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뭍을 그리워 하고
뭍은 바다를 그리워 하여
한데 어우러져 만나 자연 내음 가득한 해안을 만들었다.
신록이 싹 트는 해안에 서서 쨍한 햇살과 순도 높은 바람 소리를 듣노라면
아득한 봄날의 그리움과 기다림 속의 설렘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울진에서 아점을 줍줍하고 7번 국도를 따라 도착한 임원항은 봄의 나른함이 빼곡히 젖어 들어 그냥 자리 깔고 앉아 그 풍경을 물끄러미 바라 보더라도 마음 가득 봄이 들어찬 것만 같다.
7번 국도의 쉼터에 들러 멀리 보이는 임원항과 그 언덕 위에 자리 잡은 공원이 이번 목적지라 마음과 달리 한 아름에 쉬지 않고 달려 갔다.
근데 멀리서도 선명한 엘리베이터를 보면 역시나 한 위용 하신다.
홍매화라고 했던가?
처음 공원이 조성 되던 시기에 차로 들렀던 길을 따라 도착하던 중 발목을 붙잡는 봄의 향연들이 줄기차게 이어져 있다.
또한 그 길을 따라 가다 보면 바다와 육지가 만나는 원초적인 아련한 풍경들도 접할 수 있는데 아무래도 일반인들의 접근이 수월하지 않은데다 개발의 물결을 피한 덕이 아닐까?
봄의 전령사, 진달래가 수줍은 모습으로 바람에 손짓을 한다.
어릴 적 습관이라면 벌써 줍줍 했겠지만 너희들도 먹고 살자고 이렇게 열심히 꽃을 피우는데 워째 방해할 수 있나.
이쁜 진달래를 즈려 밟기엔 너무 잔혹하다.
길에 손을 한껏 뻗어 나를 맞이하는 생강나무의 매혹적인 노란 꽃.
잠시 차를 세워 놓고 사진으로 담아간다.
드넓은 바다와 높은 산이 맞닿아 있는 동해는 그 매끈한 해안선 따라 어촌 마을이 있어 자연과 사람들이 촘촘히 어울려 살아가는 곳이다.
서편의 내륙과는 달리 백두대간의 높은 장벽이 둘러 쳐져 독특한 일기를 보이는데 겨울이면 포근하고 여름이면 시원한 날이 많듯 초봄 훈풍을 따라 꽃이 서둘러 핀다.
가파른 산과 바다 사이 위태로운 샅길 따라 흐드러지게 핀 봄소식은 깊고 차가운 바다의 응원에 힘입어 그 어느 봄꽃보다 뜨겁고 화사하다.
공원에 거의 다다를 무렵 매화 군락지에서 안개처럼 자욱하게 눈에 띄이는 매화는 사람과 꿀벌을 유혹하는 매력이 가득하다.
가공된 공간이지만 천혜의 자연에 문명을 얹어 척박한 해풍을 이긴 새로운 자연과 흡사하지만 접근성이 수월치 않아 어쩌면 더 간절할 수 있겠다.
동해에 남풍이 불 때면 눈까지 따스해지는 바닷가 언덕 위의 너른 공원.
길을 가다 무심코 발을 채는 돌뿌리 마냥 일상의 예기치 않은 변수를 만난다면 책갈피로 잠시 접어 육감을 이런 곳에 풀어 넋두리 한다.
빼곡한 숲에서 지칠 때 만나게 되는 그루터기가 되어 흔쾌히 지친 다리를 달래고, 나약해지는 의지를 어루어 줄테니.
3년 만에 다시 찾아 인산인해로 미어 터지던 공원이 맞나 싶을 만큼 휴일과 달리 평일 헌화공원은 한산하다.
그저 편안하게 구름과 하늘이 어우러진 배경에 공원이 뒤엉켜 무척이나 잘 어울린다.
수로부인 뒷편에 망망대해의 동해가 펼쳐져 있다.
올 때마다 수로부인은 늘 육지를 쳐다 보고 부동의 자세로 앉아 있는데 설마 동해 바다를 한 번도 구경 못한 건 아니겠지?
진달래가 만개한 걸 보면 동해의 봄이 빠르긴 하다.
공원의 매끈한 잔디밭에 듬성듬성 진달래 화단이 조성되어 있어 어렵지 않게 반가운 진달래를 째려 볼 수 있다.
공원의 정중앙 높은 곳에 서서 파노라마를 찍어 봤는데 바다와 넓고 매끈한 공원이 이렇게나 잘 어울린다.
허나 정성스레 이 사진 찍느라고 골반 돌아가는 줄 알았다.
외로울 법도 한데 이런 봄과 자연이라면 종이 한 장 차이로 고독이 아닌 아득한 풍경이 되어 버린다.
공원 뒷편 너머로는 마을을 가르는 7번 국도가 뻗어 있다.
그 뒤로 백두대간의 위용에 더 시선이 간다.
뒷편에서 바라본 공원의 언덕은 평화롭기만 하다.
널리 알려져 있지 않지만 천혜 경관을 간직한 울진과 삼척은 어쩌면 동해와 백두대간이 만들어준 보배가 아닐까?
이 길로 다시 출발, 7번 국도에서 동해 고속도로를 올렸다.
이번에 안 사실이지만 동해 고속도로의 연장 계통으로 기존 동해IC가 아닌 맹방에서 고속도로를 탈 수 있단 걸 알았다.
일직선으로 뻗은 고속도로를 타고 강릉을 거쳐 영동 고속도로에 합류하자 가장 먼저 대관령 부근에 만년설처럼 쌓여있는 겨울 흔적을 발견했고, 휴게소를 차를 돌려 눈 덮힌 산을 바라 봤다.
아마도 가는 계절에 대한 아쉬움과 고마움의 찬가가 아니었을까?
유독 힘든 만큼 기억에 선한 지난 겨울은 단순하게 한 해를 털어 내기엔 내게 많은 시련과 더불어 인내에 대한 보상을 해줬고, 지난 시점에서 시련엔 응당 성숙의 진화가 있단 걸 알게 되었다.
바닷 바람이 아무리 세차게 분다고 하더라도 백두대간은 더욱 견고한 자연의 장벽인 양 늘 있던 자리에 머무르며 한반도 땅을 빌려 살아가는 생명의 젖줄과도 같다.
그만큼 큰 시련을 겪고 이겨낸 자연이기에 많은 생명의 든든한 멘토로 남아 있지 않을까?
시간이 짧게 느껴지는 이번 여행을 통해 새삼 자연과 거기에서 하나를 깨닫는 모습을 발견한다.
'일상에 대한 넋두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상_20190320 (0) | 2019.08.18 |
---|---|
일상_20190318 (0) | 2019.08.18 |
학마을의 봄_20190314 (0) | 2019.08.17 |
7번 국도 울진 도화 공원까지_20190313 (0) | 2019.08.17 |
창원과 부산 여정, 남은 건 사진 하나_20190313 (0) | 2019.08.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