우거졌을 때는 어떻게 멋짐을 감당할까?
해는 이미 서산마루를 넘어 집으로 돌아가며 땅거미만 희뿌옇게 남겨 두고, 볼그레 얼굴 붉힌 무리들은 사라진 햇살이 그리워 지나는 바람의 옷깃을 부여잡아 내일을 노래한다.
한바탕 시끌벅적한 무리가 떠나자 기다린 듯 어딘가 몸을 숨겼던 평온이 동트며 행복의 합창을 속삭일 때 세상을 떠돌던 산마루 봄은 그제서야 연분홍 아리따운 저고리 걸치고 배시시 미소진 자태로 나빌레라.
사실 가장 인상적인 철쭉 군락지는 소백산이었는데 황매산은 소위 말하는 접근성에서 연화봉이 절대 따라올 수 없다.
철쭉 군락지 능선을 지나면 억새 군락지로 그 너머 황매산 정상이 당당한 위용을 갖추고 있다.
철쭉 군락지에 온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꽃잎이 많지만 먼 길 달려온 보람은 충분했다.
남아 있던 땅거미마저 집으로 돌아가는 시점이라 아쉽긴 해도 사진은 작위적인 것보다 현재 보여주고자 하는 자연스러움이 아름답다.
그 풍성한 아름다움을 한아름 따다 가슴 공간에 걸어두며 이번 봄 또한 예외 없이 아름다웠노라 기억하고 추억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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