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성묘를 더 늦기 전에 치러야 되는데 날이 포근해지면 자전거로 다녀오기 힘들까 싶어 4월을 선택했더니 안성맞춤이었다.
날은 적당히 흐렸다 개었다를 반복하며 기후조차 그 날이 적기 였음을, 탁월한 선택 이었음을 축포하듯 자전거 길에 지치지 않도록 바람이 그리 많지 않아 힘에 부딪기거나 다녀온 후에도 지친 기색이 별로 없었다.
전날 퇴근 후에 바로 KTX 타고 내려와 아끼는 동생과 들안길 고깃집에서 거나하게 한 사발 박살내고도 희안하게 이날은 별로 숙취도, 컨디션 저하도 전혀 없었으니 아부지께서 박카스신을 냉큼 잡아채 가셨나벼.
숙소는 갑자기 내려온 터라 인터불고 호텔로 못하고 걍 범어동에 깨끗한 모텔을 잡아 편하게 쉬고-너무 편하게 쉰건 좋은데 늦잠 잤구먼- 다음날 대중교통으로 동촌까지, 그리고 자전거 타고 금호강과 칠곡을 경유해 30여 킬로를 달려 현대공원묘지에 도착하여 틈틈히 사진 찍을 여유가 전혀 없었다.
공원묘지에 주구장창 앞만 보고 갔더니 일찍 도착했다.
때마침 대구는 벚꽃잎이 많이 떨어졌는데 도착할 당시 거의 바람이 불지 않는 상황에서 벚꽃잎이 하늘하늘 날리며 떨어지는데 상당히 몽환적이면서도 평온한 분위기였다.
영상이 올라 갈려나?
매캐한 햇살과 흐느적거리는 바람에 벚꽃잎이 살랑살랑 떨어지는 이 영상은 도착해서 워낙 평온한 분위기라 바로 아이뽕으로 찍었다.
울 아부지, 잘 쉬셨어요?
올해도 제가 자전거 타고 여그꺼정 왔는데 힘은 별로 들지 않아서 기분 좋구먼유.
비록 오래 앉아 있지 않더라도 잠깐이지만 편하게 쉬다가 전 슬슬 출발할라요.
울 엄니와 가족들 평온하게 잘 지켜 주시니 황송할 따름이고 앞으로도 여전히 부탁 드릴테니 혼자 계시더라도 늘 가족들이 아부지 안부 여쭤보려고 종종 오니까 걱정은 하덜덜 마시고 편하게 계셔유.
이렇게 좋은 날씨에 세상 소식들은 지나가는 바람이며 새들이 전해 줄터이니 전혀 지루할 틈이 없으실건데 다음 뵈올때꺼정 건강하시고 편안한 나날들 되시길 바라요~
금호강변엔 이렇게 자연 그대로 옹기종기 살아가는 생명들이 많은데 도심 한가운데를 관통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겠다.
가공할 필요가 없으니까.
강변에 태동하는 녹색이 곱고 아름다운 건 두말 하면 잔소리.
꽃이 아님에도 꽃처럼 화사하고 고운 저 빛깔들에 끌려서 사진을 찍었는데 볼때마다 퇴색되지 않는 기분이 들어 좋다.
뻥 뚫린 공간에 강바람과 화사한 녹색의 태동.
밤이 되면 자전거를 반납해야 되기에 갈 길을 재촉해서 도착, 예정대로 자전거를 반납하고 동촌유원지 투썸에 들러 테라스에 앉아 나만의 음악을 들으며 기분 좋게 서늘한 공기 속에서 따스한 커피 한사발~
앉아 있던 그 시간, 그 공기가 좋아 차분히 커피를 마시며 감미로운 음악과 함께 대구에서의 하루를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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