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전자책 대여로 완독을 했는데 넘 재밌는 소설을 발견했다.
‘알래스카 한의원’
표지는 끝없이 펼쳐진 설원 대신 비슷한 청량감을 주는 하늘빛 일색이었고, 지구상에서 얼마 남지 않은 청정 지대란 걸 암시했다.
그 춥고 청명한 지역에 한의원?
미쿡에 한의원, 그것도 본토가 아닌 변방과도 같은 알래스카에 지극히 동양적인 색채가 물씬 풍기는 한의원이라니 당연히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고, 일 주일 동안 대여기간 동안 조기에 읽어, 그것도 집중적으로 읽은 건 하루 만에 대부분 분량을 읽어 버렸다.
주인공 이름은 이지.
복합통증증후군이라는 다소 추상적이고 난해한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양한방을 가리지 않고 명의를 찾아다녔음에도 진전이 전혀 없어 진통제에 의존하던 중 알래스카의 한의원에서 이 질환을 치료했다는 논문을 통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에 알래스카로 무작정 떠났다.
이지에게 있어 복합통증증후군은 단순한 신경성 질환이 아닌 어릴 적 소아성애자로 인한 트라우마가 망상으로 발현되어 통증 이상의 고통을 동반한 시차 유령이 등장했다.
결국 이지는 해결의 근본이 되는 원인을 찾아나가며 알래스카에서의 전개되는 일련의 사건들을 근간으로 과거 회상도 버무렸는데 성장기 그릇된 기억의 파편이 피해자 일생일대에 있어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지 주인공 이지의 독백이나 생각들을 통해 조금은 유추해 볼 수 있었다.
등장 인물이 그리 많지 않아 심리적 갈등 관계에 많은 신경을 쓸 필요 없고, 알래스카라는 다분히 대중적이지 않은 공간을 통해 신비적인 배경에 영적인 영역을 쉽게 설득시킬 수 있었으며 어릴 적 상처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통증과 유령을 통해 묘사한 부분은 번뜩이고 섬세했다.
다만 인물들의 접점에서 우연치곤 지나치게 작위적인 부분이나 정작 실마리가 될 인물이 소리소문 없이 약화되는 전개 등은 몰입에 방해 요소가 되었고, 차라리 공포와 고통이 형상화된 유령은 신선했다.
근래 워낙 책을 읽지 않아 모처럼 만난 소설은 그래도 재밌었고, 이참에 2권으로 나뉜 김진명의 소설 직지도 읽어 버렸는데 역시 머리 식히기엔 소설만한 게 그리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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