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30

노란 가을의 종착역, 원주 간현역_20241105

소금산 잔도를 한 바퀴 돌아 주차장에 돌아왔을 땐 많던 차량들이 부쩍 떠나 빈 구역이 꽤 많을 즈음이었다.행님과 헤어지기 전에 식사라도 대접해 드려야 될 거 같아 주변을 둘러봤는데 문득 주차장 너머 노란 은행나무가 우뚝 서 있는 모습이 보였고, 대략 위치가 간현역 부근이라 우선 거기로 모셨다.간현역에 도착하자 직감은 정확하게 들어맞아 간현역 앞에 비교적 오래된 수령의 나무가 노란 가을 열매를 가득 맺어 오후 햇살을 탐스럽게 굴절시켰다.간현역은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 간현로 163 소재한 중앙선의 폐역이다.중앙선 청량리~만종 간 복선화 공사가 완료된 2011년 12월 21일을 기해 폐역되었다. 이후 이 역이 맡았던 여객 업무는 2021년 1월 4일까지는 동화역에서, 2021년 1월 5일 이후에는 서원주역으로..

출렁이는 가을 물결, 원주 소금산 그랜드밸리_20241105

부리나케 달려 도착한 소금산 그랜드밸리는 막바지 가을맞이에 나선 사람들로 주차장을 가득 매울 정도였다.그나마 여주에서 달려온 행님은 워낙 부처 같은 분이라-정말 주변 사람들조차 살아있는 부처가 아닐까 합리적인 의심이 가는 분이긴 했다- 카페에서 너그러이 기다려주셨고, 부랴부랴 소금산으로 향했다.작년 12월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밤 부론에서 칼국수를 먹은 게 마지막으로 뵌 기억이라 11개월 정도 지난 만큼 정말 오랜만에 만난 거다.[이전 관련글] 간현 출렁다리_20180226무한 도전의 여파인가?간현 출렁다리가 매스컴을 한 번 타고나서 거의 신드롬에 가까울 만큼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며 단숨에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몇 년 전 청량리에서 중앙선 열차를 타고meta-roid.tistory.com 거대한 스..

가을의 노란 포효,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_20241105

땅과 하늘을 단단히 이고 지고 얼마나 긴 세월 희열과 그리움에 견고한 가지와 이파리를 떨궜을까?인간의 잣대로 비교하고 대조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존재란 걸 알기에 사방으로 뻗은 가지엔 어느새 가을 결실이 주렁주렁 열려 전염병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사람들을 찾게 했다.원주 반계리 은행나무의 나이는 800∼1,000년 정도로 추정(지정일 기준)되며, 높이 32m, 둘레 16.27m로 논밭 중앙에 있다. 가지가 사방으로 퍼져 전체가 웅장한 모습을 하고 있으나 일부 가지는 부러질 염려가 있어서 받침대로 받쳐져 있다. 전설에 의하면 이 마을에 살던 성주 이씨의 한 사람이 나무를 심고 관리하다가 마을을 떠났다는 이야기도 있고, 어떤 큰스님이 이곳을 지나는 길에 물을 마시고 가지고 있던 지팡이를 꽂고 갔는데 그 ..

경쾌한 봄, 원주 소금산 출렁다리, 울렁다리_20240323

완연한 봄에 찾은 원주 간현에서 만개한 대지의 봄볕 아래 천리안을 빌려 산이 바라보던 세상을 품었다.나무의 꿈이 어느덧 뛰쳐나와 가지의 눈으로 영글어 오색빛 현실이 되고, 차디찬 겨울잠에서 깨어나 기지개 켜던 대지는 신록의 푸른 춤에 흥이 실렸다.주말을 맞아 길 따라 흐르는 인파 속에서 희망의 미소가 빛을 굴절시킬 때 봄은 앞서거니 쫓아 산으로, 강으로, 벌판으로, 철길로, 허공으로 등 떠미는 진풍경을 보며 봄을 실감했고, 그 따스한 군집에 스며 동화되어 걸음 또한 분주했다.많은 인파가 올 거란 예상과 달리 고속도로는 줄지어 남쪽으로 향하는 덕에 제법 여유 있는 여정을 곱씹었다.단돈 9천원의 행복, 충분히 즐길 자신 있다면 그 9천 원 아깝지 않았다. 소금산그랜드밸리 시설안내 - 소금산그랜드밸리 - 테마..

미세먼지 바다에 우뚝 솟은 바위신(神), 치악산 비로봉_20240129

도전에 대해 사전적 의미를 넘어 나태함을 합리화한 다른 핑계로 방호했었고, 번지 점프를 하듯 과감히 떨치며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했다.그래서 실행에 앞서 효능감을 끌어올리기 위해 시작 전 워밍업 차원에서 치악산으로 향했다.짧은 시간 동안 체력의 임계점에 다다르면 마음이 약해지기 마련인데 그걸 극복하는 효능감과 더불어 자신감을 지탱시키는 자존감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였다.구룡사를 지나 세렴폭포까지는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은 채 빠른 속도로 도달했고, 여기서부터 치악산 사다리병창길의 악명을 떨치기 위해 잠시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 뒤 아이젠을 착용하고 끝날 것 같지 않은 오르막 급경사길로 한발 한발 내디뎠다. 나는 늘 치악산을 좋아한다.내가 산을 잘 타거나 타인 이상의 체력적 강인함을 가져서가 아닌 단지 강원도..

위대한 믿음의 각인,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_20231107

믿음은 단편적이거나 열정적이지도, 달콤하거나 아름답지도 않다.오래 거듭된 귀로에서 식상함의 유혹을 물리치고 내 사념 마냥 친근한 타자, 그게 어느 순간 믿음이 되고 부지불식간에 교감의 견고한 가교가 연결되며 의심의 슬러지가 생기지 않는다.때가 되면 계절이 돌고 돌아 다시 세상에 서리란 믿음, 그 믿음의 결실 중 하나가 바로 반계리에 깊디깊은 뿌리를 내려 하늘 향해 모세혈관으로 뻗었다.가을 이파리가 모두 떨어져도 믿음의 편견은 실망이 파고들 여지조차 주지 않은 채 낙엽 자욱한 이곳에서 또 한 번 위대한 믿음의 희열을 느꼈다.미세 먼지도 물러난 청명한 가을 하늘에 홀린 듯 이 자리에서 서서 여지없이 감탄사를 공양하고, 감동을 주섬주섬 챙겼다.앙상한 가지만 남았음에도 간헐적으로 찾는 사람들 또한 나와 비슷하리..

변치않는 정겨움, 원주 부론_20221031

작지만 꽤 역동적인 지역, 원주 부론에 가을이 무르익을 즈음 지인과 함께 찾아 식사를 나누고 냥이들을 만난다.지난번 넉살 좋은 치즈냥을 만났지만 간식을 얼마 주지 못해 아쉬웠는데 이번엔 녀석이 외출 중이라 만날 수 없고 대신 이웃냥을 만났다.챙겨 주시는 분이 계셔 특히나 동네냥들이 많은 곳이라 그 재미로 찾기도 했고, 흥원창이 있어 몰래 숨겨둔 명소 마냥 즐겨 찾기도 했다.멋진 가로수가 어울린 길이 덩달아 멋스러운 동네, 남한강-섬강이 만나는 두물머리가 멋진 부론에서의 가을 내음이 참 좋았다. 부론면은 강원, 경기, 충북의 세 도에 접해 있고 원주시의 서남단에 위치한다. 산지가 많아 현계산(535m)·봉림산(579m)·황학산(332m) 등이 솟아 있으며 곳곳에 산간분지가 발달되어 있다. 손곡리에서 발원한..

가을 젖는 반계리 은행나무_20221011

시대의 순응과 시간에 대한 평온이 800년을 버티게 한 원동력일 수 있겠다.나무의 껍질을 빌려 세상을 유유자적하는 신선 같은 존재, 원주 거돈사지 느티나무와 함께 생명의 그늘이라 불러도 그 표현이 모자를 숭고한 존재 앞에서 가을 향연에 물들었다. 거대한 시간 앞에서, 반계리 은행나무_20200912찾는 이 없는 고요한 시골마을을 지나며, 그 적막한 울림에 잠시 기댄다. 지나는 이도, 마을 인가도 거의 없는 외딴 깊은 산속 마을처럼 수풀이 무성하고, 바위 틈틈 이끼가 자욱하지만, 그렇더meta-roid.tistory.com 천년 사찰의 흉터, 원주 법천사지와 거돈사지_20201015벌판에 덩그러니 움튼 잊혀진 시간들. 전쟁의 상흔과 희생의 파고에 제 한 몸 지킬 수 없었던 치욕은 기나긴 시간의 빗줄기로 아..

노을 지붕,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_20220925

지나는 길에 굳이 들러야 할 곳, 800년 수령의 은행나무는 존재 만으로도 먼 길 수고로움조차 지나치게 가볍다. 기나긴 세월 동안 희로애락의 쓰고 단맛을 셀 수 없는 세포 속에 저장시켜 무성한 상호작용을 몸소 표현하자면 실타래처럼 뿌리는 뒤엉키고, 가지는 형용할 수 있는 방향의 범주를 벗어나 모든 걸 기린다. 1시간 채 걸리지 않는 시간에 존재를 규정짓기보다 기나긴 서사시 한 편 읽는 기분으로 물끄러미 감상하는 사이 퇴색된 표지는 도리어 찬연한 노을빛으로 덮는다. 거대한 시간 앞에서, 반계리 은행나무_20200912찾는 이 없는 고요한 시골마을을 지나며, 그 적막한 울림에 잠시 기댄다. 지나는 이도, 마을 인가도 거의 없는 외딴 깊은 산속 마을처럼 수풀이 무성하고, 바위 틈틈 이끼가 자욱하지만, 그렇더m..

거대한 스릴, 원주 소금산 간현유원지와 출렁다리, 울렁다리_20220825

미려한 알몸에 대한 자신감일까?구부정한 하천이 보드라운 선율처럼 감싸고도는 소금산 출렁다리에 한발 내디딜 때마다 아낌없는 감탄사로 화답했고, 길이 꺾이는 모퉁이에서 미소의 손수건으로 땀을 털어냈다.낡고 오래된 원주의 유원지는 복고에 대한 애처로운 관심을 비웃으며 크나큰 부활의 날갯짓하며 광풍의 파장은 꽤나 매섭게 관심을 흡수했다.  오래전 청량리에서 중앙선을 타고 열차 여행을 하던 중 차창 너머 한 폭의 산수화가 재현된 풍경에 기억 속 못을 박은 적 있었고, 스마트폰과 전자맵 시대의 도래와 더불어 기억을 쥐어짜며 지도를 표류했었다.구관이 명관이라고 구전으로 입증된 산수화가 현대 문명의 날개를 달고 새로이 비상하는데 거칠 것 있을까?4년 만의 방문, 10년도 되지 않았는데 확고한 변화의 의지가 투영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