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퇴근한 날, 덜미가 아닌 뒷발목 잡혔다.
퇴근하면 항상 녀석이 마중 나와 뒤꽁무니를 졸졸 쫓아오는데 가만히 서 있자 녀석이 장난을 건다.
언제나 시비는 먼저 걸고, 쪼아 대려면 냉큼 발을 빼며 혐의를 부인하듯 태연한데 그래서 나도 소심한 복수를 다짐한다.
편한 데님 팬츠로 갈아 입는 사이 녀석이 기다리다 지루한지 내 발뒤꿈치에 누웠다.
근데 언제 부턴가 배가 동그랗게 변했네.
움직이지 않고 뭐하나 싶어 고개만 살짝 돌려 숙이자 녀석은 열심히 소독 중이다.
그래도 내가 움직임이 없자,
있는 힘껏 포효 하듯이 크게 하품을 하더니!
와락! 뒷발목을 잡아 버린다.
'요 집사 나부랭이, 어디 가려고!'
'너만 도끼눈 뜰 줄 아냐!'라며 강렬한 눈빛을 날리자 '고것 성깔 있네'
머쓱타드 모르쇠로 몸을 훡 돌린다.
잠시 후, 뚜둥!
냥냥 복수혈전.
가지고 놀던 공을 어딘가에 슈팅하곤 뺄 수 없자 자포자기 상태로 스크래쳐에 털썩 누워버렸다.
이때다 싶어 공을 찾아 냥걸음으로 접근, 학익진으로 녀석을 궁지에 몰아넣곤 소심한 복수를 감행했다.
공을 머리에 올렸더니 꿈쩍도 않고 떨어진 공도 냥무시했다.
다시 시도!
'참 집요한 집사구먼'
이제는 동그란 등으로 공이 떨어졌다.
그 사이 녀석 표정은 뭐지?
모든 걸 자포자기한 표정 같다.
'집사야, 너 참 징하다. 밥은 먹고 다니냐?'
불굴의 투지를 발휘, 한 번 더 도전.
이날 집사는 냥이를 상대로 화풀이하는 찌질이가 되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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