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토요일 산책_20150425

사려울 2015. 9. 8. 22:26

하루 전, 밤에 싸돌아 다닌게 욕구 충족이 되지 않았는지 주말엔 아예 벌건 대낮부터 슬링백을 메고 동탄 방방곡곡으로 활보하고 다녔으니 역마살이 단단히 뻗혔다.

낮부터 밤까지 오산천이며 반석산, 탄요유적공원과 노작마을 가장 안쪽 근린공원까지..

그럼에도 희안하게 내 엔진이 전혀 과열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으니 내 체력이 좋은 거시여? 아님 뭔가에 골똘해서 피곤을 잊은 거시여?

올 4월은 내 생애 가장 활동적이었던 여가 시간을 보낸 역사적인 달이자 계절로 기록하자.




아트필터 재밌네.

녹색과 노랭이만 표현하는 사진을 각각 찍었더니 같은 자리인데도 분위기가 완전 틀리구먼.

반석산과 오산천 사이 산책로에 이제 봄 기운이 성숙해졌다.




내 싸랑 봄꽃을 보라색으로 했더니 제대로 안 되고 퍼랭이로 하니까 이렇게 되는데 굉장히 차가운 느낌이 들어 봄꽃 같지가 않다.



민들레는 벌써 씨앗을 퍼트릴 준비를 마쳤는데 꽃 피고 얼마 안 지나 이렇게 솜사탕을 만드나?

오산천에서 나루마을로 이동하다 보니 꽤 많이 걸었다.






여긴 어디지?

부드럽던 녹색이 이제 점점 짙어져 여름을 닮아가려 한다.

벚꽃이 금새 지고 이파리가 무성해져 햇볕이 강할땐 제법 시원한 나무 그늘을 만들어 낼 줄 아는데 여름이 온다는 건 그리 반길만한 건 아닌데 어쩌리~



저녁을 후딱 해치우고 늦은 밤, 낮에 지나쳤던 반석산을 오르려는데 붉은 영산홍 무리가 초입부터 화사하게 퍼져 있다.

밤이 되면 활동하기 딱! 좋은 날씨인데다 아직은 모기 시끼들이 없어서 마음 편하게 어디든 쉴 수 있다.



반석산을 오르는 계단에 서서 센트럴파크를 바라 보니 돋아나기 시작하는 나뭇잎들로 점점 시야에 야경이 사라져 간다.



반석산 정상에 올라 동탄2를 바라 보니 암흑이던 신도시가 점점 밝아지기 시작하는데 시범단지에 비해 남쪽이 조용한 편이다.



반석산 정상을 지키는 팔각정은 어느새 없으면 안 될 쉼터가 되어 버렸다.

근데 막상 올라가 보면 우째 한쪽으로 기울어 넘어지는 거 같어서 불안해.

명색이 정상 정복인데 텀블러에 담아간 커피를 지그시 마시며 뺨을 만지는 시원하면서도 신선한 느낌의 밤바람을 느껴본다.

밤이라 무섭지 않냐구?

네버~

어쩌다 한밤에 올라 보면 그런 느낌보단 그저 흔치 않는 적막이 좋다.



오르면 내릴때도 있는 벱.

오산천으로 가려다 낮에 갔었으니까 노작공원으로 갈까 노작마을로 갈까 하다 마을로 방향을 잡고 틈틈히 켜진 불빛을 밟고 갔다.

사진으로 보는 흙길이 화성의 붉고 건조한 표면 같다.

아니면 신비의 나라로 가는 계단 같기도 하고...

반석산에 접어든 후로 지나는 사람이 전혀 없구먼.



반석산과 만나는 노작마을 근린공원도 평소처럼 조용한데 그나마 환한 불빛들이 이 적막을 가득히 채워 주니까 고독하게 와닿지 않고 잠시 쉬어가는 쉼표 같다.

아이들이 뛰어 놀고 운동에서 잠시 쉬는 사람들이 쉬는 그 모습을 대신하는 밝은 불빛의 잔치를 끝으로 나름 길고 알찬 여행을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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