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에 대한 사색

보이는 모든 것들이 반듯한 창원_20240409

사려울 2024. 6. 22. 01:58

창원에서 숙박은 처음인데 반듯하게 정비된 도시 한가운데, 그것도 엄청난 규모의 주택단지 전망으로 우뚝 솟은 곳이라 이거 누가 책임질지 기분이 까리뽕했다.
저녁 식사 해결을 위해 부근에 잔치국숫집으로 출발했는데 정문 앞 광장을 철통 방어 중인 백호들이 어찌나 정교한 지 하마터면 츄르를 들이밀고, 눈인사할 뻔 했다.-냥이 집사의 성향이라 가끔 길 가다 냥이들과 마주치면 습관적으로 눈인사를 하게 되는데 그걸 이해 못 하는 주위 사람들은 눈이 아픈 줄 알고 인공눈물을 주는 사람도 있었다-
작은 여울을 낀 멋들어진 인도를 걸으며, 때마침 서녘 집으로 돌아가는 뜨거운 석양이 태우는 하늘을 감상하는 것도 꽤나 흥미진진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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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과 부산 여정, 남은 건 사진 하나_20190313

전날 창원으로 가게 된 건 작년 학습에 자료를 제공해 준 분께 감사의 표현이자 받은 자료를 고스란히 전달해 주기 위함이었다.생판 모르는 사람한테 선뜻 자료를 전달해 주시면서 많은 분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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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_2022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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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에서 출발하여 창원에 진입할 무렵 퇴근 시간대라 넓게 쭉쭉 뻗은 도로조차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창원에 왔던 게 언제였던가 잠시 회상에 젖어보면 90년대 후반 마티즈란 경차를 직접 인수받기 위해 생산 공장이었던 창원에 왔었고, 그 이후 2019년 초봄에 학습과 관련된 자료를 반환 드리기 위해, 그리고 2022년 초겨울에 교육 관련 출장으로 마산에 왔었다.

물론 마산과 창원은 다를 수 있겠지만 행정구역상 지금은 통합된 상태니까.

여정을 떠나기 전에 미리 회사 복지프로그램을 통해 예약한 창원 내 숙소는 여기 한 곳 뿐이라 선택의 여지가 없었지만 막상 도착해서 현관을 열자 전형적인 비즈니스 호텔이라 깔끔하고 단아했다.

어느 숙소를 가든 객실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해야 되는 지침은 바로 커튼을 열어젖혀 창밖을 째려보는 것.

그래서 커튼을 과감하게 열어젖혀 조금은 어두운 실내에 등불 대신 후광을 되살리자 숙소 창 너머 창원의 멋진 전경이 단박에 펼쳐졌다.

도시 전경에 전혀 감흥이 없을 줄 알았는데 막상 마주하자 감탄을 토해냈다.

도로부터 시작해서 단지와 집들이 하나같이 자로 잰 듯 질서 정연할 줄이야.

게다가 창원에 들어서면서 도로가 많이 막혀 가다 서다를 반복했었는데 틈틈이 주변을 둘러보자 그릇처럼 도시 외부를 크고 작은 산들이 감싸 안은 형국이었다.

한마디로 완죤 분지 지형이었다.

오후 6시 20분 정도 되는 시각이라 감탄은 짧게 끝내고 서둘러 저녁 먹으러 호텔을 빠져나오자 정문 광장에 멋진 백호들이 삼엄한 경계 중이었다.

여기도 분천역과 마찬가지로 맹수의 이미지보다 귀여움이 고스란히 표현되어 있어 자칫 츄르를 내밀고 새벼온 사료를 줄 뻔했다지!

때마침 멋진 일몰에 가던 걸음 멈춰 촬영을 위해 폰카를 들이밀자 덩달아 주변 사람들도 폰카를 내밀었다.

같은 석양이라고 해도 여정 중 교회에 살짝 걸친 또렷한 석양은 존멋이었다.

멸치국숫집은 동네에서 유명 맛집이었는지 빈자리가 많지 않았고, 잔치국수를 주문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국수를 대령하며 꽤 체계적으로 손발이 맞았다.

돌아오는 길에 명곡교차로 화단에서 냥이 울음소리가 들려 찾았지만 길에서 생활하는 녀석이라 경계심이 많아 화단 깊이 숨어 버렸다.

아마도 굶주림이 녀석의 울음소리를 끄집어낸 게 아닌가 싶었다.

이건 이튿날 아침으로 챙겨 먹은 들기름 막국수로 경상도에 들리게 되면 종종 애용하는 '풍국면'이 제법 괜찮아, 게다가 평소 즐겨 먹는 제일제면소의 잔치국수와 비슷해서 애용하는 프랜차이즈 브랜드인데 엄청나게 실망했다.

공산품 형태의 풍국면 들기름 막국수도 종종 먹는 편이라 별 의심 없이 들어갔으나, 메뉴를 주문하면 함흥차사라 오죽했으면 주위 테이블에서 3대가 함께 오셨는데 할아버지께선 40분 이상 걸리자 그냥 나가 버리셨고, 식사 대접하시려던 따님은 당혹스러워하실 만큼 다른 테이블 음식은 그림의 떡이었던 데다 그마저 나온 메뉴도 이렇게 면발은 불어 터져, 기름기와 물기는 증발해 버려, 종업원은 불친절해서 역시나 사람이 하는 일이란 게 정형화가 쉽지 않나 보다.

덕분에 천주산을 오르는 내내 맛없는 막국수 하나로 저녁 시간까지 굶주린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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