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 4

웅크린 여름, 죽주산성_20200816

자그마한 숲을 지나 한적한 산성 안에 또 다른 녹음이 웅크린 채 잊혀진 시간을 되새긴다. 졸고 있는 시계바늘을 흔들어 깨워 걸음을 한 발 한 발 내딛는 사이 바삐 달려가던 해가 서녘으로 기울며, 치열한 여름의 허공을 붉게 적신다. 6년 전 지나던 길에 한 차례 유혹의 눈빛을 보내던 산중 성곽을 그제서야 찾아내곤 시간을 거스르듯 회상의 길을 찾는 동안 바람살이 반가이 맞이한다. 접근이 용이한 산성이라 가벼운 차림에 이내 성문에 접근할 수 있다. 때마침 녹음 사이로 석양이 몸을 숨기기 직전이다. 비교적 아담한 산성 내부는 하나의 공원으로 단장되었다. 성곽을 따라 오르다 보면 하늘과 만나는 선을 종종 만난다. 산성의 서쪽에 있는 성문으로 진입하여 약속한 듯 시계 방향으로 걷는다. 성곽의 오르막길에 오르자 주위..

안성 죽산의 산중 식당

대부분의 생활을 서울과 동탄에 갇혀 있는 와중에 아주 가끔 생활 동선을 벗어나 다른 지역에 행차하실 때가 있다.그 중 안성 죽산의 산중에서 잠깐이지만 저녁을 거나하게 먹었던 근래의 좋았던 시간들이 있었는데 부득이 카메라를 못 챙겨 아이폰5s로 어두컴컴해지는 저녁 풍경을 담았고 떠나지 않는 아쉬움으로 인해 시간이 지났지만 논해야 될 것이여~ 식당에 도착할 무렵 해는 이미 기울었지만 땅거미가 비교적 많았다.빈약한 폰카이긴 하나 아이뽕의 밝은 렌즈 덕분에 빛이 적은 곳에선 전작과 비교해 노이즈가 눈에 띄게 줄었고 이번엔 더 실감할 수 있었던 기회랄까?근데 아이뽕 자랑할 자리는 아니고 안성 죽산의 칠장산자락에서 저녁을 먹었던 주변 풍경을 논하려 함이다.저녁을 먹었던 곳은 너와골인데 여타 다른 산중의 식당들처럼 ..

간다, 가을

봄과 다른 아름다움이 지천을 물들이는 가을은 바라보고 있는 내내 그저 아름다울 뿐이다.꽃이 핀 봄이 설렘이라면 여름에 마음껏 누린 후 가을엔 되짚어 보는 숙연함이 있다.산은 꽃이 지천에 피어도 여간해서는 웅장할만큼 뒤덮을 수 없지만 가을에 변모하는 나무는 이미 모든 산에 덮여 있는 고로 차라리 봄보다 더 찬란하고 광범위하다.변하는 나무든 변하지 않는 나무든 그것들이 한데 어우러질 때 산은 아름답고 단아한 것 아닌가! 연무 자욱한 안성의 어느 산언저리에서 조차 형형색색 변하는 숲은 주위에 별로 개의치 않고 아주 천천히 제 갈길을 가듯 변해간다. 그 변화의 과정은 여름을 품은 녹색을 털어 낸 후 그들 각자의 색을 한껏 뽐내곤 부는 바람 따라 낙엽을 떨군다.땅 위에 뒹구는 낙엽조차 그 존재가 하찮을지라도 차라..

어떤 이는 길을 득도라 하였고어떤 이는 순례라 하였으며 어떤 이는 예술이요어떤 이는 이동의 발자취라 하였으며 어떤 이는 고난과 인생이라 하였고어떤 이는 해법이라 하였습니다. 그래서...어떤 이들은 행복의 길을 가고, 또 다른 이들은 고독의 길을 가며어떤 이들은 해탈의 길을 가고, 또 다른 이들은 나락의 길을 가며어떤 이들은 희망의 길을 가고, 또 다른 이들은 절망의 길을 거닐며어떤 이들은 여행의 길을 가고, 또 다른 이들은 삶의 길을 거닙니다. 어쩌면 모든 사람들이 모든 길을 함께, 아니면 한 번씩은 거닐지도 모릅니다. 계절의 변화를 가장 쉽게 느낄 수 있는 곳이 길이랍니다.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는 길에서 시작한다고 합니다.사람들의 추억은 항상 길에 서려 있다고들 합니다.세상의 변화는 길의 네트워크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