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에 내려온 후부터 구석구석을 찾아 문명으로 짜놓은 카페며 명소들을 돌아다녔는데 이번엔 복고, 빈티지, 레트로류의 추억 더미로 꽉 채워놓은 카페에 들렀다.
사람들의 추억에 있어 가장 진득하게 남는 잔상 중 하나가 음악과 그 음악을 울려주는 도구인 오디오는 제법 오랜 세월을 거치며 적당한 대중성과 이상의 경계에서 줄타기를 하는 대표적인 취향인데 그 둘을 교묘하게 섞은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
마치 음악의 청춘과 청순한 열정을 대표하는 곳이 개러지라 항변하며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반어적인 표현은 꼬리를 감추게 하는 첫인상, 낡은 차고지의 뻑뻑한 문을 열듯 조악한 입구로 들어서자 내부엔 온갖 추억팔이 물품들이 빈틈없이 쌓여 있었고, 심지어 바닥도 삐걱거리며 화음을 넣었다.
전통을 내세우는 카페에서 벽보에 하나쯤은 걸려있을 듯한 바리스타가 심혈을 기울여 커피 머신에서 커피를 내리는 장면들은 익숙한데 그래서 이런 머신도 덩달아 익숙한 레트로풍에 무심히 널려 있는 소품들 또한 하나같이 그런 오래되고 낡은 것들에 백열등 조명이 뒤섞여 더불어 레트로 했다.
카페 내부 홀은 크게 두 구역으로 나뉘는데 커피를 주문하고 어디선가 따스한 음악소리를 내뿜는 주범인 오디오가 있는 곳, 그리고 그 옆에 경계가 어중간한 홀이 이어져 있었다.
거기엔 창고, 개러지에 어울리는 잡동사니가 잔뜩 쌓여 있었는데 정작 비싸게 보이는 것들은 유리창 너머 공간에 채워져 있었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홀엔 상대적으로 저렴해 보이는 소품들의 채워져 있었다.
그런 와중에 홀빈도 끼워 넣어 직접 커피를 내려먹는 사람들을 유혹했다.
자리 잡은 테이블 옆엔 이런 빵빵하고 화려한 사운드를 터트리는 테이프 데크가 있었다.
주문한 커피가 나와 입구 바로 앞에 있던 데스크로 가자 출입문 내부조차 창고 삘이 묻어났다.
주문하고 주문한 메뉴를 건네받는 데스크는 두 개의 홀을 이어주는 자리에 있었는데 자리 잡은 홀이 아닌 다른 홀은 규모가 작지만 따스하고 올드한 음악을 들려주던 매킨토시와 JBL L100이 자리하고 있었다.
저렇게 큰 페이퍼콘 우퍼라 소리가 이불 속에서 은은히 울려 퍼지는 듯한 따스한 음악이 나오는 게 아닐까?
오디오 정면 바로 밑엔 LP가 촘촘히 꽂혀 있었는데 하필 딥퍼플의 싱글이 가장 앞에 당당히 자리 잡고 있었다.
듣고 싶은 충동은 밋밋한 커피 한 잔보다 더 강렬하거늘.
자리 잡은 홀에서 따스한 음악 소리와 친근한 볼거리에 어느새 춥던 겨울 저녁의 무미건조함을 잊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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