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에 대한 사색

얼마 만인지 모를 서점 나들이_20180605

사려울 2019. 6. 27. 01:47

몇 년만의 서점 행차 신지 기억에도 까마득하다.

전날 인천에서 술 한 잔에 밤을 꼴딱 세우고 부시시 출근하며 광화문 교보 문고에 들렀다.

하필 광화문, 그것도 교보 문고에 갈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학우 중에 한 명이 시집을 냈단다.



두려우면 하지 말고, 하면 두려워 마라.

몽골의 격언이라는데 그럼에도 거부감이 전혀 없는 건 인간의 모든 주저함은 두려움의 근원이기 때문이고, 그걸 정확하게 꼬집어 놓은 문구이기 때문이다.



몇 군데 전화를 해서 검색해 본 결과 대형 서점에서 구매가 가능하단 걸 알았기 때문이었고, 생각난 김에 서점에 들러 바로 구매를 해 버렸다.



회사원이며 주짓수 선수에다 시집까지 낸 실력자이자 도전에 지극히도 무뎌져 신중하게 판단하고 마음 먹었다면 과감하게 파고 드는 똑 부러지는 인간적인 사람이라 같은 학우로서 부러움의 표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결재를 끝내고 처음 몇 장을 넘기는데 손 끝에 닿는 종이의 질감이 무던히도 희열이 느껴져 옛 생각에 젖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 긴 시간은 아니지만 습관적으로 책을 넘기고 종이에 펼쳐진 세상에 작은 행복을 느끼던 청년 시절의 회상을 하다 보면 단순히 활자를 소비하는 입장임에도 작가의 상상에 한 없이 몰입 되었던 기억들이 변질 없이 생생히 기억에 파편화 되어 있다.




책을 손에 들고 흡족한 기분에 회사로 향하며 이른 더위를 쫓고자 평양면옥에서 냉면을 시켜 쳐묵한다.

남들은 비리다거나 닝닝하다, 그냥 간이 조금 베인 물맛이다는 표현으로 유명한 냉면집의 가격적인 횡포에 반감을 우회적으로 표현하지만 몇 번 먹다 어느새 단조롭던 육수가 한 마디 규정할 수 없음을 알고 가끔 찾아 한 번씩 챙겨 먹는다.

한 그릇 뚝딱 해치우고 돌아설 땐 전통적인 맛집이 그렇듯 싸비스와 가격의 불친절에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며칠 지나 아픈 기억은 고스란히 잊고 다시 찾게 된다.

음식이 아무리 좋아도 불친절은 정나미가 떨어져 내가 지불한 돈이 마치 상납한 것 마냥 우울해지는데 대놓고 칼이나 쌍욕을 들이대지 않는 이상 그 악몽은 오래 가지 않고 잊혀져 버리니까 자주는 아니더라도 '잊을만 하면' 다시 가게 되는 거다.




냉면을 해치우고 근무 중 저녁에는 회사 식당에서 찹스테이크를 뜯는데 전날 마신 술이 아직도 소화 기관을 쥐어 틀고 있는 건지 몇 번 끄적대다 말아 버렸다.

하루 동안 참으로 많은 동선과 이야기 거리가 넘쳐 나던 날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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