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사람 흔적이 떠난 강천산 탐방로_20200623

사려울 2022. 9. 27. 23:50

담양에서 순창과 경계를 이루는 강천산 탐방길에 들어서자 마치 산속 깊은 오지에 온 착각에 빠진다.
아름다운 가을 모습을 두고 여름이 엄습한 강천산은 그야말로 화장을 전혀 하지 않은 수수한 모습이었다.
물론 중간에 길을 잘못 들어 강천산에 제대로 발을 들여놓지 못했지만, 위성 지도만 챙긴 내 과오라 큰 깨달음을 챙긴 것도 여행에서 즉흥적으로 짜여진 각본이라 하겠다.
인적이 전혀 없는 용광로 같은 산중에도 내가 무심히 잊고 있던 여름 생명들이 엘도라도를 만들어 유기적인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
지극히 평이한 풍경이지만, 각별한 풍경이 되어 버린 서울에서 하나둘 사라져 버린 생명을 망각하며 점점 무심해져 간다. 

길가에 기이한 돌탑이랄까?

담양에서 순창에 진입하여 강천산 탐방로를 향해 임도를 가던 중 이런 형상의 바위가 있다.

사람이 쌓았다고 하기엔 큰돌을 들을 수 없을 테고, 자연이 쌓았다고 하기엔 기묘한 품새다.

꽤나 오래전에 들어선 탐방로 맵은 점점 시간에 변색되어 간다.

나풀거리는 나비 하나, 탐스럽게 익은 복분자.

여름은 이렇게 무르익어 간다.

거듭된 포장과 비포장길을 지나 탐방로와 만나는 지점에 차를 세우고 잠시 걷기로 한다.

장마 기간에 이런 화창한 날씨도 여행 중의 큰 복이다.

그래서 난 복 많은 사람이다.

사람이 만든 길에 사람의 흔적이 전혀 없다.

광덕산 아래 탐방로는 얼마 걷지 않고 출입통제 울타리가 쳐져 있고, 그 울타리 너머 포장된 길을 따라가면 헬기장과 강천산, 광덕산과 연결된다.

더 이상 갈 수 없어 다시 차로 돌아와 반대편 길을 바라본다.

강한 햇살에 더 이상 탐방로를 따라 걷는 걸 접고 자리를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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