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각정 6

호수에 빠진 가을이려나, 옥정호_20191010

옥정호의 진면목을 보기 위해 다시 찾은 국사봉 전망대는 하늘 아래 모든 세상이 가을에 빠져 경계를 끝없이 확장하고 있었다.국사봉 전망대는 팔각정이 아니라 국사봉을 오르다 보면 산 중턱 지점의 데크가 깔린 곳으로 왜 옥정호를 찾게 되고, 왜 국사봉에 오르는지 충분히 짐작이 가며, 여러 멋진 사진보다 그 자리에 서서 눈 앞에 펼쳐진 전망을 여과 없이 바라 보게 되면 그 진가를 이해할 수 밖에 없다.그와 더불어 지상에 나린 가을은 옥정호가 솟구치고 붕어섬이 꿈틀대는 착각 마저 들게 할, 비유하자면 전주 비빔밥의 풍미를 극대화 시키는 감칠맛 나는 양념일 수 있겠다. 주차장 초입에 이런 이정표가 손을 흔들듯 반긴다.어느 블로거가 올린 이 사진을 보며 이제야 제대로된 길을 찾았다는 안도감, 그리고 이정표가 가진 목..

생활 가까운 옥정호, 전망대 오류를 범하다_20191009

미리 이실직고 하는데 이날은 제대로 헛다리 짚은 날이다.옥정호와 국사봉이라는 단어만 머릿속에 채우고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온 생활 속 버르장머리 없는 습관으로 옥정호의 명물인 붕어섬을 제대로 못 본데다 만나기로 했던 형과 빠듯한 약속 시간으로 도착해서도 대충 둘러본 잘못을 어이 말로 다 설명하리.그저 어디를 가나 큰 저수지와 별반 다를 바 없었고, 어디로 왔다 어디론가 떠나가는 비교적 많은 사람들의 입소문 조차 확인하지 않았다.결국 이 모든 미덕(?)의 근원은 게으름이라 지나와서 후회해 본들 뭔 소용 일까? 국사봉이라는 간판을 보고 너른 주차장에 차를 세워 두고 전망대 삘 나는 국사정이라는 팔각정에 올라 사방이 트여 있는 경관에 감탄사는 연발했다.가을이라는 계절적 특성이 괜한 감정을 자극하여 자그마한 ..

낯설던 예천과 친해지다_20170901

애시당초 가족 여행이라고 계획했던 조령산 일대가 누님 식구의 권유로 예천을 들리잔다.예천은 몇 번 지나 다니긴 했어도 들린 적은 한 번도 없고 한반도 지형의 회룡포 정도만 아는 정도로 지식이나 지인이 전혀 없는 상태라 철저하게 네비에 의존해 기대감만 챙겨 떠났다.점심은 누님 식구가 지난번에 들렀던 예천 변두리의 맛집이 있다고 해서 초간편식 아침으로 때우고 서둘러 출발했다.왜냐하면 경북도청 신청사, 효자면 한천 골짜기, 예천 일대를 둘러 보는 광범위한 계획을 잡아서 동선이 꽤나 길고 처음부터 하루는 이 일대를 다니기로 계획했기 때문이었다.물론 내 방식과는 거리가 멀지만... 예천나들목과 가까운 이 외갓진 곳에 꽤나 사람들로 북적이는 식당 하나를 찾아간다고 제법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옆에는 마치 펜션과 같은..

깊은 밤의 청승_20161015

태백에서 저녁을 해치우고 또다시 앞만 보며 달려 오기를, 통리역-동활계곡(지루할 만큼 겁나 길고 깊은 계곡)-삼척 호산을 거쳐 삼척과 울진 사이에 있는 자그마한 공원을 들렀다.(통고산에서 삼척까지_20151105)2015년 가을에 삼척을 왔던 차, 잠시 들렀던 그 깔쌈하고 조용한 기억이 남아 어차피 지나는 길이겠거니 싶어 아예 일정으로 넣어 버렸는데 아니나 다를까 도착해서 한참 있다 떠날 무렵에 만난 차 한 대와 그 차에 실려온 두 명의 사람이 유일한 객이었다.작고 단순한 공원치곤 그 구성이 매우 독특한 도화공원은 공원 자체가 특이하다기 보단 그 주위에 등고차가 심한 지형을 당당하게 뚫고 도드라지게 솟은 작은 봉우리 형세라 까마득한 아래의 풍경부터 여러 산 너머에 펼쳐진 동해 바다까지 볼 수 있어 여타 ..

가을이 오는 청풍호_20150913

여행의 끝은 늘 아쉬워 다음을 기약하며 일상에 심취할 수 있어, 그래서 여행은 흥겨운 기다림이다. 영월 시내를 돌아 보고, 상동과 모운동까지 아우를 수 있었던 이번 여행의 백미는 아마도 상동이 아닐까?등에 맨 가방이 무거우면 어깨가 힘든데 반해 가슴에 만족이 가득하면 도리어 걸음은 가벼워지더라. 영월 모운동과 상동을 다녀온 저녁, 여전히 암흑으로 세상이 바껴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는 큰 무리 빛은 국민연금공단 인재원이고 우측에 비봉사는 여전히 미세한 빛을 방출하며 존재감을 알려 준다.하단 불을 밝혀 놓은 청풍리조트의 청풍호와 접한 공원은 사진을 찍곤 바로 불이 꺼져 버렸다. 높디 높은 가을 아래 펼쳐진 청풍호의 전경.아주 속이 다 스원하구먼. 청풍랜드에 번지점프를 하고 있는 관광객들의 고함소리가 숙소까지 ..

토요일 산책_20150425

하루 전, 밤에 싸돌아 다닌게 욕구 충족이 되지 않았는지 주말엔 아예 벌건 대낮부터 슬링백을 메고 동탄 방방곡곡으로 활보하고 다녔으니 역마살이 단단히 뻗혔다. 낮부터 밤까지 오산천이며 반석산, 탄요유적공원과 노작마을 가장 안쪽 근린공원까지..그럼에도 희안하게 내 엔진이 전혀 과열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으니 내 체력이 좋은 거시여? 아님 뭔가에 골똘해서 피곤을 잊은 거시여?올 4월은 내 생애 가장 활동적이었던 여가 시간을 보낸 역사적인 달이자 계절로 기록하자. 아트필터 재밌네.녹색과 노랭이만 표현하는 사진을 각각 찍었더니 같은 자리인데도 분위기가 완전 틀리구먼.반석산과 오산천 사이 산책로에 이제 봄 기운이 성숙해졌다. 내 싸랑 봄꽃을 보라색으로 했더니 제대로 안 되고 퍼랭이로 하니까 이렇게 되는데 굉장히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