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볼리 라디오 이후 아날로그 라디오가 점점 확산되기 시작해서 가끔 카페나 인테리어 관련 업체를 방문하게 되면 허전한 공간을 훌륭히 커버 하는 용도로도 라디오가 전시되어 있는 걸 볼 수 있다.
아날로그 라디오는 정확한 주파수를 맞추지 않고 대충 언저리만 접근해도 잉잉대는 방송이 송출된다.
물론 잡음과 함께.
디지털 라디오도 어차피 혼선 난청 지역이나 주파수 혜택을 못 받는 지역, 심저어 안테나 방향이나 길이에 따라서도 잡음을 피해 가기 힘든다.
그래서 라디오를 들을 땐 그걸 감안하기 때문에 도리어 잡음 없는 맑은 소리가 라디오 답지 않게 어색하다.
때문에 스마트폰 어플로 라디오를 들을 때면 지나치게 매끈한 소리로 인해 얼마 가지 않아 금새 꺼버리고, 차라리 아이폰 음악 어플을 이용하게 된다.
정확한 주파수와 부근 주파수에 따라 음질 차이가 현격한 디지털에 비해 아날로그는 어느 정도의 영역에서 잡음이 많고 적음을 분별하기 힘들거니와 대충 맞춰 놓고 잡음과 같이 듣는다.
도리어 그게 인간적이고 알아서 선곡해 주니까 가끔 익숙한 노래가 반갑다.
점심 때 메뉴 고민은 직장인들의 영원한 화두이자 어느 누구도 명쾌히 풀 수 없는 과제다.
이런 고민이 귀찮아 알아서 나오는 백반집이나 회사 카페테리아, 뷔페를 이용하듯 라디오도 비슷한 분모를 공유한다.
그래서 라디오 듣기가 더 편안한지도 모르겠다.
그런 라디오의 편안한 마음 자세에 촉매가 바로 커피 아니겠나.
컬럼비아 슈프리모의 스모키한 향이 힘겹게 스피커콘을 벗어난 소리에 어깨 동무를 해 주자 몸과 마음이 한층 편안해 진다.
주말, 휴일이나 일찍 끝나 귀가를 하게 되면 종종 라디오를 틀어 놓고 그저 일상의 소음 정도로 여기게 되면 라디오에서 나오는 따스한 소리는 노이즈가 넘쳐 나는 일상에서 한 가지 집중과 몰입에 도움이 된다.
이름에 대부분 가격을 먹고 들어가는 티볼리보다 성능이나 소리가 좋은 대만산 라디오, 산진은 가성비 좋은 제품들의 근원지인 대만산 웰메이드 제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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