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금단의 영역, 관창폭포_20190516

사려울 2019. 9. 1. 23:49

정글처럼 깊고 눅눅한 습기 내음

까마득한 산 속처럼 칼로 도려낸 듯한 수직의 바위

만년설로 뒤덮혀 메마르지 않을 것만 같은 물길

더불어 언뜻 보게 되면 소리만 공명시킬 뿐 눈에는 전혀 보이지 않는 곳에 이런 폭포가 있다.

조물주가 거대한 바위를 이 자리에 두고 예리한 칼로 수직의 평면을 완성시켰고, 자연은 그 견고한 그릇에 물줄기를 그어 영속적인 징표를 약속 했다.

변함 없는 관심을 두겠노라고, 그래서 늘 생명이 외면하지 않게 하겠노라고.

깊디 깊은 비밀의 방에 그들만의 세상인 양 날벌레와 꽃 내음이 진동을 한다.






관창폭포를 찾은 건 온전히 지도의 힘이다.

종종 가는 봉화 인근에 뭐가 있을까?

산과 계곡이 깊다는 특징 외에 디테일과 지식이 없어 자근히 찾던 중 눈에 띄는 몇 군데를 발견하고 후기를 찾아 보는데 정보가 거의 없다.

더욱 부채질하는 호기심에 마음 단단히 먹고 무작정 찾아갔는데 기대가 거의 없던 만큼 의외로 괜찮다.

작은 주차장과 데크길이 있는 걸 보면 군청에서 예산을 들여 관광 도시 봉화를 꿈꾼 거 같은데 용두사미 격이 되어 버린 게 아닌가 싶다.

무조건 개발하고 편리하게 뜯어 고친다고 해서 유명해지는 건 아닌데다 때론 과하게 개발되지 않았거나 원시적인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다.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답습한다고 해서 무조건 성공하는 게 아니라 지역의 특색이 잘 살리고 알렸으면 좋겠다.

폭포를 보고 주변 경관에 취해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하고 머무르다 다음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다.

올라 올 때 보이지 않던 야생의 꽃들과 풍경이 보이기 시작하고, 올 때와 다르게 발 걸음이 무거워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그만큼 깊게 숨겨진 이 야생의 자연은 세상과 등을 돌리고 있는 도인처럼 보였고, 그 도인의 은둔에 방해 될까 싶어 조용히 머무르다 작별을 고하고 물러 났다.





매혹의 퍼플.

게다가 그 모습도 부끄러워 쉽게 보여 주지 않겠다는 의지인 양 꽃술이 숨어 있다.

이 꽃이 많은데 신기하게도 올라 올 땐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앞만, 목적만 지향하는 문명에서 배운 못된 습관 때문인가 보다.



넌 나비? 나방?

휴식을 방해하지 않고 그 모습만 살짝 담았다.



매혹적인 모습에 비해 향은 거의 없거나 매력은 그만큼 덜 했다.



이 녀석은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데 매력적인 모양 이상으로 향은 더욱 매혹적이었다.

달달한 아카시아 꿀 위에 자스민 향을 뿌린 느낌?


계곡과 바위, 숲이 꽁꽁 숨겨둔 관창 폭포는 봉화에 있지만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이름 없는 폭포나 다름 없었다.

처음 가 본 곳이라 이정표만 보고 긴가민가 하면서 찾아 갔는데 별 기대감 없던 나에게 마치 어려운 길을 찾아 오느라 고생했다며 크나큰 만족이라는 선물을 준 것 같다.

범바위 전망대와 관창폭포는 같은 날 찾아갈 계획을 잡았었고, 전무후무 했던 만큼 큰 기대감보단 그저 지나는 길에 한 번 들러보자는 무심한 생각과 달리 아주 만족스러웠던 엘도라도 같다.

특히나 관창폭포는 문명의 습격이 두려웠던지 거대한 바위와 빼곡한 숲, 파수꾼 같은 새들이 지켜 주는 곳이었다.

귀차니즘을 물리치고 동영상을 꿰다 보니 브금을 빠뜨렸지만, 자연음은 그 이상의 훌륭한 사운드였고, 천공성 같은 이 공간을 이루는 모든 것들의 여운이 기분 좋은 미소 마냥 흡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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