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23

들판에 서리는 정겨운 봄

휴일이지만 늦게 출발한 봄나들이 한답시고 딱히 무얼 보거나 듣겠다는 생각조차 없이 나갔다가 들판에 핀 봄의 징표들을 보곤 계획도 없고 예상도 못했던 작은 즐거움에 젖게 되었다.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바람은 어쩌면 기름진 패스트푸드를 먹은 뒤 그 텁텁함을 날리기 위해 마시는 탄산음료와 같은 것이렸다.이름 모를 들꽃의 작지만 소박한 아름다움은 감추려 해도 종내엔 주체할 수 없이 튀어 나오는 기침처럼 잠시 주위를 둘러 보는 사이에 눈을 통해 마음으로 몸을 숙이게 하는 마녀와도 같다. 민들레는 지극히 평가절하되는 희생양이면서도 그런 건 개의치 않는 호연지기의 대표 주자 같다.꽃밭을 아무리 화려한 꽃들로 장식한 들 민들레만큼의 뚝심과 생명력을 가질 수 있으리. 차가운 겨울과 초봄의 변칙을 이겨낸 징표인 듯 ..

남산 벚꽃 터널

동국대 방면에서 시작된 남산 벚꽃 구경은 점심 시간의 짧지만 기분 전환하기엔 충분했었다.장충단 공원에 산채 비빔밥 한 사발 후딱 해치우고 바로 걸음을 재촉. 마치 지네 모양을 한 거시기가 뭐시기?사진으로 보니 징글징글한데 연일 뿌옇던 대기가 그 날만큼은 그짓말처럼 청명하고 덩달아 햇볕도 월매나 따숩고 깨끗한지 사진 셔터를 누를 때마다 더할 나위 없이 맑은 사진이 나오더라. 일행들이 사진을 찍을 때 도촬하며 갔었는데 그 때 찍은 사진 중 가장 맘에 든다, 인물 빼고!봄날 실내에 있다 보면 약간 더워 갑갑함이 올 때 봄바람을 맞는 상쾌함이 연상되는 사진이다.개나리의 노란색만 부각시켰건만 청명한 햇살 덕택에 개나리조차 정화된 노랑이 같다. 요로코롬 벚꽃이 만발하야 산책하는 기분도 덩달아 홍콩간 기분이다.그러나..

4월 1일, 필동 벚꽃길

만우절에 온갖 잡스러운 거짓말이 난무하는 가운데 자연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자~나 근데 올 봄 벚꽃 개화는 쪼매 빨리 찾아와서리 깐딱 놀랬자~나.점심 시간 막간을 이용해 엑백스 둘러 매고 혼자서 필동 벚꽃길을 찾아가 이른 벚꽃들을 낱낱이 찍어 봤스~물론 엑백스를 믿기에 보정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귀찮아서가 아님. 충무로 대한극장 뒷편 필동길로 느리게 걸으며 봄의 전령사와도 같은 벚꽃을 찍었다.이 벚꽃이란 게 수줍음이 많은 꽃이라 일찍 핀 만큼 일찍 져 버리니 괜히 떨어져 버린 꽃잎을 보고 아쉬워하지 않기 위해 열심히 찍는다마는 그게 마음 뿐이지 막상 지나고 나면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더라.그렇담 아쉬움을 달랜단 표현이 더 정확한 표현이 아니겠나? 이렇게 벚꽃이 만개한 가로수가 쭉 펼쳐진 거리를 한눈에 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