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만추 기억의 시작, 임실 세심자연휴양림_20221104

사려울 2023. 12. 19. 02:46

3년 만에 다시 찾은 휴양림에서 가을의 자취가 남긴 잔상에 가슴이 물들었다.
불태울 듯한 그 많던 단풍은 어디로 가고 이제 남은 불씨가 누군가를 손꼽아 기다린 한적한 휴양림, 만추라 읽지만 미련은 여전히 온전한 가을 텍스처 만을 오려 망막을 굴절시켰고, 걸음은 약속처럼 계절의 흔적으로 방향을 잡았다.
뽀얀 대기를 비웃듯 가을이 채색한 빛결은 그 무엇의 방해도 굴하지 않던, 임실의 만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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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가운데 오로지 물소리 가득한 세심 휴양림_20191008

임실 세심 휴양림 도착은 당초 예상 시각보다 이른 초저녁이었다.가는 거리가 멀어 느긋하게 가다 보면 밤 늦은 시각이라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고속도로 트래픽은 거의 없었고, 미리 내려간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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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가을 휴가의 첫 장면은 바로 세심에서 시작했다.

집에서 뉘엿뉘엿 넘어와 임실 하나로마트에 들러 간단한 부식거리를 마련하고 바로 넘어오긴 했는데 초저녁임에도 임실읍을 벗어나는 순간부터 한밤 암흑만큼 깊고 적막했다.

숙소에 도착할 무렵엔 이미 하루가 저물었고, 지난번처럼 초입 관리사무소에 들러 체크인 수속을 밟으며 익숙한 솜씨로 문을 두드려 키를 전달받아 암흑을 헤쳐 또한 지난번과 같은 숙소에 짐을 풀었다.

이번 여정은 얼추 담양, 순창-함양-광양-하동-대구-태백-정선 순으로 기나긴 여정의 출발인 만큼 얼마나 설레고 이 밤이 값진 적막이겠나.

이튿날 일어나 밖을 나와 숙소 주변을 둘러보자 지난번처럼 세심의 만추는 역시나 적막했다.

순창 채계산으로 출발하며 이미 낙엽으로 흩어져버린 단풍이라 여겼는데 신기하게도 몇 그루 단풍이 절정에 못지않은 유채색을 터트렸다.

뿌연 대기가 무색할 만큼 선명하고 채도가 높았는데 겨울과 가을이 공존하는 만추라 시간 또한 그 무엇보다 소중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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