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91

노란 가을의 종착역, 원주 간현역_20241105

소금산 잔도를 한 바퀴 돌아 주차장에 돌아왔을 땐 많던 차량들이 부쩍 떠나 빈 구역이 꽤 많을 즈음이었다.행님과 헤어지기 전에 식사라도 대접해 드려야 될 거 같아 주변을 둘러봤는데 문득 주차장 너머 노란 은행나무가 우뚝 서 있는 모습이 보였고, 대략 위치가 간현역 부근이라 우선 거기로 모셨다.간현역에 도착하자 직감은 정확하게 들어맞아 간현역 앞에 비교적 오래된 수령의 나무가 노란 가을 열매를 가득 맺어 오후 햇살을 탐스럽게 굴절시켰다.간현역은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 간현로 163 소재한 중앙선의 폐역이다.중앙선 청량리~만종 간 복선화 공사가 완료된 2011년 12월 21일을 기해 폐역되었다. 이후 이 역이 맡았던 여객 업무는 2021년 1월 4일까지는 동화역에서, 2021년 1월 5일 이후에는 서원주역으로..

종종 딤섬을 즐기는 곳, 페럼 몽중헌_20241102

저녁 약속을 깜빡하고 오산 세교에 있었는데 다행히 약속 시간을 1시간 늦추자는 전화를 받고 서둘러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몽중헌에 온 게 얼마 만인지 생각이 가물거릴 정도로 오래 지난 거 같은데 그나마 경부고속도로가 비교적 적게 막혀 1시간 반 만에 도착했고, 미리 예약된 룸에서 허기진 배를 정신없이 채웠다.내부는 술파티가 벌어졌는지 비교적 시끌벅적했지만, 혀 끝을 간지럽히는 딤섬과 코스에 맞춰 줄줄이 나오는 음식은 여전히 정갈했고, 식사 말미에 나온 짬뽕은 역시나 칼칼하면서 구수한 국물이 일품이었다.식사가 끝난 뒤에야 정신을 차리고 사진을 하나 찍었는데 후식도 욕심이 날 만큼 괜춘했다.식사를 마치고 동탄으로 돌아오는 길은 서울로 갈 때와 달리 한적해서 느긋한 드라이브를 즐겼던, 정말로 정신없..

촉촉한 11월의 비처럼 찰진 오송 김가네 한정식_20241101

오송 출장길에 아침부터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짧은 일정을 끝내고 점심까지 준비된 자리라 네비를 찍고 찾아간 곳은 작은 언덕 넘어 한적한 가을 전경이 짙게 서린 철길 옆이었는데 생각보다 음식이 정갈해서 대부분 빈 그릇으로 만들었고, 식사가 끝난 후 간단한 취지를 발표한 뒤 빗길을 헤쳐 회사로 도착했다.최근에 갔던 집 부근 한정식당과 비교한다면 상대적으로 뛰어난 가성비에 가짓수보다 대체적으로 음식이 푸짐한 데다 단맛이 조금 강하긴 해도 컨디션이 괜춘했다.그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회사 짬밥이 꽤 괜춘한 편인데도 불구하고 집에서 갓 지은 밥과 같아 쌀알이 혓바닥에 그대로 굴러 다녔고, 특유의 탱글한 식감이 살아 있었다.회사 짬밥이 아무리 좋아도 단체 급식의 태생적 한계가 밥이 쪄서 떡밥 아니더냐.

세숫대야 짬뽕을 봤나!, 진천 짬뽕왕_20241031

푸짐한 비주얼로 눈이 즐거운 짬뽕에 큰 재미를 못 봤는데 진천에 온 뒤로 그나마 짬뽕다운 음식을 먹은 곳은 뜬금없이 시골마을이었다.여긴 짬뽕 내용물의 비주얼보단 세숫대야 같은 대접이 압권이기도 했다.내 손이 정말 귀엽게 보일 정도로 대접 사이즈가 웬만한 그릇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도인데 그렇다고 인천의 화평냉면만큼 양이 있는 건 아니라 기 죽을 필요까진 없다.10월 마지막 밤을 가성비 괜춘한 짬뽕으로 채운 뒤 숙소 인근의 비교적 번화한 펍에서 마무리했다.지난번 만뢰산 생태공원으로 가는 길목이라 때마침 겨울 만뢰산 능선길을 계획한 상태였는데 가는 길에 이곳 짬뽕집에서 든든히 배를 채우고 제대로 심취할 만한 여정을 나서야 되겠다.요즘 워낙 찰진 탕수육을 먹어서 그런지 평범한 탕수육보단 통통한 새우살의 깐쇼명하..

냥이_20241003

가족들을 초대하기 위해 전날 집에 도착한 뒤 아침에 일어나 가을 햇살이 쏟아지는 거실 쇼파에 앉아 있노라니 녀석이 티비 앞에 냉큼 자리를 잡았다.연신 눈을 맞히는 녀석.내가 없는 동안 하루도 빠짐 없이 방에 들어가 냥냥거렸다던데 모처럼 집사를 보자 계속 따라붙었다.그래도 사진 찍으려면 절묘한 타이밍으로 고개를 휙휙 돌려버리는 녀석.한 번 놀아주고 쇼파에 쉬고 있는 녀석을 캐리어에 집어 넣어야 되는데 얼마나 진땀을 뺄 지 안봐도 뻔했다.요리조리 피해 다니는 녀석을 겨우 캐리어에 넣고 진천으로 궈궈!진천으로 가는 길에 고속도로를 타고 안성을 지나면서 빗방울은 굵어졌는데 창문을 열어놔서 비가 들어오지 않았을까 걱정도 잠시, 여기까지 온 김에 진천에서 유명한 막국수는 먹어야지.어차피 비가 들어왔으면 닦아내면 그..

진천혁신도시의 한적한 전망 맛집, 선옥보리밥_20240910

한 때는 회사 사우에서 이제는 사회 형제로 반년 정도만에 만나 식사를 나누기로 했던 날, 그 친구가 둥지를 튼 혁신도시로 향했다.하루 종일 가을을 예고하는 빗방울이 이어지다 퇴근 무렵엔 만남을 응원해 주는지 빗방울이 가늘어져 길을 찾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인간관계에서 꽤나 신중하고 성의를 다하는 동상이라 약속 장소에 꽤나 만전을 기했을 터, 아니나 다를까 혁신도시 남단 길게 늘어선 산무리 사이 한적한 장소를 섭외했었는데 지도에서 보는 것과 달리 막상 그 자리에 서자 혁신도시와 일련의 산무리 사이에 우뚝 선 지형이라 일대 전망은 꽤나 좋았다.물론 그런 전망을 감상하느라 사진은 거의 남기지 않았지만.식당에 도착했을 무렵 소강상태던 빗방울이 다시 굵어지기 시작했는데 그까잇꺼 몇 방울 비 맞는 것 쯤이야.조선..

일상_20240827

아침에 인덕원에 갔다 집에 돌아온 시각에 맞춰 15년 함께 한 정든 차를 떠나보내고 이번에 새로 맞이한 차를 몰고 집에 행차한 누님과 조카 녀석을 만나 때마침 식사 시간이라 종종 들렀던 곤드레밥집으로 향했다.가격에 비해 정갈했던 밥값이 어느새 껑충 뛰어 이제는 1인 1만 5천냥 시대에 접어들었건만 그래도 이 정도면 그리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곳이라 충분히 만족스러웠다.반찬 가짓수는 항상 정해져 있고 메뉴는 조금씩 변해 늘 나오는 당면과 샐러드, 달라진 야채 튀김과 열무김치, 그리고 선택 사양인 생선과 제육, 청국장이 나왔다.생선은 크게 비리지 않으면서 짭쪼롬했고, 제육은 내가 좋아하는 껍질과 비계가 섞인 두툼한 고기가 아닌 살코기 제육이라 생각보단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다.그래도 여전히 구수한 청국과..

낙동강의 침묵이 만든 절경, 안동 고산정_20240729

여행 동지를 만나기로 했던 정오가 살짝 넘어 약속 장소에 도착했을 때는 웬일인가 싶을 정도로 식사를 위해 줄을 서야만 했다.아직 도착하지 않은 인천팀이 1시간 넘어야 될 정도로 도로는 정체 구간이 비교적 길었는데 그동안 고구맘카페에서 고구마파이 하나만 입가심으로 때웠고, 점심 식사를 제대로 못할까 싶어 달달한 식욕을 애써 억눌러야 했다.인천팀이 도착하여 10분 정도 대기 시간을 기다린 뒤 청국장 정식으로 식사를 해결했는데 당초 우려와 달리 여행 동지들 모두 탐닉할 정도로 음식을 맛나게 해치워 행여 청국장에 대한 우려를 말끔히 지울 만큼 밑반찬과 개별적으로 할당된 분량까지 모두 비웠다. 부쩍 다가온 겨울 바람, 풍기역_20211224부석사에 들렀던 날은 매서운 기습 한파가 들이닥치던 날이라 집으로 돌아가는..

도심 한가운데 우뚝 선 부산 금련산과 황령산_20240610

도심을 가르는 황령산과 금련산은 부산의 터줏대감이자 도심 야경의 진수를 확인시켜 주는 거대 탑이기도 하다.전날 소주 몇 잔으로 아쉽게 야경은 물 건너가 버렸고, 부산을 떠나기 전 들러 나란히 하는 금련산에 이어 황령산에 차로 이동하여 연무 서린 도심을 둘러봤는데 가장 먼저 금련산에서 가던 길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해운대에 서린 뿌연 안개가 하나의 그림을 남겼기 때문이었다.금련산은 부산 연제구, 수영구, 남구에 걸쳐 있는 해발 413.6m로 바로 옆 황령산보다는 약간 낮다. 부산시민들이 황령산이라고 말하면 실제 황령산뿐만 아니라 옆의 금련산까지 포함해서 말하는 경우가 많다. 두 산의 봉우리는 거리도 멀지 않고 도로로 금방 연결된다. 산자락에 금련산청소년수련원과 폐업한 지 오래인 실내 스키장 스노우캐슬이 있..