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 18

영주에서 집으로 향하는 길_20240730

다덕약수탕의 숨겨진 맛집에서 점심으로 백숙을 먹었는데 전날과 마찬가지로 모두 폭풍 흡입을 자랑했다.맛집을 소개하는 입장에서 소개한 식당의 음식을 맛나게 먹으면 그 또한 흐뭇한 일 아닌가.결코 적은 양이 아니었음에도 그 많은 걸 다 먹은 것도 모자라 반찬이며, 뒤이어 나온 죽까지 깨끗하게 비운 건 정말 맛이 있다는 방증인데 모두가 몇 끼를 굶은 사람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식욕은 엄청났다.식사가 끝나고 영주역에서 재집결하여 한 녀석이 타고 갈 열차 시간을 기다리며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던 사이 1시간은 금방 흘러 거기서부터 뿔뿔이 흩어져 집으로 출발했다.소나기가 퍼붓더라도 전혀 이상할 게 없을 만큼 소백산 정상 부근엔 두터운 구름에 가려졌고, 햇살은 비웃기라도 하듯 쨍하게 쏟아졌다.그나마 대기가 ..

낙동강의 침묵이 만든 절경, 안동 고산정_20240729

여행 동지를 만나기로 했던 정오가 살짝 넘어 약속 장소에 도착했을 때는 웬일인가 싶을 정도로 식사를 위해 줄을 서야만 했다.아직 도착하지 않은 인천팀이 1시간 넘어야 될 정도로 도로는 정체 구간이 비교적 길었는데 그동안 고구맘카페에서 고구마파이 하나만 입가심으로 때웠고, 점심 식사를 제대로 못할까 싶어 달달한 식욕을 애써 억눌러야 했다.인천팀이 도착하여 10분 정도 대기 시간을 기다린 뒤 청국장 정식으로 식사를 해결했는데 당초 우려와 달리 여행 동지들 모두 탐닉할 정도로 음식을 맛나게 해치워 행여 청국장에 대한 우려를 말끔히 지울 만큼 밑반찬과 개별적으로 할당된 분량까지 모두 비웠다. 부쩍 다가온 겨울 바람, 풍기역_20211224부석사에 들렀던 날은 매서운 기습 한파가 들이닥치던 날이라 집으로 돌아가는..

은둔의 산촌을 걷다, 영주 소백산 달밭골과 자락길_20240612

소백산 비로봉 최단 코스, 삼가동 탐방소를 지나 폭염을 이기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평소라면 잘 포장된 길은 워밍업 구간이겠지만 폭염 아래에선 걸음 뿐만 아니라 양어깨에 둘러 쳐진 백팩조차 천근만근이었고, 사찰 탐방 또한 둔턱이었다.이왕 발길을 돌리기로 마음먹었다면 미련을 두지 말자.그래도 무슨 힘이 남았는지, 아님 나무숲에 대한 집착이었는지 가까이 잣나무숲이 있어 소백산 자락길을 걸어 울창한 잣나무숲에 들어섰고, 잣나무숲에서 만날 수 있는 내음과 소리에 흠뻑 취했다.비로사를 지나 소백산 중턱 잣나무숲을 가기 전에 고도 700m 가까운 곳의 산속 달밭골 작은 마을이 있었는데 예전 여정에서 귀동냥으로 들었던 마을이 바로 여기였다.전쟁이 일어난 줄 모르고 살았다던 소백산 자락, 구병산 자락, 지리산 자..

대중교통으로 봉화 가는 길_20221001

세상사 다가올 시간처럼 한 치 앞도 분간할 수 없는 안개 자욱한 새벽길을 뚫고 서울로 향했다.유쾌한 기분이 아님에도 아주 작은 감동에 부정의 먼지를 털었고, 무거운 걸음에 주문을 걸었다.하루 중 눈이 맑아지는 카페에 앉아 감미로운 커피 한 잔으로 마음에 먼지도 털고 걸음에 날개도 달았다.언젠가 맥북 충전 빵빵하게 해서 저 구석탱이에 앉아 넷플릭스 한 번 때려야 되겠다. 가족 모임으로 퇴근해서 바로 청량리 열차를 탔다.단양을 지날 무렵, 해가 지기 시작했다.영주에 진입하며 내릴 채비 중 가을 들판이 너무 이뻐 일어서기 전 사진으로 담았다.가을이 물든 들판은 언제나 이뻤다.영주역에 도착하여 곧장 밖으로 나왔는데 한창 공사 중이었다. 영주 가는 길_20150626영양을 목적지로 금요일 칼퇴근 후 청량리역에서 ..

부쩍 다가온 겨울 바람, 풍기역_20211224

부석사에 들렀던 날은 매서운 기습 한파가 들이닥치던 날이라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허기진 배를 달랠 장소를 고민하긴 했다. 일대에 추천받았던 곳 중 유일하게 괜찮고 정갈하고 깔끔했던 청국장집인데 약간 젊은 입맛에, 주방은 다른 곳에 격리되어 있는지 맛보기 전 청국장 특유의 꼬릿한 냄새는 별로 없었다. 청국장 조리할 때 냄새는 기겁하는데 일단 입안에 털어 넣으면 손바닥 뒤집듯 느낌이 달라지는 음식 중 다섯 손꾸락 안에 드는 음식이니까. 오픈 시간이 조금 늦어져 기다리는 동안 한창 공사중인 풍기역을 혼자 톺아보는데 근래 여느 역들처럼 현대를 추종하려 대대적인 성형수술 중이었다. 세월이 지나 이제는 새로운 세대와 시대를 맞이하려는 모습에서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그렇다고 과거만 고집할 수 없고, 인정머리 없이 과거..

역사의 배흘림 기둥, 부석사_20211224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은 무거운 역사를 떠받든 나무의 곡선으로 유명하다. 매서운 삭풍마저 거대한 장벽처럼 버티고 선 백두대간을 넘지 못하고 발길을 돌릴 때 천년 사찰의 나부끼는 시간은 진중한 나뭇결 따라 파란만장한 인류의 애닮은 애환을 속삭인다. 세상 모든 사물에 사연은 있겠지만 역사와 동고동락한 나무 기둥엔 사연이 더해진 생명이 움터 마치 고행의 업을 지고 사는 수도승의 땀방울처럼 온통 갈라진 틈 사이로 휘몰아치는 번뇌의 눈동자가 초롱하다. 세속에서 부석사로 가는 길에 늘어선 나무조차 사욕을 간파한 시선이 돌아오는 길엔 온화한 동행의 미소로 승화된다. 부석사 부석사는 신라 문무왕(文武王) 16년(676) 해동(海東) 화엄종(華嚴宗)의 종조(宗祖)인 의상대사(義湘大師)가 왕명(王命)으로 창건(創建) 한 화엄..

봉화를 떠나며_20211004

전날 숙취를 간신히 잠재우고 봉화읍에서 거나한 점심을 챙겨 먹은 뒤 커피 한 잔을 끝으로 각자 흩어졌다. 점심으로 낙점된 송이전골을 먹은 뒤 찌는 듯한 더위를 뚫고 이디아 커피로 향하며, 오래된 건물과 정갈한 간판이 절묘하게 조합된 상가를 지나게 되는데 약국보다 고풍스러운 약방에 시선이 멈췄다. 아직은 완전히 여물지 않은 가을 벌판 한가운데 힘겹게 자리를 지키는 허수아비도 조만간 춤사위를 펼칠 수 있겠다. 멀리 백두대간의 숭고한 바람을 타고 황금 물결이 출렁이면 지난한 고독의 병마도 성숙한 가을의 포용 앞에선 잠잠해지겠지? 먼 길 나서기 전, 가을 벌판을 무심히 바라보는 사이 무겁던 마음에도 가을 바람이 일렁인다.

만천하를 그리는 곳, 스카이워크_20210616

죽령 죽령은 높이 689m. 일명 죽령재·대재라고도 한다. 신라 제8대 아달라이사금 5년(158)에 길을 열었다. 소백산맥의 도솔봉(兜率峰, 1,314m)과 북쪽의 연화봉(蓮花峰, 1,394m)과의 안부(鞍部)에 위치한다. 동쪽 사면은 내성강(乃城江)의 지류인 서천(西川)의 상류 계곡으로 통하고, 서쪽 사면은 남한강의 지류인 죽령천(竹嶺川)의 상류 하곡과 이어진다. 도로도 이들 하곡을 따라 개통이 되나, 동쪽은 사면의 경사가 급하고 많은 침식곡이 발달하여 희방사(喜方寺) 계곡 입구부터 고갯마루까지는 굴곡이 심한 길이다. 또한 고갯마루에서 서쪽의 보국사(輔國寺)까지는 비교적 완사면으로 내려가나 곡저(谷底)의 당동리까지는 다소 굴곡이 심한 내리막길이다. 이와 같이 비록 험한 고갯길이었으나 예로부터 영남 지방..

지형의 아름다움이 용해된 용마루공원_20210614

둥지에 웅크린 자연이 수줍은 듯 날개를 서서히 펼치며 작은 잠에서 깨어난다. 이리저리 굽이치는 아스팔트는 산허리를 타고 돌아 인적 드문 지도의 공백지대로 걸음을 옮겨 주고, 한낯 기대의 봇짐만 무겁게 이고진 나그네는 무거운 어깨를 털어 신록이 흐르는 여울의 풋풋한 생명의 위로를 보답 받는다. 위성지도에 찍은 호기심만 믿고 지엽적인 이정표를 따라 몇 번 헤맨 끝에 도착한 호수공원은 매끈하게 단장한 공원이 무색할 만큼 인적이 증발해 버려 몇 안 되는 가족의 여유로운 산책에 있어 든든한 동반자 같았다. 비록 갈 길이 한참 먼 곳임에도 잠깐의 여유가 어찌 그리 달콤하던지. 한국관광공사 발췌 영주호 용마루 공원은 경북 영주시 평은면에 자리 잡고 있다. 공원은 용마루 공원 1과 용마루 공원 2로 구분된다. 용마루 ..

푸짐하고 질긴 육회 비빔밥_20210614

영주에서는 정평이 나있는 비빔밥 전문점인가 보다. 15,000원에 이 정도 푸짐한 상차림이라면 그야말로 가성비 킹왕짱이다. 육회비빔밥에 육회양도 제법 넉넉한데 다만 질긴 고기를 연신 씹다 보면 어느새 귀찮아진다. 육회양이 이 정도라면 여타 육회비빔밥 식당에 비하면 넉넉하다. 다만 육질이 질겨 왠만큼 이빨을 숫돌에 연마시키지 않으면 여간해서 끊어내기 힘들다. 15,000원 비빔밥 상차림이 이 정도. 푸짐함은 꽤나 신선한 느낌에 야채 튀김은 바로 튀겨서 바싹바싹하다. 고기가 무척 질기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없었다면 맛집으로 손색이 없었을 건데, 그래도 점심 시간대 사람들이 줄 서 있어서 짧은 웨이팅은 감안해야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