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 8

새벽 이슬_20191001

뒤척이다 잠에서 깨어 자리를 박차고 나와 텅빈 것만 같은 시골 마을의 새벽 공기를 마주했다.아직 여명 조차 서리지 않은 새벽이지만 조금 있다 보면 뉘적뉘적 여명이 암흑을 깨치고 스펀지에 물이 스며들듯 허공을 서서히 밝히기 직전의 시각이라 아무런 인적도, 날벌레도 없는 이 자리에 서서 이슬 내음이 살짝 실려 있는 새벽 공기를 깊게 들이마셨다. 신기하게도 가로등 하나 밤새 불이 들어와 위안이 된다.이 빛마저 없었다면 멍한 암흑에 얼마나 심심하고 적막 했을까?마치 황망한 대해에서 만난 등대처럼 이 빛이 내려 쬐이는 곳을 거닐며 세상에 동등하게 뿌려진 대기를 찬찬히 훑는다.처음 이 자리에 섰을 당시 같은 자리에 가로등이 있었지만 시간의 굴레처럼 빛 바랜 전등이 힘겹게 뿌려대는 빛도 지금처럼 의지할 곳 없는 대해..

별빛 이슬_20190713

가족과 만나 안동에서 맛난 저녁을 해결하고 돌아오는 길은 전형적인 시골 마을의 기나긴 밤 답게 지나치는 차량이 거의 없었고, 그 평온한 도로를 느리게 질주하며 많은 이야기로 마음껏 웃으며 숙소에 도착했다.주변에 불빛이 없어 미리 약한 외등을 켜놓고 갔던 바, 짙은 암흑 속에 차를 세워 놓고 마당을 가로 질러 숙소로 들어가는 길에 자욱히 피어 있는 풀에서 눈부신 광채가 얇은 불빛을 반사시켰다. 산중의 풀밭에 달라 붙어 있는 영롱한 보석의 광채.그 영롱함의 주인공은 수줍음 많은 이슬이었다. 해가 지면 어디선가 숨어 있던 이슬이 나타나 가느다란 빛을 먹곤 그들만의 언어로 많은 이야기를 들려 준다.하루 해가 비출 때면 또 다시 어디론가 사라지겠지만 이슬을 제대로 만나기 위해 기다림과 한 없이 스스로를 낮추는 겸..

밤이슬을 밟다_20190713

퇴근해서 곧장 온다는 게 늑장 부리는 사이 21시가 넘어서야 출발, 목적지인 봉화까지 3시간 조금 더 걸려 도착했다. 차에서 내려 빛이 전혀 없는 어둠을 랜턴에 의지해 나아가 마당을 지나 숙소에 들어가는데 발이 축축하다.밤 이슬이 작은 빛에도 영롱하게 반짝거려 너른 마당에 나와 보니 풀에 알알이 박혀 졸고 있다.근데 솜털 같은 저 하얀 벌레는 뭘까?

살포시 잠든 밤 이슬_20190515

정신 없는 일상을 지나 잠시 주어진 여가를 활용하여 야반 도주하듯 오지 마을에 도착했다.대략 22시가 넘어 도착해서 꽤나 밝은 랜턴을 틀어 불빛이 전혀 없는 마당을 비추자 사람이 거의 찾지 않았다는 반증처럼 마당에 땅딸막한 수풀이 우거지기 일보 직전인데 빛이 전혀 없는 공간에 밝혀 놓은 랜턴의 불빛을 반사 시키며 반짝이는 무수히 많은 점들이 있다.무얼까? 수줍음 많은 이슬이 밤에 지상으로 내려와 소근거리며 생명의 벗이 되어 준다.어떤 생명에겐 세상을 통찰한 바람이 스승일 수 있겠지만 또 다른 생명에겐 삶을 위협하는 천적일 수 있으려나?이슬은 그런 넋두리를 들어주느라 밤새 뜬눈으로 귀를 기울이다 해가 뜨면 홀연히 사라져 버린다.허나 반기지 않더라도 약속이나 한 것처럼 다시 찾아와 생명을 가진 것들에게 또 ..

산중의 새벽_20180908

해가 뜨기 직전의 가을 하늘은 차갑다.유난히 말벌이 눈에 많이 띄는데 밤새 10마리 정도 잡은 거 같다.이른 새벽에 눈을 뜨게 된 것도 이슬에 젖어 힘을 쓰지 못하고 기절한 말벌들 확인 사살 때문.그러다 시골 깡촌의 새벽 정취에 도치되어 버렸다. 동녘 하늘에는 아직 일출이 진행되지 않았지만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하늘에 거대한 비늘이 끼어 어디론가 바삐 흘러가고 있다. 감각대를 끼우고 발치에 흐르는 여울에 장노출 했다. 풀잎과 밤새 밖에서 음악을 연주하던 스피커에 이슬이 아롱다롱 매달려 조잘거린다. 집에서 2년 동안 자라다 올 여름부터 새로이 자리를 튼 흙이 궁합에 맞는지 소나무는 부쩍 자랐다.섭씨 11도로 9월 초 치곤 제법 서늘한 산중 오지에 어떤 문명의 소리도 들리지 않는 가운데 오로지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