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25

아주 오래된 추억, 부론장_20181201

시험을 치르고 바로 올라온 곳은 원주 부론, 흥원창도 만나고 모처럼 부론장에서 숙박하며 아주 옛 추억을 또 하나 걷기로 했다.감곡나들목에서 내려 장호원을 들러 미리 비상 식량을 챙기고, 여주를 거쳐 부론장에 도착할 무렵은 이미 늦은 밤이라 가뜩이나 시골 밤은 일찍 찾아 오는데 10시가 넘자 말 그대로 암흑천지다.부론장에 도착하자 쥔장은 한잠 들었다 겨우 일어나 방 키를 건넨다.내가 생각했던 아주 오래된 여관의 기억과 달리 내부는 현대식으로 완전 바뀌었다. 현관은 낡은 합판이 아니라 이렇게 아파트 현관 같은 소재에 말끔하게 도색 되어 있었다, 왠열! 예전 복도는 어쩔 수 없었는지 도색만 깨끗하게 칠해 놓고 좁은 복도와 오래된 샤시창 위치는 어쩔 수 없나 보다. 방에 들어와 스원하게 샤워하고 나와 창을 열자..

다시 찾은 통고산의 가을_20181026

이번 여정의 마지막 방문은 통고산 휴양림이다.각별한 추억, 특별한 가을이 있어 먼 길을 마다 않고 찾아온 통고산은 일시에 변해 버리는 가을이 아니라 제 각기 다른 시간의 흐름을 타고 계절의 옷을 입는다.통고산에 도착하자 여전히 비는 내리지만 빗방울은 조금 가늘어지고 가볍게 흐린 날이라 어둑하기 보단 화사하게 흐린 날이었다.쨍하지 않아서 전체적으로 표현이 좋고 가느다란 빗방울이라 조금 비를 맞는 감수만 한다면 활동하기 무난하다. 통고산 휴양림 초입 안내소에 잠시 내려 매년 찾아올 때마다 인사를 나눴던 분과 잠깐 대화를 하고 바로 진입 했고, 첫 만남은 여전히 인상 깊은 단풍의 향연이 나를 반겼다.평일이라 통고산을 찾는 사람이 거의 없어 차를 이용해 천천히 앞으로 진행해도 어느 하나 민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다시 찾은 영양의 가을, 한티재에서 생태숲 _20181026

앞전과 같은 동선을 따라 이동하다 구부정한 한티재 고갯길을 넘던 중 가파른 언덕에 도배된 들국화 군락지를 발견했다.오지 마을에 이런 광경이 사뭇 신기하다.비교적 굵어진 빗방울을 우산 없이 맞으며 카메라가 젖는 위험을 무릅쓰고 사진 몇 장을 남길 요량으로 가까이 다가가자 숨 막힐 듯 매캐한 들국화 향이 대기의 분자 분포도를 뒤틀어 버렸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고갯길에 먼 곳부터 서서히 다가가며 찍는 동안 내리는 비를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 한티재 주유소에 들러 굶주린 차에 식사를 든든히 채워 주고.. 다시 갈 길을 재촉하며 수비면을 지나는 길에 학교가 보여 잠시 차를 세우고 차창만 연 채로 한 컷. 희안하지?반딧불이 생태숲에 2번을 왔었는데 한결 같이 굵은 가을비가 카메라를 허락하지 않고 기억의 창고만 ..

다시 찾은 영양의 가을, 흥림산에서 자생화 공원까지_20181026

그 놈의 지독한 아쉬움으로 9일만에 다시 찾은 영양이지만, 아쉬움의 진원지 였던 가을비가 조롱하듯 똑같이 재현 되어 은둔의 방해를 간접적으로 항변하며 완고한 거부처럼 보였다.차라리 현재의 상황을 즐기자는 의미로 욕심을 내려 놓자 비도 가을의 일부로 재해석 되었다.비는 잠자고 있던 사물의 소리를, 가을은 움츠리고 있던 감성을 일깨웠다. 늦은 밤에 도착해서 두터운 여독이 어깨의 백팩처럼 묵직할 거라 우려 했지만 기우에 불과할 뿐, 눈을 뜨자 믿기 힘들 만큼 몸이 가볍고 마음은 홀가분했다.앞으로 가게 될 여정에서 기다리고 있을 가을에 대한 상상은 거품이 잔뜩 든 기대감이 아니라 담담한 가운데 있는 그래도 받아 들일 심보 였으니까.흥림산 휴양림의 텅빈 휴양관을 나와 곧장 출발하지 않고, 잠시 윗쪽에 자리 잡고 ..

영양의 숨겨진 보배_20181017

이방인에 대한 경계일까?카랑카랑한 새소리는 날이 서 있고, 온 세상 사물을 두드려 대는 빗소리는 두서 없다.인적이 거의 없는 아주 작은 마을은 낯선 발자국이 신기하고, 콘크리트 먼지에 익숙해진 시신경은 그저 모든게 이채롭다.조금 이른 가을이라 마냥 아쉬움이 남는 건 미련의 기대를 양산하고, 결정에 매말라 있던 발걸음은 한바탕 퍼붓는 가을비 마냥 호탕하기만 하다. 굵어진 빗방울에 옷이 배겨낼 도리가 없어 우산 하나에 의지한 채 수생식물 관찰장의 데크길로 한 발짝 한 발짝 자근하게 걸어갔다.관리사무소 바로 뒷편이라 아주 가끔 지나가는 차가 빗물에 젖은 도로를 가르는 소리가 시원스럽게 대기를 파고 들어 허공으로 뻗어 흩어졌다.세상의 소리라곤 오로지 하늘에서 떨어지는 비가 우산에 부딪히고 작은 연못에 떨어져 동..

가을을 따라 영양으로_20181017

영양을 찾은 게 언제 였던가?대구에서 학업이 끝나고 영양을 거쳐 집으로 갈 결정을 내리고는 곧장 중앙-당진영덕고속도로를 타고 영양으로 향했다.2015년 가을에 영양을 찾았다 인상적인 가을을 맞이하곤 다시 그 추억에 의지해 영양을 찾은 만큼 한창 물오르기 시작한 가을을 만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영양에서 가을을 만나다_20151024) 아무렇게나 놓은 가을인데 특별하게 보인다. 영양 일월에 도착하여 잠시 한숨을 고른다.비교적 오래된 건물 외벽에 덩굴도 가을에 맞게 빨간 옷으로 갈아 입었다. 하늘에 빛내림이 있는 것과 다르게 이내 가느다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는데 언제 굵어질지 몰라 주저 없이 다시 출발했다. 가던 중 3년 전 가을을 상기시킬 만한 가을 풍경들이 보인다. 자생화 공원에 ..

거대한 호수의 위용_20180507

어릴적 바다를 거의 구경하지 못한 내 눈엔 이 호수가 바다와 같이 넓고 웅장했다. 경산에서 등하교를 하는 내 짝꿍이자 절친 집이 이 부근이라 동네를 누비고 다녔던 시절, 야생의 남매지는 늘 그 규모가 위압적이었는데 친구 따라 낚시를 왔다 한 마리도 못잡고 허탕을 치자 돌아가는 길에 황소개구리 한 마리 사서 신기한 듯 쳐다본 적이 있다.그 이후 가끔 남매지를 보긴 했지만 고향 떠나 거의 올 일이 없어 참으로 오랫 동안의 추억을 깨고 남매지를 만나 한 바퀴 돌았다. 어릴 적에 바다처럼 커 보이던 남매지는 성인이 되어 다시 그 자리를 밟아보니 상상으로 남아 있던 규모보다는 작았다.하긴 워낙 거대한 바다라 간주 했으니까.이 호수 자체는 작은 게 아니라 여전히 압도적인 규모의 호수는 맞지만 추억에 반추해 보면 작..

귀한 유물 Tape_20180118

효목동으로 건너 가던 중 한 때 신청곡과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그 곡들을 녹음해 주던 레코드 가게가 눈에 띄였다.아직 그 집이 있었다니!반가운 마음에 길가에서 몇 컷을 찍는데 익숙하던 노래가 슬쩍 흘러 나온다.옛 생각도 나고, 반가운 친구를 만난 양 정겹기도 하고 해서 무작정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자 장년의 사장님께서 자리를 지키고 계시면서 찾아온 손님과 담소를 나누시는 중에 신기한 구경 거리가 있어 눈 구경과 더불어 폰 셔터 허락을 받곤 초강력 집중력을 발휘하여 빼곡하게 진열된 카세트 테잎들을 훑어 봤다. 어릴 적의 기억은 선명하지 않지만 분명 여기에서 신청곡을 주고 녹음 테잎을 구매한 곳은 확실히 맞다.간판 이름은 그대로.내부에 진열된 테잎이나 LP도 익숙하고 친숙한 가수들이 대부분이다.이런 걸 어떻..

까까머리 학창시절을 떠올리며_20180118

오래 살던 시골 동네를 등지고 다시 도심에서 생활을 시작한 순간부터 군 복무 후 까지 9년 여 기간 동안의 시절이 각인된 추억의 장소를 찾기엔 그리 망설임도, 많은 거리를 이동할 필요도 없었다.물론 처음부터 걸어서 10여 km 이상을 이동했지만 생각보다 피로도가 쌓이지 않았고, 차가 아닌 도보의 장점으로 그물망처럼 촘촘히 연결된 골목길을 이용할 수 있어 이동 거리도 적었다.2017년 11월 30일 이후 추억 산책이라 그리 긴 시간이 지난 건 아니지만, 앞서 하루를 보낸 추억 산책이 나쁘지 않았고, 이왕 마음 먹은 김에 시간이 허락될 때 마음 편하게 즐겨보자는 의미에서 강행을 했다. 추억에 따른 시간 순서대로 한다면 좋겠지만, 그렇게 될 경우 도보 거리가 지그재그로 뒤섞여 도중에 지치고 시간도 많이 걸릴 ..

추억을 정리하며_20171130

숨 가쁘게 지나간 하루 일정을 끝내고 숙소인 인터불고 호텔로 돌아가는 길엔 친구들과 조촐하게 한 잔 박살내고 느긋하게 걸어갔다. 하루 동안 이렇게 많이 걸어 본 게 얼마 만인가?초겨울 치곤 서늘 했지만 든든하게 입어서 대기에 노출된 뺨만 살짝 얼얼한 정도라 걷기 딱이다.가져간 블루투스 스피커에 음악을 연결해 짱짱하게 틀고 텅빈 공원을 걷는다는게 기분이 좋았다. 망우당공원 곽재우 동상 부근을 지날 무렵 출발할 때 강가 절벽은 세상 모든 평화를 품은 듯 고요하다. 가볍게 요동치는 금호강 너머 고수 부지는 일찍 찾아온 추위로 텅 비었다.망우당공원도 평소 발길이 거의 없는데다 추위로 호텔까지 걷는 동안 전혀 인기척이 없었다. 강가 절벽 위 전망 좋고 운치 있는 소나무 밑 벤치는 여전히 텅비어 있어 잠시 내가 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