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사북 연탄_20141129

사려울 2015. 8. 18. 21:13

정선 하늘길이라 칭하던 화절령길 능선을 내려와서 잠시 커피 한모금의 여유를 느낀 뒤 오늘 여행에서 모두에게 감사를 하기 위해 우린 자리를 마련해야 했다.

이름하야 무사귀환 폭탄주~



베란다에서 내려다 보는 야경은 그야말로 멋져부러.

그리 늦은 시각이 아닌데도 이미 깊은 밤처럼 인공의 불빛 외엔 찾아 볼 수 없다.

하이캐슬리조트에 들어와서 한숨도 돌릴겸 커피 한 사발 마시며 음악도 감상하고 무사귀환 폭탄주와 함께할 안주거리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사북 마실로 가기 전, 하이원스키장과 리조트도 들러 구경도 좀 했는데 강원랜드엔 주차할 곳이 없어 먼 데까지 차를 세우고 걸어가는 선남선녀들이 참으로 많았다.

서울랜드와 사뭇 다른 강원랜드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로 붐빌 줄이야.



한 달에 한 번 정도 하이원스키장을 찾는다는 일행을 따라 한참을 둘러 보곤 바로 사북 마실로 고고씽.

우리의 술안주로 당첨된 영광의 주인공은 치킨인데 주문해 놓고 조리되는 동안 잠깐 주어진 짬이 있으니 사북 산책에 나서기로 했다.

근래 들어 숙박시설이며 프랜차이즈 먹거리들이 들어선 사북시장 인근의 번화가는 뒤로 하고 주택가로 들어선 사북읍사무소 동네를 배회해 봤다.

한길의 뒷편에 지장천과 나란히 하는 길을 따라 걸어가자 이내 친근한 연탄재 수거함이 나오네.



수거함에 소복히 들어찬 연탄재를 보니 옛생각이 절로 나는구먼.

여기에 마늘 구워 먹으면 허벌나게 맛있는데...



수거함 뒷편이 바로 사북을 가로지르는 지장천 되시겠다.

지장천은 함백산에서 발원하야 고한, 사북, 증산을 거쳐 정선읍을 흐르는 동강과 만나는데 최상류는 물론 물이 좋겠지만 여긴 그닥!



난 사진 찍는걸 싫어하는데 이런 벽화를 보고 장난끼가 발동한다.

광산 일에 지친 광부가 잠시 쉬는 동안 담배 한모금이 달달한 휴식을 배가 시켜주는 표정에서 삶의 희로애락을 동시에 볼 수 있다.

집 담벼락에 이런 벽화로 꾸민 쥔장의 재치와 여유가 보여서 잠깐의 산책이 참 여유롭고 훈훈하다.



마지막 구경거리는 사북역인데 마실과 조금 동떨어진 곳이라 무쟈게 한적하기만 하다.

가뜩이나 산골 겨울은 빨리 찾아온다던데 여긴 영락없이 겨울 날씨에 분위기 또한 겨울이다.

때마침 서울로 향하는 기차를 기다리는 몇 사람이 있지 않았다면 넘무넘무 깊은 산골의 간이역이라 해도 믿을 정도.

오래된 동네의 발자취인 뒷골목과 기차역을 구경하는 사이 아뿔사! 치킨이 우릴 부르는 소리가 귓전(?)에 울린다~

미안해, 치킨아.

얼릉 널 찾아서 내 뱃속으로 먹어주마,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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