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가을에 대한 노란 편지, 괴산 문광저수지 은행나무길_20221027

사려울 2023. 12. 18. 18:40

그리움의 모양이 점을 찍어 노란 물결 흩날렸다.

이렇게 가을은 끝끝내 낙엽으로 키스의 여운만 남겼지만 또한 계절은 어느새 숨결처럼 다가왔다.

충북 괴산군 문광면 양곡리에는 아름다운 문광저수지가 자리하고 있다.
작은 농촌마을인 양곡리에 농업용수를 제공하고 지역 주민들과 괴산을 찾은 사람들에게 산책과 명상을 할 수 있는 쉼터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는 문광저수지는 호수 위로 드리워진 산그림자와 아침 물안개 그리고 저수지 옆으로 은행나무길이 조성되어 있어 가을이면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풍경을 눈에 담기 위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문광저수지는 깨끗한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한국농어촌공사에서 1978년에 만든 400미터 길이의 저수지이다.
준계곡형의 저수지로 주변에 숲이 우거져 있고, 고목이 많아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이곳은 특히 일교차가 큰 가을이면 물안개가 피어올라 장관을 이룬다. 저수지 옆 은행나무가 온통 황금빛으로 물들면 물안개와 은행나무가 어우러져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해 한 폭 수채화 같은 풍경을 볼 수 있다.
문광저수지 바로 옆에 있는 은행나무 산책길은 일 년 365일 여유롭게 힐링산책을 즐길 수 있는 저수지 둘레길이다. 은행나무길은 1979년 자전거를 타고 묘목 장사를 하던 한 주민이 기증한 300그루의 은행나무를 주민들이 정성껏 가꾸기 시작한 것이 시작이다.
처음부터 은행나무길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조성한 것이 아니라, 살고 있는 마을을 아름답게 가꾸자는 커다란 목표 아래 주민들이 함께 만든 것이 현재의 성공적인 은행나무길로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일방통행 길로 양쪽으로 나란히 심어져 있는 은행나무길은 저수지를 바라보며 사부작사부작 조용히 사색하기 아주 좋다.
은행나무길 주변에는 연인, 친구, 가족이 추억을 남길 수 있는 다양한 포토 존이 마련되어 있다. 밤이면 이색적인 풍광을 즐길 수 있도록 조명도 설치되어 있어 더욱 운치를 더해준다. 은행나무길 물가 쪽으로 세워져 있는 큰 그네는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최고의 포토 존으로 저수지를 바라보고 앉아 그네에 몸을 싣고 바람 따라왔다 갔다 움직이다 보면 콧노래를 절로 흥얼거리게 된다.
문광저수지는 마치 한 장의 그림엽서를 보는 듯한 아름다운 저수지 풍경이 매혹적이다. 파란 하늘 아래에 펼쳐져 푸른 호수 그 위에 떠 있는 방갈로 등 저수지의 평화로운 풍경은 마음속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저수지 가장자리에는 군데군데 물속에 줄기와 뿌리를 둔 나무들이 수면 위에 아름다운 반영을 만들어내 찰랑이는 물결에 흔들리며 멋진 자연의 작품을 완성시킨다.
문광저수지에서는 저수지와 은행나무를 배경 삼아 예쁜 인증사진을 남길 수 있는 액자 조형물도 설치되어 있다. 일반적인 저수지와 달리, 은행나무 아래 물가로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어 사랑하는 가족, 연인은 물론 혼자 사색을 즐기며 은행나무와 물가 주변 풍경을 감상하며 호젓하게 걷기에도 제격이다.
[출처] 문광저수지_별별시장 별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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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부터 북새통이던 은행나무길이 무색할 정도로 발이 내딛는 순간부터 가을은 넘치고 흘러 가슴이 벅찰 지경이었다.

언제부턴가 가을 정취를 찾아 몰려드는 사람들로 인해 안내 요원들이 질서를 통제하기 시작해 큰 불편은 없었지만 2년 전에 비한다면 입소문의 위력은 실로 엄청났다.

지정된 주차구역에 차를 세우고 걸어 가는 길은 떨어진 낙엽이 자욱했고, 인파에 밟혀 낙엽의 형체는 이즈러져 노란 흙이 되었다.

그 노란 흙을 밟으며 신이 난 아이들로 인해 문광의 가을은 아름다운 데다 역동적이기까지 했다.

자연이 차려준 아름다운 배경으로 사람들은 홀린 듯 너 나 할 거 없이 시간을 담아 추억의 창고에 켜켜이 쌓으려 했다.

클래식 크롬 모드로 찍은 사진은 확실히 독특하면서 시선에 착착 달라붙었다.

묘하게 바랜 채도에도 불구하고 사진이 빈약하거나 어설픈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사진을 찍는 동안에도 한 줄기 바람이 지나는가 싶더니 은행나무 이파리가 우수수 떨어졌다.

그 낙엽이 찰나라 아름다운 가을의 상형문자 같으면서도 남은 이파리가 떨어져 다시 1년을 기다린다는 게 얼마나 공허하고 한편으론 인내가 필요한 건지.

그리 긴 구간이 아닌데도 걷는 진행 속도는 무척 더뎌 한참을 걸었는 기억에 반하여 얼마 걷지 않았고, 엄청난 중력이 작용한 마냥 낙엽은 자욱이 떨어져 이제 가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귀띔해 줬다.

 저수지 시야 위로 노란 손이 나풀거리며 가을의 화려함과 함께 떠나는 계절의 아쉬움을 동시에 고했다.

늦은 것도, 그냥 떠나보내는 것도 아닌데 아쉬움이 쉬이 떠나지 않는 건 단지 아름답다는 단어 하나에 구겨 넣을 수 없는 이 계절만의 매력과 정취, 그리고 향기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 많은 추억들 중에서도 유독 가을 화보처럼 각인된 것들이 그랬고, 경험에 비춰 앞으로 맞이하게 될 추억들 또한 그럴 거란 믿음 때문이기도 했다.

다시 한 차례 대기를 유영하는 바람의 옷깃에 걸려 우수수 떨어지는 노란 이파리.

채 땅에 닿기도 전에 책갈피로 꽂아 두고픈 욕심이 발현하여 사진으로나마 담기 위해 렌즈에 온통 신경을 집중했다.

그렇게 가을이 떠나갈 무렵, 밀물처럼 밀려든 사람들도 서서히 자리를 떠났다.

괴산읍으로 나와 하나로마트에 잠시 들러 늘 그랬던 것처럼 지역 농산물을 구입한 뒤 잠시 주차장을 둘러보며 천둥벌거숭이처럼 대기에 따갑게 쏟아지는 햇살이 가을을 만나 다음 해에 다가올 노란 꿈을 굴절시켰다.

그렇게 은행이파리 곱던 괴산에서의 가을 책갈피를 기억과 추억에 꽂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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