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간다, 가을

사려울 2013. 11. 7. 23:01


봄과 다른 아름다움이 지천을 물들이는 가을은 바라보고 있는 내내 그저 아름다울 뿐이다.

꽃이 핀 봄이 설렘이라면 여름에 마음껏 누린 후 가을엔 되짚어 보는 숙연함이 있다.

산은 꽃이 지천에 피어도 여간해서는 웅장할만큼 뒤덮을 수 없지만 가을에 변모하는 나무는 이미 모든 산에 덮여 있는 고로 차라리 봄보다 더 찬란하고 광범위하다.

변하는 나무든 변하지 않는 나무든 그것들이 한데 어우러질 때 산은 아름답고 단아한 것 아닌가!



연무 자욱한 안성의 어느 산언저리에서 조차 형형색색 변하는 숲은 주위에 별로 개의치 않고 아주 천천히 제 갈길을 가듯 변해간다.



그 변화의 과정은 여름을 품은 녹색을 털어 낸 후 그들 각자의 색을 한껏 뽐내곤 부는 바람 따라 낙엽을 떨군다.

땅 위에 뒹구는 낙엽조차 그 존재가 하찮을지라도 차라리 콘크리트에 압도당한 문명보단 아름답다.

대지에 정지된 나무들의 운명에 한을 풀 것처럼 미묘한 바람의 여행에 그들의 영혼을 낙엽에 싣곤 모두 얼어 붙을 겨울이 오기 전 세상 구경에 세상 모든 가르침을 겸허히 받들며 한 동안 바람과 함께 할 자유로운 영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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