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실 7

벚꽃잎 바람결에 흥겨운 붕어섬, 임실 옥정호에서_20240409

가는 길도, 주변을 아우르는 풍광도, 하다 못해 이름조차 이쁜 옥정호의 평온에 헤엄치는 붕어섬은 어느덧 붕어빵 이상의 명물이 되어 관광지로 다듬어졌다.비록 황사와 미세먼지 연합 방해 작전이 있었음에도 사유를 넘어선 본질을 흐트릴 수 없다.잠깐의 오르막 이상으로 여과 없이 보여주는 심연의 세상에서 봄어항 속 잠자는 붕어 한 마리 낚아 휘날리는 벚꽃잎을 뿌린 뒤 마음의 견고한 벽에 걸어둔다.머나먼 길 달려왔다 다시 머나먼 곳으로 떠나야 되는 게 고행이라면 거치는 경험들은 값진 통찰이다.그리하여 다음 통찰을 위해 진주로 떠난다.옥정호는 전북특별자치도 임실군과 정읍시에 걸쳐 있는 호수로 섬진강 상류수계에 있는 인공호수.운암호라 불리기도 하며, 총 조수용량은 4억 6600만t이고, 면적은 16㎢이나 만수위 때는 ..

바위 신선, 임실 상사봉_20240409

무심히 들판에 솟은 멋진 바위산과 함께 봄은 그렇게 내륙 깊은 곳에 뿌리를 내려 분출하는 화산의 마그마처럼 몽실몽실 피어올랐다.그래서 벌판에 화색이 돌고, 메마른 바람에 향기와 이야기를 실어 날랐다.가는 길 내내 길가 벚꽃의 앳된 환영으로 시간을 잊은 채 가던 속도를 줄여 시선을 맞춰 교감의 유희를 즐겼다. 전설에 의하면 상사봉에는 불을 뿜는 도깨비가 살았다고 해서 ‘화산火山’이라 불렸다고 한다. 높이 100m가 넘는 암벽을 대패로 밀어 놓은 형세다. 인근 지역 119구조대는 이곳을 암벽 훈련장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상사봉은 산속의 산이다. 표주박처럼 길쭉하게 도지봉, 제비설날, 지초봉, 배나무골 등을 거느리고 있기도 하고, 호남정맥인 박이뫼산, 갈미봉, 경각산, 국사봉이 상사봉을 반달 모양으로 감싸..

벚꽃 절정의 임실_20240408

산벚꽃과 가로수 벚꽃이 특히나 조화롭던 전주와 임실 구간.떨어지기 시작한 꽃잎보다 아직은 세속에 대한 집착이 남아 흥얼거리는 바람에도 가지에 달라붙어 살랑이는 꽃잎이 더 많아 보고만 있어도 바람처럼 흥겨웠다.사람들이 떠나간 공원은 불빛 그득 밤이슬과 함께 지저귀는데 그 가운데 걷던 시간이 치즈처럼 고소한 여운만 남는, 그런 친숙하고 달달한 임실에서의 밤이었다. 부쩍 해가 길어져 6시가 넘었음에도 활동에 전혀 불편을 느낄 수 없을 만큼 환했다.내려오는 길에 한적한 완주순천고속도로를 갈아타 전주를 지날 무렵부터 좌측 산간지대 산벚이 어찌나 이쁜지 속도를 줄여 천천히 달려오는 바람에 그래서 6시가 훌쩍 넘었는데 급한 장실 볼일로 임실을 통과하는 순간 영업소를 방문했고, 급한 불을 끄자 다시 화사한 벚꽃이 눈에..

만추 기억의 시작, 임실 세심자연휴양림_20221104

3년 만에 다시 찾은 휴양림에서 가을의 자취가 남긴 잔상에 가슴이 물들었다.불태울 듯한 그 많던 단풍은 어디로 가고 이제 남은 불씨가 누군가를 손꼽아 기다린 한적한 휴양림, 만추라 읽지만 미련은 여전히 온전한 가을 텍스처 만을 오려 망막을 굴절시켰고, 걸음은 약속처럼 계절의 흔적으로 방향을 잡았다.뽀얀 대기를 비웃듯 가을이 채색한 빛결은 그 무엇의 방해도 굴하지 않던, 임실의 만추였다.[이전 관련글] 한적한 가운데 오로지 물소리 가득한 세심 휴양림_20191008임실 세심 휴양림 도착은 당초 예상 시각보다 이른 초저녁이었다.가는 거리가 멀어 느긋하게 가다 보면 밤 늦은 시각이라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고속도로 트래픽은 거의 없었고, 미리 내려간 커meta-roid.tistory.com기나긴 가을 휴가의 첫 ..

호수에 빠진 가을이려나, 임실 옥정호_20191010

옥정호의 진면목을 보기 위해 다시 찾은 국사봉 전망대는 하늘 아래 모든 세상이 가을에 빠져 경계를 끝없이 확장하고 있었다.국사봉 전망대는 팔각정이 아니라 국사봉을 오르다 보면 산 중턱 지점의 데크가 깔린 곳으로 왜 옥정호를 찾게 되고, 왜 국사봉에 오르는지 충분히 짐작이 가며, 여러 멋진 사진보다 그 자리에 서서 눈 앞에 펼쳐진 전망을 여과 없이 바라 보게 되면 그 진가를 이해할 수 밖에 없다.그와 더불어 지상에 나린 가을은 옥정호가 솟구치고 붕어섬이 꿈틀대는 착각 마저 들게 할, 비유하자면 전주 비빔밥의 풍미를 극대화 시키는 감칠맛 나는 양념일 수 있겠다.  주차장 초입에 이런 이정표가 손을 흔들듯 반긴다.어느 블로거가 올린 이 사진을 보며 이제야 제대로된 길을 찾았다는 안도감, 그리고 이정표가 가진 ..

생활 가까운 옥정호, 전망대 오류를 범하다_20191009

미리 이실직고 하는데 이날은 제대로 헛다리 짚은 날이다.옥정호와 국사봉이라는 단어만 머릿속에 채우고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온 생활 속 버르장머리 없는 습관으로 옥정호의 명물인 붕어섬을 제대로 못 본데다 만나기로 했던 형과 빠듯한 약속 시간으로 도착해서도 대충 둘러본 잘못을 어이 말로 다 설명하리.그저 어디를 가나 큰 저수지와 별반 다를 바 없었고, 어디로 왔다 어디론가 떠나가는 비교적 많은 사람들의 입소문 조차 확인하지 않았다.결국 이 모든 미덕(?)의 근원은 게으름이라 지나와서 후회해 본들 뭔 소용 일까? 국사봉이라는 간판을 보고 너른 주차장에 차를 세워 두고 전망대 삘 나는 국사정이라는 팔각정에 올라 사방이 트여 있는 경관에 감탄사는 연발했다.가을이라는 계절적 특성이 괜한 감정을 자극하여 자그마한 ..

한적한 가운데 오로지 물소리 가득한 세심 휴양림_20191008

임실 세심 휴양림 도착은 당초 예상 시각보다 이른 초저녁이었다.가는 거리가 멀어 느긋하게 가다 보면 밤 늦은 시각이라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고속도로 트래픽은 거의 없었고, 미리 내려간 커피를 홀짝 거리며 마시는 사이 어느덧 전주를 지나 임실에 당도 했다.시골 시계는 밤이 금방 찾아와 오는 길에 빛이 유독 환한 하나로마트에 들러 늦은 밤에 행여 찾아오지 않을까 우려 했던 허기에 대비하여 아쉬운대로 끓여 먹는 우동과 주스만 챙겼다.아니나 다를까 세심 휴양림으로 오는 길은 임실에서 30번 국도를 따라 얼마 가지 않아 한적한 좌측 임실천 다리를 넘어 한참 적막한 밤길을 헤쳐 나가서야 도착했다.오는 도중 정말 이 길이 맞을까 싶을 만큼 지나치게 한적한 도로는 잦은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다 평탄해질 무렵 급격히 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